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거슈윈 (사진출처: 영문판 위키피디아).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20세기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조지 거슈윈 (사진출처: 영문판 위키피디아).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20세기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 Wikipedia

 
2018년은 미국 현대 음악의 거장 조지 거슈윈 (George Gershwin, 1898. 09.26 ~ 1935. 07.11)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나라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리기도 한 거슈윈의 작품들은 재즈와 클래식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며 후대 음악인 및 음악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여타 음악인들 마냥 체계적인 음악 수업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였던 거슈윈은 20대 초반부터 각종 뮤지컬, 쇼무대용 음악을 만들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1924년 작곡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는 당시 그를 미국 최고 인기 작곡가로 대접받게 만들었다.  

이후 그는 프랑스 여행을 하며 느낀 감성을 녹여낸 관현악곡 '파리의 아메리카인'(An American In Paris)으로 또 한 번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35년 완성한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를 통해선 미국적인 오페라를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웬만한 클래식 및 재즈 연주자 치고 거슈윈의 작품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드물 만큼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훗날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면서 21세기에도 여전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피겨여왕' 김연아가 2010년 올림픽 금메달를 땄을 당시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쓰인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역시 거슈윈의 주요 명곡 중 하나다).

토니 베넷+다이애나 크롤... 우리 시대 최고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만남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 다이애나 크롤의 듀엣 음반 < Love Is Here To Stay >

재즈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 다이애나 크롤의 듀엣 음반 < Love Is Here To Stay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올해 나이 만 92세(1926년생)를 맞이한 백전노장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Tony Bennett)에게 어쩌면 인생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었던 작업은 바로 조지 거슈윈을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그는 'I Left My Heart In San Fransisco' 같은 명곡을 배출한 1950~60년대 스탠다드 팝+재즈 명인이었다. 하지만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그는 약물 중독, 이혼, 재정 파산 등 몰락의 시기를 맞았고 그저 평범한 팝스타들처럼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인기 스타들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무대 < MTV Unplugged > 공연을 통해 기사회생, 재즈와는 거리가 먼 20-30대 젊은 음악팬들의 지지 속에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지난 2011년, 발매한 유명 후배 가수들과의 협연 < Duet II >은 빌보드 앨범 차트 사상 최고령 1위 가수 (만 85세) 달성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연 < Cheek To Cheek >(2014년), 90살 생일 기념 음반 < Tony Bennett Celebrates 90 > (2016년) 등을 거치며 베넷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쉽지 않은 진리를 스스로 증명해낸다.
 

92세 맞은 베넷...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품

지난 14일 전세계 동시 발매된 신작 < Love Is Here To Stay >의 파트너로 선택된 인물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겸 피아니스트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이다.  1990년대 이후 재즈 스타로 발돋움한 그녀 역시 이미 베넷과의 합작을 경험한 인물이다. 이번엔 피아노 대신 보컬에만 전념하며 대선배의 위대한 도전에 큰 힘을 불어넣는다.

명문 재즈 레이블 버브(Verve)의 CEO이자 토니 베넷의 아들 대니 베넷이 제작한 새 음반에선 거슈윈 작품집으로 유명한 엘리 피츠제랄드+루이 암스트롱 듀엣의 빅 밴드 협연작 < Ella & Louis Songs Gershwin >(1957년 녹음, 1998년 발매)과 달리, 재즈 피아니스트 빌 샬렙(Bill Charlap) 트리오의 반주만 사용하는 단순한 방식의 편곡을 채용한다.

화려함 대신 소박함을 택한 반면 두 사람의 보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끔 만들면서 편안함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음반 내내 유지한다. 'S Wonderful', 'My One And Only', 'I Got A Rhythm', 'I've Got A Crush On You'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거슈윈의 대표작들이 맞춤 옷을 입은 무용수 마냥 자유 분방한 날갯짓을 펼친다.

괴짜 바이올린 연주자 나이젤 케네디의 < Kennedy Meets Gershwin >
 
 나이젤 케네디의 < Kennedy Meets Gershwin >

나이젤 케네디의 < Kennedy Meets Gershwin > ⓒ 워너뮤직코리아

 
펑크 스타일의 머리, 격식 따윈 신경 안 쓰는 파격적인 옷차림, 정통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연주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활약으로 '바이올린 이단아'로 불리던 나이젤 케네디(Nigel Kennedy, 1956년생)도 어느새 환갑을 넘겼다. 

지난 5월 재해석한 거슈윈 모음집 < Kennedy Meets Gershwin >을 공개하면 색다른 도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번엔 파격 대신 안정감을 택했다. 일렉트릭 바이올린 및 드럼 대신 어쿠스틱 기타와 콘트라 베이스 등 지극히 전통적인 악기만을 사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케네디 특유의 해석이 사라진 건 아니다. 거슈윈의 원곡 악보에 충실히 연주하던 기존 클래식 바이올린 주자들과 달리, 본인이 대부분의 수록곡을 재편곡할 만큼 열과 성을 다해 녹음에 임했기 때문이다.

집시 풍의 과감한 프레이즈 전개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Oh, Lady Be Good!',  차분한 감성을 담아 음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활을 켜는 'Porgy and Bess', 'Summertime' 등의 연주는 과거 예후디 메뉴인, 스테판 그라펠리 등 거장들의 재즈 바이올린 연주와는 사못 다른 케네디만의 뚜렷한 빛깔을 형성한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 저녁에 들으면 제격인 작품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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