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재명이 며칠 사이에 의사에서 노숙자로 역할을 달리해 드라마에 출연한다.

대학병원 의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JTBC <라이프>가 끝나고 JTBC 드라마페스타 <탁구공>에 출연하게 된 유재명은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땐 <라이프>와 연결된 작품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라이프>가 주는 여운에 방해가 될까봐 걱정이 된 건 사실이지만 한 주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난다"며 "방송이 나갈 때쯤에 작품이 주는 매력을 잘 받아들여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부작 드라마 <탁구공>에서 유재명은 개천에 사는 노숙자 '김득환'으로 분해 대학생 청년 김영준(지수 분)과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탁구공>은 조금산 작가가 그린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다소 짧은 원작에 살인사건을 추가해 긴장감을 주었다고 한다.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탁구공>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상호 감독은 "드라마로 원작이 가진 힘을 이어오고 싶었다"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재밌게 보시고 드라마의 여운을 마음 속에 하나 정도 담아두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유재명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육체적으로 쉬고 싶은 마음 때문에 거절하겠다고 생각을 했다가 머릿속에 작품이 계속 맴돌아 후회할 것 같아 용기를 내 작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재명은 최근 드라마 <라이프>와 영화 <명당>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감사하게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멍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득환도 그런 인물이다. <탁구공>이 내게는 인생에 대한, 사는 것에 대한 화두를 받아갈 수 있는 휴가 같은 그런 작품이 됐다"고 전했다.
 
"<탁구공>은 다른 작품들처럼 현란하거나 큰 이야기를 담아 시청자들과 교류하려는 작품은 아니다. 어릴 때 TV에서 했던 심야 명화극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빛이 바랜듯 하고 인물들도 약간은 촌스럽다. 그들이 보여주는 환영이 내 삶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선한 가을날 밤 11시에 맥주 한 캔을 따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지' 생각하며 미소짓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유재명)

한편 유재명은 "듣기 민망하지만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전작의 이미지를 지워내는데 탁월한 배우'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얽매임 없이 유목민처럼 사는 게 꿈이라 현장에서 즐거웠다. 아무렇게나 눕고 수염도 안 깎아도 되고 세수를 안 해도 분장으로 연결이 되니 재밌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어 "단막극은 쉽고 편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미학적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돼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소통해서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명의 상대역에는 배우 지수 "따뜻한 선배님 계셔 좋아"

철학과 대학생 김영준 역할은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지수가 맡았다. 지수는 "원작도 재밌게 봤고 대본을 봤는데 재미가 있었다. 유재명 선배님도 출연하신다는 걸 듣고 같이 하면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싶어서" <탁구공>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수는 "<힘쎈여자 도봉순>에 같이 출연하긴 했지만 만나는 신이 없어 이번에 선배님과 함께 하게 돼 너무 좋았다"며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저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고 선배님이 하신 말씀도 귀담아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