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예진

배우 손예진이 영화 <협상>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CJ 엔터테인먼트


19일 개봉한 추석 연휴 대작 영화 셋 중 <협상>의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면 전문직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섰다는 데 있다. 액션 사극 <안시성>과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명당>에선 남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데 반해 <협상> 속 전문 협상가로 여성인 하채윤이 전면에 서 있다. 바로 그 캐릭터를 손예진이 입었다.

"범죄 오락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인데 전문직이면서 능동적인 면이 새로웠다"며 손예진은 작품 선택 이유부터 밝혔다. 그만큼 여성 캐릭터가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현실에 손예진 역시 갈증이 있었음을 드러낸 것. 

낮은 승률의 협상관
 
 <협상>의 한 장면

<협상>의 한 장면ⓒ CJ


제목처럼 영화는 크고 작은 액션보다는 협상관과 범인 사이의 심리전이 묘미다. 국제 범죄 조직 두목인 민태구 역의 현빈과의 호흡도 그만큼 중요했던 작품. 다만 하채윤 캐릭터는 번번이 주요 사건 현장에서 범인에게 당하는 등 실패를 거듭한다. 눈앞에서 인질이 죽는 모습을 수차례 겪으며 트라우마에 휩싸인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사건 해결과 동시에 내면적으로 성장해가는 채윤의 모습도 함께 그리고 있었다.

"최고 협상가라는 별명이 있지만, 승률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협상가로서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지만 마음 속에 뜨거움이 있거든.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캐릭터였다. 사건을 거듭할수록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을 마주하게 되는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것을 추진해 가는 의지가 매력적이었다.

처음 그가 경찰이 되려 한 이유도 정의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실전에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보고 견뎌야 하잖나. 스스로 능력이 없다 생각하고 그만 두려고도 한다. 나약한 면도 있는 것이지.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휩싸이면서 점점 민태구와 얽힌 진실을 알리려는 의지 역시 강해진다. 영화에서 감정 표현을 굉장히 많이 하는 캐릭터이고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현빈씨와 작업이 처음이었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캐스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협상가와 인질범 긴장감이 핵심이라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현빈씨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궁금했다. 그가 한다면 엄청난 변신일 것이고, 영화 색깔도 많이 달라질 것 같았다. 현빈씨가 작품을 잘 봐서 저도 여기 참여하는 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 손예진은 동료 배우로서 "현빈씨가 이번 작품으로 뭔가 크게 도약하는 것 같았다"며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긴장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영화 촬영에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이원촬영' 방식이 주로 쓰였다. 한 세트장에서 지하엔 현빈이, 지상 3층엔 손예진이 머물며 각자 연기를 주고받으며 이뤄진 것. "그간 특수효과 촬영이나 빈 모니터를 보고 하는 촬영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이원촬영을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더라"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손예진이 전했다.
 
 배우 손예진

"사건을 거듭할수록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을 마주하게 되는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것을 추진해 가는 의지가 매력적이었다."ⓒ CJ 엔터테인먼트

 
꾸준함 속 차별성

이번 영화라서가 아니라 손예진은 평소에도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고백했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싶다는 것까진 아니어도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이해하려는 게 있다"며 "연기 역시 캐릭터를 잘 이해해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나름의 인간관과 연기관을 밝혔다.

"인생 역시 협상의 연속이지(웃음). 친구와 밥 먹을 때도 메뉴를 서로 협상하듯이. 상대의 마음을 잘 읽는 게 좋은 협상가라고 생각한다. 민태구 예를 들면, 웃으면서 여유롭게 나올 땐 같이 웃으며 얘기하고 눈빛이 변할 땐 진정시키면서 그 이유를 찾잖나. 사람마다 협상하는 방법은 달라지기 마련인 것 같다." 

손예진은 부침이 없는 대표적인 여배우 중 하나다. 영화도 최근까지 장르를 달리하며 매년 한 작품 이상씩 선보였고, 최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크게 사랑받았다. "들어오는 시나리오 양보다는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그는 "분명 여성 캐릭터가 드러나는 작품이 절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기에 제 입장에선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손예진

"인생 역시 협상의 연속이지(웃음). 친구와 밥 먹을 때도 메뉴를 서로 협상하듯이. 상대의 마음을 잘 읽는 게 좋은 협상가라고 생각한다."ⓒ CJ 엔터테인먼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사실 대중분들이 더 큰 매력을 느껴주신 것 같다. 제가 했던 캐릭터가 지금 제 나이랑 비슷한 또래거든. 어떤 지점에선 시청자분들이 안 좋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지점에선 또 공감을 크게 받았다. 30대 직장인 여성의 삶을 굉장히 밀도 있게 그린 것 같다. 그럼에도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연애시대>도 당시 1위 시청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회자가 되고 있지 않나. 저로선 감사한 일이다.

배우로서 지금까지 얘기되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사실 가끔 너무 지치고 더 이상 보여드릴 게 없다고 느껴지거나 고갈된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대본을 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웃음). 모든 게 제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기에 열망이 제 가슴에서 계속 분출되길 바란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힘에 부치는 순간이 분명 있다. 그렇게 나만의 슬럼프와 매너리즘을 겪으면서 연기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린 감정을 보여야 하는 직업이니 두려움도 느낀다. 스스로 잘 내면을 쌓아가며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열정이 계속 솟았으면 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다양한 작품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함께 경쟁하게 된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그는 "매일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 함께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믿을 수 있는 연예 매체 많아지길"

8년 전 손예진에게 물었던 질문 하나를 다시 던졌다. <오마이스타> 창간 당시 연예 매체에 바라는 점에 대해 그는 "신뢰를 주는 정확한 기사가 필요한 때 같다"며 "더 인격적으로 책임감을 갖는 매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여전히 그 답이 유효했다. 당시보다 더욱 매체 수가 많아진 상황. 그만큼 자극적이고 사람을 낚는 기사, 기자의 이름이 없는 가십성 기사 또한 대폭 늘었다. 

"좋은 연예 매체... 너무 어려운 질문이긴 하다. 지금은 엄청 많아진 걸로 알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들도 많고. 매체 수는 많아졌는데 평균적으로 기사들이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믿을 수 있는 기사들이 있었으면 한다." 
 
 
 배우 손예진

"그렇게 나만의 슬럼프와 매너리즘을 겪으면서 연기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린 감정을 보여야 하는 직업이니 두려움도 느낀다. 스스로 잘 내면을 쌓아가며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열정이 계속 솟았으면 한다."ⓒ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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