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 J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페르난도 토레스. 그를 영입한 일본 프로축구팀 사간 도스와 선수 경력 막바지에 새로운 모험에 나선 토레스의 앞에는 꽃길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한때 스페인 '무적 함대'의 핵심 공격수였던 토레스는 현재 J리그에서 고전 중이다. 이번 시즌 토레스는 리그 9경기에 나서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비셀 고베로 이적해 연일 찬사를 받고 있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활약상과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스페인 선수 이니에스타(왼쪽)와 페르난도 토레스(오른쪽)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스페인 선수 이니에스타(왼쪽)와 페르난도 토레스(오른쪽)ⓒ 토레스 인스타그램 갈무리


더 큰 문제는 사간 도스가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이다. 현재 사간 도스는 J리그1 16위로 강등 플레이오프 순위에 위치 중이다. J리그2로 강등되면 토레스의 고액 연봉을 사간 도스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일본 언론은 토레스가 사간 도스와 벌써부터 이별을 생각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토레스가 선수 생활 말년에 고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토레스만 겪었던 어려움이 아니다.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 마음 편히 도전했다가 실망감만 안고 떠난 이가 한둘이 아니다. 말년에 아시아로 와 고생했던 선수들에 대해 소개한다.

디에고 포를란 - 남아공 월드컵 MVP에서 J리그2로 강등

디에고 포를란은 최근 일본 열도에 불고 있는 스타 선수 영입의 시발점 같은 선수다. 물론 과거 J리그는 '하얀 펠레' 지쿠,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게리 리네커 등을 영입하기도 했다. 한동안 줄어들었던 세계적인 선수 영입에 대한 열망은 포를란을 통해 다시 분출되기 시작했다 .

포를란의 J리그행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우루과이의 공격수 포를란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회 MVP를 수상했던 슈퍼스타다. 비야 레알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맹활약하며 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했던 공격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물의 J리그 입성은 스타 선수 등장에 목마른 K리그 팬들에게는 부러움에 대상이었다.

하지만 포를란을 데려온 세레소 오사카는 전혀 반갑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 포를란과 리그 우승을 꿈꿨던 세레소의 2014년은 J리그2 강등으로 귀결됐다. 기대를 걸었던 포를란은 무기력했다. 특유의 날카로운 킥과 공을 잡았을 때 실력은 인상적이었지만, 스피드와 활동량은 전성기 시절과 한참 거리가 있었다. 포를란은 2014년에 컵대회를 포함해 33경기에서 단 9골을 넣는데 그쳤다.

무엇보다 강등의 확정된 경기에서 포착된 포를란의 웃는 모습은 세레소 팬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의외로 J리그2로 강등된 세레소와 포를란의 동행은 2015년 6월까지 계속됐지만, 포를란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었던 세레소는 결국 포를란을 놔줬다. 이후 포를란은 페냐롤-뭄바이 시티-킷치SC를 거쳐 올해 은퇴를 선언했다.

디디에 드록바 - '드록신(神)'의 험난했던 중국 생활

디디에 드록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첼시 FC 황금기의 주역이다. 첼시의 주전 공격수로 수많은 트로피를 첼시에 선물했다. 그는 훌륭한 피지컬과 정교한 발기술로 수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야수 같은 몸짓에 중요한 경기에 한 방을 터뜨리는 드록바의 모습에 한국 팬들은 그를 '드록신(神)'이라 불렀다.

2012년 첼시의 오랜 숙원이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드록바는 그해 6월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선화로 팀을 옮겼다. 상하이의 드록바 영입은 '황사 머니' 광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지난 6월 14일(현지시각)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코트디부아르와 일본과의 경기에서 디디에 드로그바가 코트디부아르의 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코트디부아르와 일본과의 경기 당시 디디에 드로그바(왼쪽)의 모습ⓒ 연합뉴스/EPA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유럽 축구 중심에서 활약했던 드록바이기에 중국 무대 정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적 후 초반 6경기에서 4골을 잡아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런데 중국 무대에 적응하던 2012년 9월 상하이가 드록바를 방출한다는 뉴스가 알려졌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비싼 이적료를 지불한 대가라는 추측이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다행히도 드록바는 계약 해지 없이 본래 계약 기간인 2014년 6월까지 상하이 선수로 남게 됐다. 허나 드록바는 중국 생활에 금세 실증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2013년 1월 열렸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비를 위해 중국 리그가 비시즌인 틈을 타 단기 임대를 노렸지만, 임대가 무산되면서 상하이와 완전히 사이가 틀어졌다. 결국 드록바는 네이션스컵 종료 이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터키의 갈라타사라이 SK로 이적해 다시 유럽 무대로 복귀했다. 

카를로스 테베즈 - 논란만 가득했던 1년

2016년 12월 상하이 선하는 아르헨타나 보카 주니어스 소속의 카를로스 테베즈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를 거치며 유럽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했던 테베즈의 중국 리그 도전이었다.

드록바와 관계로 한 차례 상처를 입은 상하이는 달콤한 열매로 테베즈를 유혹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테베즈의 주급은 61만 5000만 파운드. 당시 환율로 따지면 한화로 9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연봉이었다.

그러나 열매가 너무 달콤했던 탓일까. 테베즈는 성실히 경기에 임하지 않았다. 중국 무대에서 테베즈의 실력은 형편 없었다. 총 16경기에 출장해 4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일주일에 9억 가까운 주급을 받는 선수의 기록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테베즈의 태도가 문제였다. 과거보다 한층 넉넉해진 살집은 과체중 논란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또한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부상으로 원정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이 가족들과 디즈니랜드를 활보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테베즈의 디즈니랜드 목격담은 2017 시즌 초반 팀이 부진을 지켜봤던 상하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테베즈는 "중국 축구는 50년이 지나도 유럽 축구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뱉었다. 중국 축구계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된 테베즈는 2년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올해 1월 친정팀 보카 주니어스로 다시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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