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시설로 탈바꿈한 구 대전시민회관 구 대전시민회관 자리에는 현재 대전 예술가의 집이 들어서 새롭게 탈바꿈했다. 사진은 누리홀로 아직도 어린 시절 우뢰매의 활약상에 함성을 지르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 하다.

▲ 최신시설로 탈바꿈한 구 대전시민회관구 대전시민회관 자리에는 현재 대전 예술가의 집이 들어서 새롭게 탈바꿈했다. 사진은 누리홀로 아직도 어린 시절 우뢰매의 활약상에 함성을 지르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남아 있는 듯 하다.ⓒ 대전예술가의집

 
책받침 하나 받기 위해 시내버스로 2시간 거리의 대전시민회관을 찾던 어린 시절. 에스퍼맨 심형래는 어린이들의 우상이요, 그 시절 청춘스타 정도나 되어야 등장할 수 있는 책받침 속 영웅이었다.
 
또 에스퍼맨과 함께 지구를 구했던 단짝 데일리는 어린 시절 여자 친구의 표본모델로 급부상하며 어린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특히 <외계에서 온 우뢰매>를 보러 온 아이들에게 선물로 준 두 주인공과 우뢰매가 새겨진 책받침은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내 인생 첫 영화는 정식극장이 아닌 대전시민의 문화공간이었던 대전시민회관에서 시작됐다. 행정구역으로 대전과 맞닿은 시골마을(지금은 세종시)에 살던 난 친구들과 함께 먼지 풀풀 풍기고, 휘발유 냄새 진동하던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대전시민회관으로 만화영화를 보러 갔다. 
 
책받침속 영웅 우뢰매와 에스퍼맨 대전시민회관에서 처음 본 만화영화 우뢰매. 어린이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우뢰매는 어린시절 영웅이요, 책받침을 갖고 있던 아이는 시골학교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 책받침속 영웅 우뢰매와 에스퍼맨대전시민회관에서 처음 본 만화영화 우뢰매. 어린이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우뢰매는 어린시절 영웅이요, 책받침을 갖고 있던 아이는 시골학교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서울동화

 
친구들끼리 혹여나 길을 잃을까 손에 손을 잡고 시민회관에 들어가 당시 어린이들의 우상을 만났다. 우뢰매를 만났고 때로는 지구의 수호신 태권브이도 만났다. 어릴 때는 영화에 눈이 팔려 잘 보이지 않았던 영화제작자 '김청기 감독'도 어린이들의 우상이 됐다.

당시 김청기 감독은 스크린에서 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다. 대표작인 <태권V>를 비롯해 <초합금로보트 솔라 원.투.쓰리> <혹성로보트 썬더A> <꼬마어사 똘이> 등 어린이들에게 공상과학의 꿈을 심어주고 권선징악의 교훈을 가르쳐줬다.
 
김청기 감독의 반공영화 똘이장군 비록 극장에서 본 만화영화는 아니었지만 TV속 똘이장군은 어린아이들에게 때로는 순진한 소년으로, 때로는 당시 초등학교에서도 교육했던 반공정신의 표상으로 상징됐다.

▲ 김청기 감독의 반공영화 똘이장군비록 극장에서 본 만화영화는 아니었지만 TV속 똘이장군은 어린아이들에게 때로는 순진한 소년으로, 때로는 당시 초등학교에서도 교육했던 반공정신의 표상으로 상징됐다.ⓒ 서울동화

 
김청기 감독은 <똘이장군> 등 반공만화나 삼국지와 같은 역사만화도 만들었다. 김청기 감독의 만화영화는 완구제품으로도 출시되며 만화의 흥행을 이었고,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시민회관에서 영화 관람이 끝나면 행여나 선물로 준 책받침을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며 꼭꼭 싸들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어린이들의 영웅 '우뢰매'와 '에스퍼맨', '태권브이'는 책받침으로 만들어져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한번만 써보겠다며 책받침을 빌려 공책 안에 넣고 글씨도 써봤다. 그렇게 책받침을 갖고 있던 아이는 시골학교에서 제법 우쭐거렸다.

잊지 못할 첫 영화 '사랑과 영혼'… 교복 뒤집어 입고 들어간 성인영화관 
 
불후의 명작 '사랑과 영혼'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끝나고 난생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 '사랑과 영혼'. 극중 주제곡인 언체인드 멜로디와 함께 도자기를 빚으며 사랑을 나누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추억되고 있다.

