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말

그 동안 '가사공감'을 연재하면서 연인과의 관계에서 '투사'의 기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투사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욕구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겨놓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투사가 일어날 때 실제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느끼는 감정 혹은 욕구를 내가 아닌 타인의 것이라고 지각하게 된다.

투사는 친밀한 관계에서 더욱 잘 일어나는데 연인관계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있을 때가 많다. 특히,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그 모습이 상대방의 것인 양 비난하게 될 때 관계는 파국에 이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투사의 과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멜로망스가 발표한 '동화'(작사 김민석, 작곡 멜로망스)는 투사를 넘어 서로의 주관성을 존중하면서 온전한 사랑에 이르는 길을 노래하고 있다.

내 마음 속의 너의 모습을 분리하기

멜로망스는 "너의 마음 속 내 모습들 언젠가 이야기해줬을 때"라고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멜로망스의 연인은 그 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비춰진 상대방의 모습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줬나보다. 일반적으로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는 나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이 마음 안에서 서로 얽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사랑에 빠졌을 땐 상대방과의 일치감으로 하늘을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되기도 하지만, 쉽게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즉, 투사된 감정과 욕망들을 분리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멜로망스의 연인은 이런 소용돌이에서 잘 빠져나온 것 같다.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온 상대방의 모습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너의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바라본 너의 모습 그러니까 나의 감정이 투사된 너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떤 지점에서 투사가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알고 있는 너의 모습이 나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임을 이해하는 것은 '상호주관성'의 핵심 능력이다.

심리학에서 '상호주관성'이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상대방의 모습 역시 나의 주관에 의한 것임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나아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이의 주관적 경험을 존중하면서 함께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다.

사람들은 성장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타인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연인관계에서 서로의 모습이 각자의 주관성에 의해 해석된 것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상대방에 대한 판단과 비난을 줄이고 보다 관대하게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즉, 투사에 의한 감정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7월 발매된 멜로망스의 '동화' 앨범 재킷

지난 7월 발매된 멜로망스의 '동화' 앨범 재킷 ⓒ 로엔엔터테인먼트

 
상대방의 눈을 통해 나를 새롭게 보기

연인의 마음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들은 멜로망스는 "듣고 있는 날엔 어느새 날 위한 이야긴 듯해"라고 노래한다. 상호주관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연인이 보는 멜로망스의 모습은 스스로 인식한 자신의 모습과는 달랐을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는 새롭기도 하고, 내겐 단점으로 느껴졌던 것들이 장점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때문에 '이야기'처럼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멜로망스 역시 깨닫는다. 지금 이 이야기는 내 곁에 있는 오직 이 사람만의 관점에서 그려진 내 모습임을 말이다. 때문에 멜로망스는 '너의 마음이 아니면 들을 수 없을 내 얘기'라고 노래한다. 다행히 그 모습은 꽤나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긍정적일 때 나 역시 나를 보다 새롭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멜로망스는 '네 안에 그려진 내 모습이 그저 고마울 뿐이야'라고 노래한다.
 
상대방에 대한 감사, 새로운 나를 만난 기쁨으로 가득한 멜로망스는 다짐한다. 자신 역시 "너를 위한 이야기로 있어줄게" "너도 몰랐었던 네 모습을 너에게 들려줄게"라고. 너를 통해 새로운 나를 알게 되었듯이, 나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너의 모습을 알려주겠다는 의미다. "항상 너만의 예쁜 이야기로 네 옆에 남아 있을게"라고도 덧붙인다. 늘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짐 속엔 네가 그랬듯, 너의 단점마저도 나의 새로운 관점에서 장점으로 해석해 되돌려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믿을 수 있는 미래로

이제 이 노래 속 연인은 서로를 향했던 투사를 나의 주관에 따른 해석으로 바꾸어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내가 아는 너는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너임을 인식함과 동시에, 이런 새로운 시각을 통해 서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투사를 상호주관성으로 극복한 이런 연인에게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
 
먼저 서로에 대한 신뢰감 상승이다. "우리가 나눈 시간 위에 그린 서로의 모습들이 앞으로의 우리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하는 듯 해"는 이를 의미한다. 서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눌 만큼 진솔한 대화를 하는 연인은 나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더욱 깊어진다.

또한, 관계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된다. 멜로망스는 이를 "서로의 마음 속에 그려왔었던 우리라는 그림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을 때 지킬 수 있는 미래가 돼"라고 표현한다. "서로의 마음 속에 그려왔었던 우리라는 그림"은 각자 주관적으로 받아들인 상대방의 모습과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의미한다. "서로 나누고 있었을 때"는 이런 생각들을 말로 표현함을 뜻한다. 각자가 경험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투사를 걷어내고 서로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럴 때 이 커플의 사랑이 "지킬 수 있는 미래"가 됨은 당연한 결과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서로 존중하는 진실한 관계를 '나-너' 관계라고 표현한 바 있다.  '나-너' 관계는 상호성과 대화에 기초한 관계다. 동시에 타인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소유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즉 상호주관성에 기초한 관계만이 서로를 소유하려 들지 않으면서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모두 존중하는 진실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각자의 관점을 대화를 통해 표현하고 나눌 수 있을 때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반드시 등장하는 투사라는 강력한 무의식적 기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연인들이라면 멜로망스가 노래하는 '동화'같은 사랑을 현실에서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멜로망스 '동화'
너의 마음 속 내 모습들
언젠가 얘기해줬을 때
듣고 있는 날엔 어느새
날 위한 이야긴 듯해

너의 마음이 아니면 들을 수 없을 내 얘기들
네 안에 그려진 내 모습이 그저 고마울 뿐이야

너를 위한 이야기로 있어줄게
언제나 네 옆에서 힘이 돼줄게
항상 너만의 예쁜 이야기로
네 옆에 남아 있을게

우리가 나눈 시간 위에
그린 서로의 모습들이
앞으로의 우리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하는 듯해

너의 마음이 아니면 볼 수 없었을 내 모습들
너도 몰랐었던 네 모습을 너에게 들려줄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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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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