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를 만났다. ⓒ NEW

 
"배우 입장에서 사극은 딜레마가 좀 있어요. 드라마에서 많이 봐온, '사극톤'이라는 게 있잖아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사건을 압축해서 더 극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강한 톤의 대사가 많아지니 표현에 고민이 많죠."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성우는, 영화 <안시성>을 연기하며 했던 고민을 털어놨다. 전형적인 사극 속 군인의 모습을 얼마나 가져올 것인가... 배성우를 이 고민에서 자유롭게 해줬던 것은 '고구려'라는 시대적 배경이었다.
 
"사극은 많았지만, 고구려를 다룬 사극은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기존 사극 장르가 가지고 있는 전형성에서 많이 자유로울 수 있었죠. 오히려 전형적인 사극 말투를 쓰면 조선시대로 보일 것 같아서 자유롭게 풀었던 것 같아요."
 
"고구려라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각각의 캐릭터가 펼치는 전투 장면은 <안시성>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매력 포인트다. 배성우는 여기에 더해 추수지만의 캐릭터 설정을 담아 표현했다. ⓒ NEW

 
영화 <안시성>은 5천 명의 군대로 20만 당나라 군대에 맞서 승리를 거둔 1400년 전 안시성 전투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배성우는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의 부관인 추수지 역을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창을 휘두르는 추수지의 액션에 대해 배성우는 "내가 보기에도 멋있었다"며 웃었다.
 
"가발이 굉장히 따가웠거든요. 따갑다고 이야기하니까 야크 털이 들어간 가발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거친 전쟁터를 누비는 장수의 머릿결인데 너무 찰랑찰랑하면 이상하잖아요. (웃음) 거친 느낌을 위해 기미까지 다 그려주셨죠. 그만큼 분장팀과 의상팀이 세세하게 비주얼을 만들어주셨어요.
 
갑옷도 너무 무거워서 촬영할 때마다 스쿼트 하는 느낌도 들고, 액션도 그렇고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화면에 잘 담긴 것 같아요. <안시성>은 사실 비주얼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굉장히 궁금했고 걱정도 됐는데, 결과적으로 잘 빠지지 않았나..."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성우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성우 ⓒ (주)NEW

 
각각의 캐릭터가 펼치는 전투 장면은 <안시성>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매력 포인트다. 배성우는 여기에 더해 추수지만의 캐릭터 설정을 담아 표현했다.
 
"장수 캐릭터 중 추수지 나이가 가장 많아요. 오랫동안 양만춘과 함께해온 사람이고, 그만큼 전쟁터에서 오래 싸우고 살아남은 베테랑이죠. 어차피 죽을 고비 많이 넘긴 사람이잖아요. 20만 군사를 보고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캐릭터이길 바랐어요.
 
또, 고구려가 굉장히 호전적이고 용맹한 나라였다잖아요. 싸움도 잘하고 독한 애들인데, 당나라가 얕잡아보고 잘못 건드린 느낌... 사자 호랑이도 무섭지만 오소리 이런 애들 잘못 건드리면 진짜 무섭거든요. 독하고 깡다구 센 오소리의 느낌? 대본 연습할 때 박성웅씨(당 태종 이세민 역)가 '우리가 이런 애들한테 지는 거야?' 이랬거든요. 딱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설정, 하지만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추수지는 양만춘이 흔들릴 때 그를 붙들어주는 조력자이자, 부하지만 양만춘이 믿고 의지하는 인물이다. ⓒ NEW

 
영화는 양만춘 장군의 리더십과 안시성 전투의 위대한 승리를 중점적으로 그려낸다. 자연히 주변 인물들의 서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양만춘 장군을 둘러싼 각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나 각자의 개성에 의존해 존재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추수지는 양만춘이 흔들릴 때 그를 붙들어주는 조력자이자, 부하지만 양만춘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배성우는 나름의 해석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추수지는 자체 이미지나 캐릭터가 강한 배우가 맡으면 어떨까 싶긴 했어요. 결국 제가 하게 됐고, 최대한 저만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죠. 밋밋할 수도 있고, 전형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어떻게 살려볼까 고민하다 결국 케미를 살려보자 싶었죠. 평소 조인성씨와 친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사이니까 이런 일상적인 느낌도 살리고요. 또, 장수들이라고 늘 기합 빡! 넣고 살진 않을 테니, 평상시 모습에선 조금씩 허당의 모습도 담아보고, 싸울 땐 또 돌격대처럼 변하고... 따뜻함과 우스꽝스러움도 함께 보여줘야 장수들 간의 끈끈함이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부분에서 배우들이 대사나 캐릭터를 장난스럽게 살려보려고 할 때 감독님이 제지한 경우도 있었어요. 감독님은 '그거 하지마' 하시고, 배우들은 '왜 재밌는데~' 하고요. 저도 극 중 제 이름이 추수지인데, 대본 연습할 때 '수지예요' 이랬다가 '제발 그거 하지 말라'고 제지당했죠. (웃음)

 
양만춘이 흔들릴 때 추수지가 잡아주는 장면도 있는데, 사실 연기할 땐 좀 더 다그치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영화로 보니 완만하게 편집됐더라고요. 조금 아쉽기는 했죠. 하지만 감독님은 최대한 정석대로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안시성 전투나 양만춘 장군을 전면에 내세운 건 <안시성>이 처음이니까, 양만춘 장군의 영웅적인 면모를 유지하고, 몇 줄 되지 않는 기록을 충실하게 담아내려고 하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결과적으로 각자 캐릭터를 살리려는 배우들의 노력과, 감독님의 연출 의도가 밸런스를 잘 이룬 것 같아요."
 
커진 비중 만큼 커진 책임감 
 
 영화 <안시성>에서 추수지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

꾸준히 역할을 키워 온 배성우는 꾸준한 활약 속에 명실상부 '충무로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높아진 비중만큼, 배우로서 작품에 느끼는 책임도 함께 커졌다. ⓒ NEW

 
7개월간 100회차의 촬영. 춥고 더운 날씨도, 무거운 갑옷도 힘들었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20만 당나라 군사가 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펼쳐야 하는 장엄한 연기는 민망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지치는 일이 많았지만, 더 많은 스태프들의 고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만큼 더 큰 책임감과 무게를 가지고 연기했다고. 배성우는 모두가 함께 고생한 결과물이 만족스러워 다행이라며 웃었다.
 
꾸준히 역할을 키워 온 배성우는 꾸준한 활약 속에 명실상부 '충무로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높아진 비중만큼, 배우로서 작품에 느끼는 책임도 함께 커졌다.
 
"손익분기점이 600만인데, 그만큼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김)의성이 형한테 했더니, '영화 하는 사람들은 진짜 이상해. 200억 정도 들여서 사업을 했으면 큰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데 영화는 어떻게 된 게 200억을 쓰고도 본전만 지키길 바라냐' 이러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지금은 손익 넘기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분위기를 봐선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inter:view 다른 기사

  • 옆으로 쓸어 넘길 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