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위해 일곱 편의 작품을 엄선했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함께 볼 만한 작품들을 중점으로 고려했지만,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범위를 조금 더 넓혔다.

가령,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명절이 끝난 직후의 지친 마음을 감동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고, <엘리노어 릭비>는 시리즈를 모두 보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이번 추석 연휴에 소개하고자 했다. 이 외의 작품은 가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한 작품들로 선정했으며, 최대한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들이 이번 추석 연휴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에 소개되는 모든 작품들은 네이버 N스토어를 비롯한 영상물보호위원회가 시행한 굿 다운로더 캠페인 지정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01.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2014년 12월 10일 개봉 / 123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제임스 마쉬 / 출연 : 에디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세계적인 물리학 박사 스티븐 호킹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로맨스물의 모습을 한 전기물에 가깝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스티븐 호킹이라는 사람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듯한 느낌과 함께 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받아들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초, 중반부의 아름다운 로맨스와 후반부의 지극히 현실적 상황을 이질감 없이 잘 녹여내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리와인드 신(Rewind Scene)'인데, 이 부분을 위해서라도 러닝타임인 123분을 투자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02.

<러덜리스(Rudderless)>
2015년 7월 9일 개봉 / 12세 관람가
감독 : 윌리암 H. 머시 / 105분 / 출연 : 빌리 크루덥, 안톤 옐친

 
영화 <러덜리스> 스틸컷 영화 <러덜리스> 스틸컷

▲ 영화 <러덜리스> 스틸컷 영화 <러덜리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개봉 당시 많은 홍보물에서 <러덜리스>를 두고 '관객들이 그 동안 만나온 음악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누군가의 상실감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애틋한 부정(父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러덜리스>를 연출한 윌리암 H. 머시 감독은 다양한 영화 속에서 활약한 뛰어난 연기파 배우로 더욱 유명했던 인물. 그는 이 작품으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감독으로서의 역량 또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극 중 소원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정을 쌓아간다. 러닝타임 내내 차곡차곡 쌓여가는 두 사람의 시간을 지켜보는 일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엔딩 장면에서 등장하는 4분 남짓한 노래와 이후 이어지는 스탠딩 마이크의 라스트 신이 압권이다. 이 장면은 대사 하나 없이도 그 어떤 영화의 엔딩 장면보다 숨막히게 떨리는 감정을 선사한다.

03.

<엘리노어 릭비(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시리즈
2015년 4월 9일 개봉 / 시리즈 전체 322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네드 벤슨 /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제시카 차스테인

 
영화 <엘리노어 릭비> 스틸컷ㅍ 영화 <엘리노어 릭비> 스틸컷

▲ 영화 <엘리노어 릭비> 스틸컷ㅍ 영화 <엘리노어 릭비> 스틸컷 ⓒ 이수 C&E


이번 기사의 다른 작품들이 감정적으로 깊이 닿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엘리노어 릭비> 시리즈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추석 연휴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이 작품이 시리즈로 불리는 까닭은 총 세 작품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엘리노어 릭비 : 그 여자>,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가 세 타이틀이 가진 각각의 명칭이다. 타이틀대로 '그 남자'는 남자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며, '그 여자'는 여자의 시선이 중심이다. 물론 '그 남자, 그 여자'는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시선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작품에는 두 주인공이 현재의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누구에게나 아픔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는 것 역시. 공식적으로 관람 순서에 대해 정해진 바는 없으나, <그 여자> - <그 남자> - <그 남자, 그 여자> 순으로 관람하기를 권한다.

04.

<동경가족(Tokyo Family)>
2014년 7월 31일 / 146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야마다 요지 /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아오이 유우

 
영화 <동경가족> 스틸컷 영화 <동경가족> 스틸컷

▲ 영화 <동경가족> 스틸컷 영화 <동경가족> 스틸컷 ⓒ AUD


<황혼의 사무라이>로 유명한 야마다 요지 감독의 작품으로, 작은 섬에 사는 노부부가 바쁜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동경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부모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불편하지만 외면해왔던 감정들을 정확하게 찌르면서도 노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목 뒷덜미에서부터 시작되는 저릿함이 머리 끝을 돌아 나와 눈 앞을 그렁하게 만드는 작품.

05.

<보이후드(Boyhood)>
2014년 10월 23일 개봉 / 16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 출연 :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영화 <보이후드> 스틸컷 영화 <보이후드> 스틸컷

▲ 영화 <보이후드> 스틸컷 영화 <보이후드> 스틸컷 ⓒ UPI코리아



18년의 시간을 건너 <비포 시리즈>라 불리는 작품을 완성해 낸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만든 영화다. 여섯 살 소년 '메이슨'이 열여덟 살이 되는 12년 동안 그와 그의 가족들을 직접 촬영해 만든 작품이다. 감독이 인생과 일생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이 작품의 진실성과 현실성을 추구하기 위해 12년 동안 매년 촬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메이슨과 그의 가족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또 바뀌어 가는지를 지켜보며 관객들은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이 성장 일기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주인공이 겪게 되는 다양한 아픔을 이해하는 공감과 치유의 이야기로 느끼게 될 것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롱테이크 신은 이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06.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2007년 2월 28일 / 117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가브리엘 무치노 / 출연 :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컷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컷

▲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컷 영화 <행복을 찾아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노숙자 출신으로 홀딩스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가 된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또한 실제 윌스미스 부자가 작품 속 아버지와 아들 역할을 맡은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아내마저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아버지가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작품들은 대개 장면적 연출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으로 인해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개봉 당시 '현실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동화적인 부분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행복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순간에 다가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07.

<태풍이 지나가고(After the Storm)>
2016년 7월 17일 / 117분 / 12세 관람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 아베 히로시, 키키 키린, 마키 요코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스틸컷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스틸컷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스틸컷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스틸컷 ⓒ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많은 작품들이 가족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현재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진한 메시지를 남기는 작품이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이혼 후 헤어져 지내던 가족이 태풍이 불던 날, 할머니의 집에 모여 우연히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던 모습의 삶이 아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려낸다.

추석 연휴에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작품으로 이 영화를 고른 것은,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 역의 키키 키린의 안타까운 사연과도 무관하지 않다.

키키 키린은 2004년부터 암투병을 하고 있었으며, 이 작품에 출연할 때도 건강이 좋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 돌이켜보면, "죽은 뒤에 아무리 생각해봐야 쓸모 없어, 눈 앞에 있을 때 똑바로 잘해야지" 등 작품 속 그녀의 대사 중 많은 부분이 실제 상황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 삽입된 OST인 하나 레구미의 '심호흡'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영화 행복을찾아서 태풍이지나가고 러덜리스 동경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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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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