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계의 대세는 관찰예능이지만 이와 함께 방송가의 구미를 당기는 장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시사예능'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시사'와 '예능'을 접목시킨 시사예능을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면서 과열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범람하는 시사예능, 문제점은 없을까.
 
<썰전>으로 시작된 시사예능 전성기
 
 시사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JTBC <썰전>

시사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JTBC <썰전>ⓒ JTBC


'시사예능'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작품은 누가 뭐래도 JTBC <썰전>이다. <썰전>은 처음부터 기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으레 보여줬던 고루하고 낡은 진행방식을 완전히 거부한 파격적 형식이었다. 김구라를 메인 MC로 내세우며 예능적 요소를 강하게 첨가했고, 다양하고 스피디한 편집으로 20~30대 시청층을 확보했다.
 
초기 <썰전>을 이끌었던 이철희-강용석 콤비는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입장을 치열하게 대변하면서도 중간중간 '농담 따먹기' 식의 만담을 선보였고, 퀴즈 대결을 하며 바가지를 얻어 맞는 망가짐도 불사했다.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언제나 진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린 것이다.
 
2016년, 유시민-전원책 콤비가 새로운 평론가로 등장하면서 <썰전>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총선을 시작으로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가 터졌고, 급기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정국을 뒤덮으면서 <썰전>의 시청률도 덩달아 치솟았다. 한때 10%에 육박할 정도로 전국민의 관심을 받은 <썰전>은 대표적인 시사예능으로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기에 이른다.
 
유시민의 촌철살인과 전원책의 좌충우돌 평론이 충돌하며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 내고, 어렵고 복잡한 사안을 각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며 대화와 토론의 즐거움을 선사한 <썰전>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한국갤럽)에서 <무한도전> 등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각 종합편성채널은 <썰전>을 벤치마킹한 시사예능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작비는 저렴하고, 수익은 높은 시사예능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당시 팟캐스트를 주름잡던 정봉주를 캐스팅한 채널A <외부자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정청래를 내세운 MBN <판도라>가 이 시기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시사예능으로 재미를 보게 되자 지상파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지난 8월 종영),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등이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KBS 1TV가 예능인 김제동을 MC로 섭외하여 <오늘밤 김제동>을 론칭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야흐로 시사예능의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밥에 그 나물' 시사예능, 문제는 없나
 
 
 각종 논란과 이슈 끝에 지난 8월 종영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각종 논란과 이슈 끝에 지난 8월 종영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SBS


그러나 시사예능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식상함'이다. <썰전>의 아우라가 너무 컸던 탓인지 후속 작품들은 <썰전>의 포맷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부자들> <판도라>는 출연자만 다를 뿐, 예능인이나 가수를 MC로 내세우고 양 쪽에 각 진영의 평론가들을 앉히는 등 구성이 똑같다. 심지어 세트 구성과 어두운 배경 등까지 흡사하다. 
 
토크를 진행하는 방식도 천편일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하나의 주제를 던져놓고 평론가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늘밤 김제동>은 생방송으로 제작하는 등의 변화를 꾀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대단히 새롭다고 할 만한 요소를 발견하기 힘들다.
 
외적인 구성은 차치하고라도 각 프로그램이 다루는 콘텐츠들이 비슷한 건 더욱 치명적이다. 한 주에 벌어지는 정치적 이벤트나 사건사고 등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똑같은 이야기를 시간만 다르게 하여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서로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행태라고 밖엔 볼 수 없다. 각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콘텐츠 발굴, 신선한 코너의 신설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청률 경쟁이 과해지면서 '막말' 수준의 평론이나,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또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들이 속출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 각 방송사의 이해관계, 또는 진행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한 쪽으로 편향 된 시선을 보여주는 일이 부지기수여서 시청자들의 올바른 판단력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휘해서 지금이라도 각 시사 예능의 냉철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의 개성을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포맷을 꾸준히 발굴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팩트체크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동시에 한 쪽으로 편향되지 않은 공평한 시선도 갖춰야 한다. 출연진의 '질'을 관리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각자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오늘날의 시사 예능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시사를 '삶의 현장'으로 끌어 내렸다는 점에서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발전 없는 복제, 혁신 없는 정체를 반복하다가는 한 순간 시청자들의 사랑이 식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시사 예능을 만들어 가고 있는 모든 제작진이 치열하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어 나가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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