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대중성을 포기했는데 장사가 잘되는 솔루션을 어떻게 줘? 나한텐 똥고집으로밖에 안 보여. 자기가 좋아하면 자기 집에다 해 놓고 먹어. 얼마나 아집이야. 이건 아집이야."

지난 12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하이라이트는 백종원과 막걸릿집 사장의 제법 치열했던 설전(舌戰)이었다. 이 장면은 순간 시청률 6.6%(유료플랫폼 전국 기준)까지 올랐을 만큼 흥미진진(하거나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게) 했다.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을 두고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백종원은 어떤 물을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사장은 물보다 누룩이 맛을 좌우한다고 반박했다. 

1차 막걸리 회담이 결렬된 후, 막걸릿집 사장은 보문산에서 약숫물을 떠서 맛을 비교해 봤는데 약수를 넣었을 때 맛이 한결 나았다고 털어놓았다. 백종원은 시중의 막걸리와 비교해 사장님의 막걸리가 제일 맛있냐고 물었고 사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전국에 유명한 막걸리 10종을 가져와 막걸릿집 사장의 막걸리 2종을 섞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장은 "연구소에 있을 때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막걸리를 많이 사서 마셔보고 맛 평가를 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백종원이 여유있게 맛을 맞춰나간 반면, 사장은 쩔쩔매다 고작 2개밖에 찾아내지 못했다. 자신있게 내뱉었던 말과 달리 실제로 맛에 대한 경험과 분석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본 백종원은 허탈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막걸릿집 사장의 막걸리를 선택한 사람은 없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너무 맹맹해요." 
"물 같고.. 물에다 막걸리 탄 느낌?"


이어서 대전 청년구단 동료들의 냉정한 맛 평가가 이어졌다. 젊은 층의 입맛을 공략했다던 막걸릿집 사장의 막거리는 철저히 외면을 당했다. 입맛이 순한 편인 여성 동료들도 '맹맹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사장의 막걸리(2번)를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막걸릿집 사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려 들지 않았다. 그는 실제 손님들의 평가는 다를 거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더욱 혹독한 현실에 직면해야 정신을 차릴까?

청년의 패기를 모르지 않는다. 상대방을 꺾고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 한 분야의 대가(大家)에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고 싶은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것에 대한 철저하고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완벽에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어설픈 경험과 섣부른 내공을 완전하다 착각한 채 굽히지 않으려는 태도는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똥고집'일 뿐이었고, '아집'에 지나지 않았다. 

청년구단의 맏형인 초밥집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걔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에 심취해 타인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했다. '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작 "이건 배가 고파서 그냥 먹는 겨", "6천 원이 아니라 600원이라도 음식은 맛이 있어야지"라는 시식단의 혹평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백종원 콧대를 꺾어버리겠다는 오만함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옛날부터 그릇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꾸미는 것도 없고 푸드코트식?"


청년구단 동생들은 초밥집 사장이 없는 자리에서 맛 평가를 시작했다. 모듬 초밥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동생들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초밥집 사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어의 맛이 안 느껴진다, 손이 가지 않는다', 완성된 재료를 너무 많이 써서 1만2000원을 내기엔 돈이 아깝다' 이제야 자신의 음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을까. 그동안 몰랐다는 게 더 놀랍다. 사장이 자신있어 했던 고등어 조림에 대한 평가 역시 좋지 않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자기 객관화의 결여'가 가져오는 폐해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식당과 그 업주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된다. 그건 바로 나의 음식은 맛이 있고, 나의 사업 방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지녔다는 것이다. 또, 백종원의 콧대를 꺾어버리겠다는 오만함까지 보인다. 이런 부류들은 대개 개선의 여지가 적다. 

물론 그런 똥고집과 아집을 가진 출연자가 있어야 시청률에는 도움이 될 테니까 방송사 입장에서는 고마울지도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혈압이 머리 끝까지 오른다. 즉각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는 음식 장사를 하면서 어떻게 그토록 안이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청년'으로 소개되고 있는 터라 더욱 씁쓸함이 강하다. 

청년의 강점이 무엇이겠는가. 그건 바로 타인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연함과 자신의 실수나 판단 착오를 재빨리 수정할 수 있는 순발력이 아닐까. 사실 저들의 입장에서는 백종원과 같은 전문가에게 솔루션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운을 손에 쥔 것이다. 그런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린다면 사실상 개선의 여지가 없다. 과연 다음 회에서 얼마나 달라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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