2017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2017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의 한 장면ⓒ MBC

 
추석이 다가오면 자주 보지 못한 친척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혼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는 보통 친척을 만나러 가는데,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수단은 아무래도 TV다. 방송사들은 명절을 맞아 여러 가지 영화를 보여주거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친척들과의 어색한 침묵 상태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리모컨을 누르고 또 누른다.

혼자 있을 때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TV가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추석 때 아무리 여러 채널을 방황 해봐도 볼 만한 프로그램이 별로 많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 비슷비슷하고 뻔한 기획들. 

아이돌 대잔치가 되어버린 명절 예능

'명절 예능' 하면 언제부턴가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 생각보다 역사가 꽤 유구한(?) 예능이다. 2010년 추석 때 처음 선을 보인 <아육대>는 점차 종목을 늘려가더니, 올해 설날 방송에서는 육상, 볼링, 양궁, 리듬체조, 에어로빅 경기까지 진행했다. 올해 추석특집 <아육대>는 14회를 맞는다.

사실 <아육대>가 명절에 친척을 만나서 보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인가, 에 대한 의문이 있긴 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명절의 잠재적 시청자층을 고려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아육대>를 보면서 어른들과 아이돌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사실 상상하기는 힘들긴 하다. 현재 아이돌 팬덤을 이루고 있는 나잇대의 사람들과 명절 때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보통 일치하지는 않으니까. 실제로 친척 어른들은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쟤 누구냐?'라는 질문을 한 번쯤은 던지곤 했다.

문제는 <아육대>를 벗어나도 아이돌 위주가 되어버린 예능 프로그램에서 벗어나긴 힘들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아이돌을 대거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추석방송 한 회를 구성하는 프로그램들이 부쩍 많아졌다. 2016년 추석을 예로 들어보면, <내일은 시구왕>, <아이돌 요리왕>, <헬로 프렌즈 - 친구추가> 등의 프로그램들에 아이돌 그룹들이 단위로 출연했다. 

명절 예능은 아직 인지도를 많이 쌓지 못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아이돌에게 기회가 되곤 한다. 친척과 어쩌다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나조차도 모르는 아이돌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건 아이돌은 많고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니 굳이 방송국 입장에서도 다양한 기획을 고민할 여지가 줄어들지 않을까.

파일럿 이후, 그 방송은 어디 갔을까

아이돌 일색이 되어버린 것 말고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사라지는 파일럿도 명절 TV시청이 지루해지는 데에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하던 방송들은 나름대로 추석에 맞는 기획을 준비하지만 파일럿 방송들은 추석 때 한번 하고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매번 하던 것들의 연장선인 경우도 있지만 신선한 기획인 경우도 꽤 많다. 

예를 들어 2016년 추석 때 방영했던 KBS1 <도전! 미라클 레시피>를 본 적이 있는데, 스타 셰프들이 나와서 하는 '쿡방'이 대세인 요 근래에 요리 실력이 뛰어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요리 방송이라는 점에서 독특했다. 하지만 이 역시 추석 때 3부작 방영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추석특집이라는 파일럿으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정규편성이 되기도 하지만 파일럿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양적으로만 다양해서는 시청자의 피로감만 조성할 뿐 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대화의 소재로 삼거나 외로움을 달래기에는 최근의 명절 예능들은 서로 너무나 비슷하고 늘 해왔던 것들 투성이 아닌가. 시청자의 입맛을 조금 더 섬세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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