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확행>의 한 장면

<무확행>의 한 장면ⓒ SBS

 
'시작은 무모하나 그 끝은 행복하리라! 잃어버린 인생의 반쪽을 '무확행(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채우겠다.' 

먼저 도착해 있던 3명의 남자는 저마다 얼굴에 '저는 불행합니다'라고 써붙인듯 낯빛이 어둡다. 애써 '어색함'을 연기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서장훈(불행 약력 : 2012년 이혼, 지병 : 무릎연골 없음. 결벽증), 이상민(불행 약력 : 2005년 이혼, 70억 빚으로 부도, 지병 : 공황장애, 내장비만, 커피중독), 김준호(불행 약력 : 2018년 이혼, 요식업 및 기획사 사업 실패, 지병 : 당뇨, 구강 악취)가 그 주인공들이다. 정말 칙칙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 거지?' 그들은 자신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건 '이혼 경험'이다. 아예 대놓고 '불행 약력'이라 광고한다. 한국 남자들 아니랄까봐 나이순으로 족보를 정리하더니, 그 다음에는 '돌아온 날'을 기준으로 또 하나의 족보를 만든다. 돌싱 5개월차인 김준호는 6년차의 서장훈과 13년차의 이상민에게 바로 깨갱한다. 이상민은 "별 거 없어. 이러다보면 5년 가요. 금방 가, 시간이"라고 조언(?)을 건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예능인들끼리 구도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한 명의 남자가 더 들어온다. 참 식상한 설정이다. 그는 배우 이상엽(불행 약력 : 3년간의 공개열애 마침표)이다. 예능인들의 틈에 배우 등 다른 직종의 예상밖 인물을 추가하는 뻔한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공개연애가 끝난 후의 아픔을 꺼내놓으며 자신의 '불행 약력'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저는 법적인 이별은 아니"라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무확행>의 한 장면

<무확행>의 한 장면ⓒ SBS

 
SBS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무확행>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4명의 남자들은 스스로를 '애잔하다'고 포장했다. 허나 그건 지나친 자기 연민이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물론 이혼 경력은 결코 흠이 아니다. 과거처럼 쉬쉬하던 시절도 지났다.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돌싱'이라는 호의적인 신조어도 생겨나지 않았나. 서로 맞지 않는데 괴로워하며 불행히 함께 지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선택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면 어찌 그 결정을 매도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무확행>이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다만, <무확행>의 성급함은 '이혼 경험'을 '불행'과 동치(同値)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혼에 대한 무지(無知)이자 수많은 돌싱들에 대한 무례일 수 있다. 게다가 출연자들 역시 캐릭터를 소화하려는 의지만 엿보였을 뿐,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정말 그들은 불행한 걸까? 불행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확행>의 한 장면

<무확행>의 한 장면ⓒ SBS

 
게다가 여행은 난데없다. 또, 굳이 포르투갈로 가야 했을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왜 굳이 비싼 출연료를 줘가면서 저들을 위해 여행까지 보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된 캠핑카에서 탁재훈이 '행복 요정'으로 등장한 순간엔 더 실망했다. 뻔한 캐스팅. 시청자를 우습게 보는 걸까?

어김없이 <무확행>은 출연자 모두 남성으로만 꾸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예능계의 남성 편중에 대한 비판에 아랑곳 않은 뚝심있는(?) 캐스팅이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불행하고 이혼도 불행하다면서 꾀죄죄한 자신을 '애잔하다'고 연민할 수 있는 존재들은 대개 남성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철없는' 돌싱남이 아니면 출연하기 어렵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큰 경험을 한 후에도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존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건 '미운 우리 새끼'들의 동반 여행 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말 행복을 찾고 싶다면 카메라 없이 할 일이다. 이런 '짠내'는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