▲ 불후의 명작 '사랑과 영혼'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끝나고 난생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 '사랑과 영혼'. 극중 주제곡인 언체인드 멜로디와 함께 도자기를 빚으며 사랑을 나누는 두 주인공의 모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추억되고 있다.ⓒ Daum 영화

 
이후 촌구석 시골에 살던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시험을 보러 나온 1990년 겨울, 대전의 한 정식극장에서 첫 영화를 관람했다.

내 인생 첫 영화를 관람한 그곳은 대전에서는 꽤나 큰 규모의 극장이었던 '아카데미 극장'이었다. 대전역 근처 골목에 위치하고 있던 아카데미 극장은 1964년 개관해 대전 시민들의 문화갈증을 해갈해 줬지만 아쉽게도 2016년 7월 문을 닫았다.

아카데미 극장에서 처음으로 봤던 영화는 불굴의 명작인 <사랑과 영혼(Ghost)>이었다. 불멸의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와 함께 스크린 속에서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지금도 여전히 심쿵 장면으로 남아있다.

다소 야한 듯한 장면에선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훔쳐봤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렇듯 순진했던 고등학생은 사춘기를 만났고, 어느덧 교복을 뒤집어 입고 성인영화관을 출입하는 엉큼한 학생으로 변해있었다.

학교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영화관의 간판은 사춘기였던 고등학생을 유혹하는 훌륭한 미끼였다. 게다가 두 편 동시상영. 그중에 한편은 '청불'이었으니 간판 속 여주인공의 모습은 사춘기 고등학생을 극장 안으로 불러들였다.

매표소 아저씨를 속이기 위해 입고 있던 교복까지 뒤집어 입었다. 제법 양복처럼 보였고, 양복을 흉내 낸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성숙해 보였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까 매표소 아저씨는 어떠한 제재도 없이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을 극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극장 안. 맨 뒷자리에 앉은 고등학생은 청불 영화가 상영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수한 감성을 끌어냈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고등학생 관람객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간판 속 'XXX 부인'의 고혹적인 자태로 가득 찼다.

한편의 영화가 끝나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판 속 'XXX 부인'이 스크린 속에서 유혹을 시작했다. 극장 안에서는 호기심 많은 고등학생 관람객들의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동시상영에 맛들인 고등학생들은 이후에도 교복을 뒤집어 입고 동시상영 극장을 찾아다니며 사춘기의 반항을 해소했다.

작은 영화관에서 다시 시작된 문화생활 
 
이제는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동시상영 영화를 지난해 태안군에 생긴 작은영화관. 비록 65석, 34석의 작은 관람관이지만 관람료가 저렴하고 편안한 좌석 덕분에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필자 또한 작은영화관의 단골관람객이기도 하다.

▲ 이제는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동시상영 영화를지난해 태안군에 생긴 작은영화관. 비록 65석, 34석의 작은 관람관이지만 관람료가 저렴하고 편안한 좌석 덕분에 많은 주민들이 애용하는 장소 중 하나다. 필자 또한 작은영화관의 단골관람객이기도 하다.ⓒ 김동이

 
동시상영 극장에서 제법 많은 편수의 영화를 섭렵하며 문화생활을 누렸던 난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극장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태안군에는 영화관이 없다보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경 추석을 앞두고 태안에도 영화관이 생겼다. 태안군에서 지은 65석, 34석의 2개관을 갖춘 '작은 영화관'이었다. 관람료도 일반 극장에 비하면 저렴했다. 일반 5천원, 청소년‧65세 이상 노인‧국가유공자‧장애인과 단체관람의 경우는 4천원이다.

비록 일반 영화관에 비해 상영관이 제한되다보니 많은 영화를 접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4~5편 정도는 볼 수 있다. 태안 작은 영화관은 좌석이 일반 영화관보다 넓고, 앞뒤 좌석 간격도 넉넉해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제법 인기가 많다.

첫 상영작으로 위안부 할머니를 담은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한 이후 태안 작은 영화관에는 꾸준히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나 또한 작은 영화관의 단골 관람객이다. 일주일이면 2~3편의 영화를 본다. 주말에는 부러 가장 마지막 타임을 골라 영화를 보며 일주일을 마무리할 정도로 영화광이 됐다.

지금도 작은 영화관을 찾을 때면 어린 시절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시민회관까지 나와 우뢰매를 보고 책받침을 받고 친구들과 손 꼭 잡고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이 소환된다.
덧붙이는 글 극장에서 생긴 일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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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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