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 메인포스터 영화 <물괴> 메인포스터

▲ 영화 <물괴> 메인포스터영화 <물괴> 메인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01.

여름 방학 시즌과 두 번의 명절 연휴는 관객들이 특히 더 많이 극장을 찾는, 메이저 배급사라 불리는 회사들이 사활을 거는 작품들이 쏟아지는 대표적인 기간이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지난 여름 방학 기간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꺼내든 <신과함께 : 죄와 벌>을 제외하고는 각 배급사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추석 연휴를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물괴>, NEW(Next Entertainment World)의 <안시성>, CJ Ent.의 <협상>, 메가박스 플러스엠의 <명당>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 <물괴>가 4편의 작품 가운데 첫 시작을 알리는 셈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허종호 감독은 <카운트 다운>으로 첫 장편 연출을 시작했다. 다음 작품이었던 <성난 변호사>에 이어 이 작품 <물괴>가 세 번째 작품이다. 지난 두 작품에 비해 이번 작품에서 확실히 상대적으로 볼륨이 큰 작품을 연출하게 되었다. 그가 보여준 안정감이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과의 연이은 작업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실제로 지난 두 작품에서 보여준 연출은 매끄러웠다. 다만, 그의 지난 두 작품이 범죄 스릴러 쪽에 가까운,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극이라는 장르물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됐다. 

02.

"인왕산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사람을 해쳤다 하옵니다. 그것을 두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짐승이라 하여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 물괴라 부른다 하옵니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에 실제로 기록되어 있다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중종 22년, 아무도 본 적 없는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나 백성들을 해치고 한양 도성을 위협해 온 나라가 공포에 빠지게 된다. 물괴라 불리는 이 존재와 마주치게 되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역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이다.

물괴의 존재를 믿을 리 없는 중종은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고자 하는 영의정과 신하들의 계략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과거에 내쳤던 내금위장 윤겸과 그의 부하 성한을 궁으로 불러들여 물괴를 토벌할 부대를 조직한다. 그렇게 물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떠나게 된 토벌대는 소문이 만들어 낸 허상인 줄로만 알았던 물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 <물괴> 스틸컷 영화 <물괴> 스틸컷

▲ 영화 <물괴> 스틸컷영화 <물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03.

영화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선재물들은 전면에 물괴라는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물괴가 등장하는 부분만큼이나 조선의 혼란스러운 사회적 모습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물괴가 실존하는 대상이 아닌, 영의정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받아들여지는 영화의 초중반부에서는 이를 이용한 여러 상황들이 잘 묘사된다. 물괴라는 상상 속 존재를 만들어 백성들을 괴롭힌 뒤 그 원성을 중종에게로 돌리는 영의정의 정치적 암투. 역병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백성이 물괴의 존재로 인해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지게 되는 사회적 생활고와 같은 부분들. 영의정 심운과 진용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정의나 인의는 사라지고 개인의 영욕만이 남은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딱 여기까지. 이후의 영화는 예상 가능한 수순을 따르며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아니, 작품을 몰입을 방해하는 여러 단점들만 늘어놓으며 무엇을 위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지 스스로 조금도 설명하지 못한다.

04.

작품 전체의 톤을 흔드는 웃음 코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틈만 나면 치고 나오는 코믹함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의 맥을 끊고, 캐릭터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요소가 된다. 대부분의 웃음 코드는 성한이라는 인물이 책임지고 있는데, 배우 김명민과 김인권, 두 사람의 코믹한 모습은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김명민, 오달수 두 콤비를 떠올리게 만든다. – 심지어 윤겸이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은 기시감마저 느끼게 한다. – 문제는 이 작품의 톤이 결코 <조선명탐점> 시리즈와는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인데, 감독은 끊임없이 이 작품을 코미디의 영역으로 끌고 가고자 한다. 시종일관 무거울 수 있는 작품의 환기를 위해 활용되었다고 보기엔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만의 특색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선가 봤음직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겨우 이런 장면들을 뽑아내자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는 물괴라는 괴물을 지금 이 시점에 스크린으로 옮겨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일한 장면의 반복을 통해 어떤 의미를 끌어내고자 했던 시도도 세련되지 못하다. 어떤 의도로 명과 선전관의 내러티브를 연결하려고 했는지 이해는 하지만, 너무 노골적인 방법으로 인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갑자기 도망자 신세가 되는 심운의 모습도, 잔다르크가 되어 백성들을 일깨우는 명의 모습도 그리 깊이 공감되지는 않는다.
 
영화 <물괴> 스틸컷 영화 <물괴> 스틸컷

▲ 영화 <물괴> 스틸컷영화 <물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05.

그 중에서도 설정의 붕괴는 이 작품을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무성의한 연출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특히, 퇴화된 시각 대신 청각이 발달했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 물괴를 활용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오만하다. 영화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물괴의 시점을 관객들과 공유하도록 물괴의 1인칭 시점을 들이밀고 있다. 물괴의 시각이 퇴화되었다는 설정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퇴화되었다고 말한 물괴의 시점을 관객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건 기만적 행위다. 스스로 정한 설정을 다른 외부적 요소로 인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또 다른 장치로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의미로 대단하다.

물론, 이런 종류의 몬스터 무비(크리쳐 무비)에서 1인칭 시점이 주는 이점들을 - 1인칭 시점은 역동성과 실제감, 현실감을 한꺼번에 전달하는데 가장 용이한 방식이다. –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 속 중요한 설정들을 무너뜨려가면서까지 보여줘야 했던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차라리 물괴의 등에 창이나 작살이 꽂힌 채로 매달린 병사나 주인공의 시각을 활용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눈이 먼 물괴의 시각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했던 걸까. 단순히 멋있는 표현에만 집착했던 것은 아니었나.

06.

영화가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자극에 가장 많이 좌우되는 작품이라고 해서 그 이외의 것들을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역시 하나의 이야기이며, 시각과 청각적 자극은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 작품의 패착은 여기에 있다.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 그 자극조차도 섬세하게 잘 조직되지 못해 제대로 된 임팩트를 주지 못했던 것에 말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섬세하고 밀도 있게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물괴> 스틸컷 영화 <물괴> 스틸컷

▲ 영화 <물괴> 스틸컷영화 <물괴>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