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골'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8.4.29

▲ 이동국 '골' 지난 4월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국과 박주영, 한때 한국축구를 대표하던 두 베테랑 공격수들의 말년 행보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한 선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한 선수는 끊임없는 부상과 자기 관리 실패로 팀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리그 1위 전북에서 여전히 꾸준히 활약 중인 이동국

이동국은 올시즌 소속팀 전북 현대가 치른 대부분의 경기에 후반 '조커'로 나서고 있다. 득점왕으로 K리그를 호령하던 전성기에 비하면 출전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효율성은 여전하다. 이동국은 11골로 전체 득점 5위에 올라있으며 국내 선수로만 국한하면 단연 1위다. 문선민(인천)이 골 수는 같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출전시간은 이동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동국보다 골을 많이 넣은 선수는 제리치(강원·22골), 말컹(경남·21골), 주니오(울산·17골), 무고사(인천·13골) 등으로 모두 외국인 공격수들이다. 현재 K리그를 누비고 있는 필드플레이어 중 유일한 70년대생(1979년생)이지만 조카뻘 되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활약이다.

올시즌의 노익장 이상으로 대단한 것은 이동국의 꾸준함이다. 이동국은 전북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2009년 22골을 터트린 것을 시작으로 2010년 13골, 2011년 16골, 2012년 26골, 2013년 13골, 2014년 13골, 2015년 13골, 2016년 12골, 2017년 10골을 올렸으며 이번 시즌 11골째를 작성하며 무려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15년 이후로는 로테이션과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선발로 나서는 빈도가 높아졌지만 득점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올해도 25경기 가운데 19경기가 교체출전이었다.

사실 최전방에서 경쟁이 치열한 공격수들은 다른 포지션에 비하여 30대만 넘겨도 기량이 하락세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동국이 전북에 입단하던 시점에 벌써 나이 서른이었지만 이동국은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동국의 전성기가 곧 전북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북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강팀으로 올라섰다.

전북에서 전폭적인 신뢰로 이동국의 부활을 이끌어낸 최강희 감독과의 인연은 지금도 K리그 역사상 이상적인 사제관계의 모범으로 꼽힌다. 이동국의 성공사례로 인하여 이후 전북에서 김상식, 김남일, 최은성, 조성환 등 30대 이상 베테랑 선수들이 다른 구단에 비하여 꾸준히 중용받는 전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하프타임에 백승권 전북 현대 단장으로부터 K리그 최초 200골 달성 기념패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최종 38라운드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하프타임에 백승권 전북 현대 단장으로부터 K리그 최초 200골 달성 기념패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이동국이 남긴 발자취는 그대로 K리그와 한국축구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이동국은 17일 현재 213골을 터뜨리며 K리그 통산 득점 1위를 질주 중이다. K리그 통산 494경기를 뛴 이동국은 정규리그 10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부상 없이 6경기만 더 뛰면 500경기 고지에 오를 수 있으며, 도움 6개만 추가하면 K리그 최초로 80-80클럽(득점 및 도움 모두 80개 이상)에도 가입할 수 있다. 그야말로 K리그의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손색이 없는 업적이다.

반면 이동국과 함께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박주영의 말년은 다소 초라하다. 박주영은 올시즌 15경기에 출전하여 고작 1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인천전에서 경기에 출장한 것을 끝으로 최근 7주가량은 아예 1군 라인업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팀 부진한 상황에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의 강호로 꼽히던 서울은 올시즌 8위에 그치며 하위스플릿 추락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8월 수원 삼성과 가진 '슈퍼 매치'에서 승리한 걸 마지막으로 최근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에 허덕이고 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황선홍 감독에 이어 이을용 감독대행 체제에서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박주영은 서울 부진의 원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주영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이 나이는 들었어도 여전한 득점력을 보유한 외국인 레전드 데얀(현 수원 삼성)과 결별할 수 있었던 것도 박주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서울의 기대에 부응하는 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임 황선홍 감독 시절에는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불화설이 돌기도 했으며, SNS에 감독 '저격성 멘트'로 추정되는 글을 올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작 박주영은 이미 불안요소로 평가받았던 계속된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팀에 꾸준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팀이 장기간 부진에 빠지며 팀의 간판 베테랑으로서 본인 역시 책임을 느껴야 할 시점에도 SNS에 글을 써 논란이 되면서 자기관리에 관해 일부 팬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주영은 황 감독이 논란 속에 결국 사임하고 이을용 대행 체제가 들어선 직후에는 다시 한동안 경기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출전 기회를 얻고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을용 대행도 차츰 곤경에 빠지는 분위기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잔부상을 안고 있는 박주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성기에 비하여 활동량과 골감각이 떨어지고 있다. 8월 이후 2군경기에 출전은 하고 있지만 이을용 대행이 현재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이름값 있는 공격수'인 박주영을 좀처럼 부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실전에 올릴 만한 몸 상태가 아직 아니라는 얘기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성기의 화려한 모습보다 커리어 마지막이 중요할 수도...

이동국과 박주영의 엇갈린 희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선수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와 유종의 미가 왜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반면 이동국은 이른 나이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유럽 무대에서의 실패와 두 번의 월드컵 출전 좌절, 병역비리 의혹에 아시안컵 음주 파문 등으로 굴곡이 뚜렷한 20대를 보냈다. 하지만 온갖 비난과 시련을 딛고 K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말년까지 훌륭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박주영은 20대 시절의 국가대표 커리어나 유럽진출 초기의 활약상만 놓고 보면 오히려 이동국 이상의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병역기피 논란과 아스널에서의 장기 부진,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의리축구' 논란 등을 거치며 축구 커리어에 오점을 찍었다.

박주영이 이동국처럼 친정팀인 FC서울과 K리그 귀환을 통하여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K리그 복귀 이후에도 좀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이동국보다 6살이나 어린 나이에도 박주영에 관해서는 벌써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어쩌면 화려한 모습보다 마지막 모습이 더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베테랑의 엇갈린 말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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