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넌> 포스터

영화 <더 넌>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예전부터 우리는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을 그린 유니버스를 봐왔다. 공포 영화 세계관에서 안 될 이유가 없다."

제임스 완 감독은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로 공포영화계의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간 바 있다. 최근 공개된 영상을 통해 제임스 완 감독은 '컨저링 유니버스'를 통해 공포영화도 '어벤져스'처럼 될 수 있음을 밝혔다. 각각의 시리즈의 슈퍼 히어로들이 한 작품 안에 뭉쳐 막대한 시너지를 내는 '어벤져스'의 세계관처럼 공포영화 역시 각각의 유령들을 시리즈화로 만든 뒤 하나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이 된 것이 <컨저링>이다. 퇴마사 워렌 부부가 악령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컨저링>은 다양한 귀신들을 출연시키며 거대한 '유니버스'를 향한 시작을 알렸다. 오컬트와 엑소시즘이 결합된 이 영화는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무서운 영화'로 알려지며 입소문을 탔고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후 <컨저링> 속 인형 애나벨을 소재로 한 영화 <애나벨>이 2편이 만들어지며 세계관은 더욱 강하게 구축된다.

그리고 이번 <더 넌>에서는 <컨저링2>에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수녀귀신 발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품의 배경인 1950년대 루마니아는 2차 대전 이후라는 불안정한 상황과 뱀파이어 설화를 증폭시킨 드라큐라 백작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숲속의 거대한 수녀원과 악령을 피하기 위해 자살하는 수녀의 모습, 시체를 발견한 청년의 모습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트로를 선보인다.

수녀원 배경으로 한 <더 넌>,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영화 <더 넌> 스틸컷

영화 <더 넌>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수녀원에서 의문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후 바티칸에서 파견된 버크 신부와 아이린 수녀는 캐릭터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공포영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버크 신부는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악령을 쫓아내는 힘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마음 속 죄책감 때문에 악령의 유혹과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린 수녀는 전형적인 공포영화 속 여성 주인공이다. 고난과 시련의 중심에 있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당하기만 하다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는 주인공 역할에 충실하다. 이런 주인공들의 익숙한 모습은 장르적인 거부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더 넌>은 '수녀공포'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의 영화다. 영화는 색다름 속에서 익숙함으로 중심을 잡기 위해 주인공들에게 전형적인 색을 부여한다.

영화가 공포를 발현하는 힘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폐쇄, 두 번째는 발락의 캐릭터성이다. 이 영화의 포인트 장면 중 하나는 버크 신부가 관에 갇히는 장면이다. 순식간에 관에 갇혀 공포를 호소하는 버크 신부의 모습처럼 영화는 수녀원이라는 공간에 인물들을 가둠으로 관객들에게 폐쇄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마을-숲속-수녀원-수녀원 지하로 이어지는 활동 공간의 축소는 이런 폐쇄성을 가속시킨다.
 
 영화 <더 넌> 스틸컷

영화 <더 넌>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익숙하면 덜 무섭기 마련이지만 발락은 애나벨처럼 캐릭터 그 자체로 큰 힘을 지닌다. 발락 존재에 대한 인식은 발락을 꽁꽁 숨겨두면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한다. 관객들은 최종 보스의 존재가 발락임을 알기에 언제 발락이 등장할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스크린 앞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발락이 등장한 순간 기다림에 어울리는 쾌감을 얻을 수 있다.

제임스 완으로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어느덧 5번째 작품을 완성시켰다. 애나벨에 이어 발락까지 시리즈를 완성시키며 '컨저링 유니버스'는 멤버들의 서사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였다. <더 넌>은 중세풍의 서늘함과 목을 조여오는 폐쇄감, 발락이라는 히든 카드가 매력적인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김준모 기자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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