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영 전 MBC 아나운서가 18일 오전 열린 'MBC 아나운서 부당해고 지노위 결정 이행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지영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한 줄로 끝날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MBC 측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주었으면 한다."(이선영 전 MBC 아나운서)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신청' 주장을 인정받은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지난 18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休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한 9명의 아나운서 중 3명만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MBC 측에 "지노위 결정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 구제를 신청한 아나운서들은 모두 2016~2017년 사이 계약직 신입 아나운서로 채용된 이들이다. 지난해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 2월 정규직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응시했으나, 11명 중 1명만 합격했다. 그 뒤 MBC는 지난 5월 10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채용 당시 정규직 전환을 약속 받았다"며 지난 6월 29일 지노위에 MBC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므로 지난 2월 정규직 아나운서 공개 채용이 형식적인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응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당시 MBC는 공식 입장을 통해 "아나운서들은 계약직 사원들로 해고가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퇴사하였음을 알려드린다"라며 "MBC는 앞으로 필요한 인력의 경우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일각의 여론은 싸늘했다. 이들 전직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안광한·김장겸 사장 재직 당시 뽑힌 아나운서들로 '부역자'라 치부됐기 때문이다. 또 2017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이들을 부정적인 시선에 갇히게 했다.
"정상적 채용 절차 통해 입사... 파업 대체 인력 아니다"
▲ 18일 오전 열린 'MBC 아나운서 부당해고 지노위 결정 이행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MBC 전 아나운서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유지영
이선영 전 MBC 아나운서는 "3개월 동안 거리로 나가서 시민들에게 호소를 해봤지만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5월경 법적 구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라고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탁종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이들은 당시 MBC가 밝힌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통해 입사했다"라며 "파업 이후 제작 현장에서 쫓겨난 구성원들의 파업 대체 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파업에 계약직 노동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탁종렬 소장은 MBC측에 "이제라도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직 노동자의 규모를 파악해 정규직 전환 절차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최승호 사장께서 아나운서들이 제출한 관련 증거 자료를 직접 확인해주시기를 바라고 빠른 시간 내에 아나운서들과 면담을 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한 노무법인 참터 안현경 노무사는 "아직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구제 신청' 인정 이유를 담은 판정서가 나오지 않았지만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정규직과 동일한 신입 사원 입사 시험을 보고 처우를 받으면서 생활을 해왔다는 점 ▲근로계약서를 채결할 당시에도 '공채 기수'라는 말을 들었다는 점 ▲기간제 근로자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기간 정함 없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다는 점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시 신규 채용을 거쳐 고용 관계를 억지로 종료했다는 건 부당한 해고라는 점 등을 들어 지노위가 부당해고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休미디어노동자쉼터에서 열린 'MBC 아나운서 부당해고 지노위 결정 이행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박지민 전 MBC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탁종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 전 MBC 아나운서 3인, 안현경 노무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 ⓒ 유지영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이분들은 적폐 세력에 부역한 게 아니라 적폐 세력에 의해 활용당한 것이다"라며 "이들을 부역자로 낙인찍는다면 역사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작년 공정방송 투쟁에 언론 노동자 당사자들도 열심히 싸웠지만 진보적인 시민들도 결합했다. 시민들이 동참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노위에서 나온 결과는 받았지만 그 이유가 적힌 결정문을 받지 못했다. 그 사유를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노위의 판정서는 30일 내에 MBC 측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