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팬이라면 다소 놀랄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감독 제임스 건이 연출 직에서 하차한 일이다.

디즈니는 약 10년 전 건 감독이 쓴 트윗을 이유로 그를 감독의 자리에서 내보냈다. 실제로 건 감독이 쓴 트윗들은 이 글에 직접 인용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문제적이다. 그는 성폭력, 에이즈, 홀로코스트를 조롱하는 글을 썼으며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는 '소아 성애' 트윗도 작성했다. 일례로 그는 가수 저스틴 비버를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다름없는 글을 썼는데, 그 당시 비버는 겨우 10대 중반이었다. 디즈니가 기겁을 하고 제임스 건을 쫓아냈을 만도 하다.
  
도쿄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시사회 지난 2017년 4월 10일(현지시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시사회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크리스 프랫, 제임스 건 감독, 배우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의 모습.

▲ 도쿄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시사회지난 2017년 4월 10일(현지시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 시사회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크리스 프랫, 제임스 건 감독, 배우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의 모습.ⓒ EPA/연합뉴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크리스 프랫과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을 비롯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요 출연진들이 제임스 건의 감독직 복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심지어 '드랙스' 역을 맡은 데이브 바티스타는 제임스 건의 각본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영화에서 하차하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반응에는 다소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엮여있기는 하다. 건 감독의 하차를 주도한 이들이 다름 아닌 친 트럼프 성향의 극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배우들에게는 그가 '희생양'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문제제기의 주체가 석연치는 않지만 제임스 건은 누가 봐도 책임을 추궁당할 비윤리적인 발언으로 하차를 했지 정치적 분쟁의 과정에서 억울하게 버림을 받은 게 아니다. 한 마디로 건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자기 자신이다.
 
배우의 아동성범죄 전력 고발하자 돌아온 대가

제임스 건의 하차를 둘러싼 사태와 비슷한 일은 이어 또 한 번 등장했다. 영화 <더 프레데터>에서 배우 스티븐 와일더 스트리겔의 출연 분량이 모두 삭제되며 발생한 일이다. 스트리겔은 2010년 당시 아동성범죄로 실형을 산 바가 있으며, 제작사인 20세기 폭스는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가 출연한 장면 전체를 영화에서 편집했다.
 
 영화 <더 프레데터> 스틸컷. 극 중 케이시 브래킷 역을 맡은 배우 올리비아 문의 모습.

영화 <더 프레데터> 스틸컷. 극 중 케이시 브래킷 역을 맡은 배우 올리비아 문의 모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그런데 문제는 영화의 유일한 여성 주연인 올리비아 문이 스트리겔의 아동성범죄를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했을 때 다른 남성 캐스트들은 침묵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버라이어티>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문은 다른 남성 주연들에게 언론을 통해 이 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께 하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제안에 따르지 않았다. 실제로 이 일을 다룬 < LA 타임스 >에는 오직 올리비아 문의 코멘트만 실려 있다. 심지어 제작사에 스트리겔의 범죄 이력을 알린 것도 올리비아 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더 프레데터>의 주요 캐스트들이 올리비아 문을 따돌렸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올리비아 문이 아동성범죄자인 스트리겔의 출연 분량을 삭제하도록 행동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지 한 시간 후, 영화 <더 프레데터>의 시사회장에서 보이드 홀드룩, 트레반트 로즈, 키건 마이클 키를 비롯한 남성 주연들은 감독인 셰인 블랙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문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이 계획을 전혀 전해들은 바가 없었으며, 때문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소외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남성 출연진들은 올리비아 문과 함께 섭외된 인터뷰를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대변인들은 모든 것은 오해이며, 인터뷰는 개인 일정 때문에 하지 못했고 올리비아 문에게는 그녀의 행동을 지지하는 연락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들이 지나치게 이례적이라는 측면에서 이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작품은 작품, 예술가 개인은 개인?

애초에 스티븐 와일더 스트리겔이 <더 프레데터>에 출연한 것은 감독 셰인 블랙 때문이었다. 감독은 스트리겔의 오랜 친구였으며, 그의 재기를 돕기 위해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상황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연들은 과거의 비윤리적 발언을 이유로 제임스 건 감독이 퇴출되자 대동단결하여 그를 옹호하는 성명을 냈다. 올리비아 문은 <더 프레데터>의 주연 중 유일하게 아동 성범죄자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고 결국 제작사의 옳은 결정을 이끌어냈으나 다른 출연진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한 쪽에서는 창작자와 예술가의 비윤리적 행동이 그가 작품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아니라고 주장했고, 다른 한 쪽에서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한 사람이 밀쳐진 셈이다. 아마 후자의 경우 <더 프레데터>의 남성 캐스트들은 올리비아 문이 불필요한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소란을 일으키고 감독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여겼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보지 않고서야 그들의 외면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두 가지 사건은 오랜 시간 반복되었던 고루한 논쟁으로 다시 수렴된다. 성범죄, 혐오 발언 등 과거에 저지른 비윤리적인 행동을 이유로 예술가가 창작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옳은 일일까? 또 다시 '작품은 작품, 예술가 개인은 개인'이라는 주장이 들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다른 사례를 대입해 생각해보자. 그 누구도 과거에 전쟁 범죄를 저지른 기업의 물건을 불매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규모 환경 파괴나 노동 착취를 저지른 회사에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 일을 두고 고민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런 기업들이 행위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지 않고 계속해서 건재한 것에 반대한다. 그들이 멀쩡하다면, 누가 비윤리적 행위를 반복하는데 겁을 내겠는가. 영화계가 과연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
 
 촬영 현장

우리는 그런 기업들이 행위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지 않고 계속해서 건재한 것에 반대한다. 그들이 멀쩡하다면, 누가 비윤리적 행위를 반복하는데 겁을 내겠는가. 영화계가 과연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 있을까?ⓒ pixabay


권력형 성폭력 반대하지만 내 일터에선 예외?

사람들은 자주 잊고는 하지만 영화는 예술임과 동시에 연예 산업이기도 하다. 제작사들을 비롯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창작 작업을 하지만 동시에 이를 통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때문에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 과정에 계속 참여하고 안정적으로 경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절대 괜찮을 리 없다. 특히나 성범죄와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 행동을 한 전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 동료들이 그 사람과 작업하기를 거부하고 관객들이 그들의 작품을 보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거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겁을 먹을 필요가 있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가 공론화 된 이후 할리우드는 영화계를 비롯해 사회의 권력형 성폭력을 막기 위해 '타임스 업(Time's Up)' 캠페인을 벌였다. 물론 나는 이 캠페인에 참여한 배우들의 용기와 노고를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자신의 일터에서 캠페인의 목표와 배치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저 입바른 좋은 소리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 다룬 두 사건은 할리우드가 떠들썩했던 캠페인 이후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회의하게 만든다. <버라이어티>에서 올리비아 문이 했던 발언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그들은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타임스 업 버튼을 달고 지지를 표하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문제의 원인을 반대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가자들이 '타임스 업(Times Up)'이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있다. '타임스 업'은 최근 여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 명이 영화를 넘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과 남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결성한 단체의 이름이다.

▲ 제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가자들이 '타임스 업(Times Up)'이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있다. '타임스 업'은 최근 여배우, 프로듀서, 작가 등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여성 300여 명이 영화를 넘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과 남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공식적으로 결성한 단체의 이름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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