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3>(이하 <해피투게더>)가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프로그램의 터줏대감격인 박명수와 11년 만에 결별하는 한편, 엄현경의 하차 또한 기정사실화 됐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방증이다. 바야흐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시즌4 기획을 앞두고 있는 <해피투게더 시즌3>

시즌4 기획을 앞두고 있는 <해피투게더 시즌3>ⓒ KBS

 
국민예능 <해피투게더>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2001년을 시작으로 장장 18년 동안 목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해피투게더>는 KBS의 대표 예능 중 하나다. 신동엽-이효리가 이끌었던 '쟁반노래방'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국민 예능으로 발돋움 한 이래, <해피투게더>는 부침을 겪으면서도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왔다.
 
시즌2격인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예능에 녹여내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 수작이었고, 박명수와 박미선의 환상적인 어시스트가 돋보였던 <해피투게더3>는 정감 넘치는 집단 토크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국민 MC라는 타이틀조차 식상한 유재석이 처음으로 예능대상을 받은 것도 <해피투게더> 덕분이었다.
 
이 정도로 공고한 위상을 자랑하던 <해피투게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흔들렸다. 박미선과 신봉선 하차 이 후, <해피투게더>의 끈끈한 팀워크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시청률도 3~4%대로 곤두박질쳤다. 해결책으로 사우나를 포기하고 가정집 콘셉트로 무대를 바꾼 데 이어, 유재석의 '절친'인 조동아리 4인방(김용만, 박수홍, 지석진, 김수용)까지 MC 군단에 합류시켰지만 한 번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해피투게더>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에는 제작진의 안일한 기획력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사실상 유행이 지난 집단 토크쇼 형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며 시청자들이 기대한 변화된 모습을 선보이지 못했다. 위기 때마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던 과거의 전례를 살펴볼 때,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특히 유재석을 비롯해 화려한 MC 군단을 데려다 놓고 MC들의 캐릭터와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최악의 한 수'라 할 만하다.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전현무, 박명수, 김용만 등은 최소 한 차례 이상 연예대상을 받은 MC들이고 조세호, 박수홍, 지석진, 김수용 등도 방송가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 예능인이다.
 
이들을 한 데 모아 놓고도 미지근한 반응만 얻어냈다는 건 완전한 기획의 실패다. MC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을 제대로 깔아 줘야 하는 제작진이 오히려 MC들의 이름값에만 기대 지나치게 안전지향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셈이다. 같은 집단 토크쇼임에도 불구하고 MC들의 색깔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개성까지 확연한 MBC <라디오스타>와 비교하면 <해피투게더>의 기획력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 금세 실감할 수 있다. 
 
 KBS 2TV <해피투게더3>

KBS 2TV <해피투게더3>ⓒ KBS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작된 <해피투게더>의 '물갈이'는 그들 나름대로의 자성과 고민의 첫 걸음으로 보인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와 JTBC <썰전>의 파상공세 속에 막다른 상황에 몰린 <해피투게더>로선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부활의 기회인 것이다.
 
<해피투게더>가 부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파격'과 '혁신'으로 집약된다. 박명수, 엄현경의 하차로는 부족하다. 2005년 시즌2를 론칭하면서 내세웠던 "유재석 빼고 다 바꾼다" 는 각오가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뛰어 넘는 기획, 다시 말하자면 으레 <해피투게더>하면 떠오르는 집단 토크쇼가 아닌 새로운 형식의 예능 스타일을 선보일 정도의 변화는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성공 전례가 있는 만큼 기존의 것을 과감히 버려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
 
다행히 메인 MC 유재석은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 캐릭터쇼, 퀴즈쇼 등 다방면에 걸쳐 능수능란한 진행자다. 게다가 급격한 콘셉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능력 또한 대단히 뛰어나다. 유재석이 버티고 있다면 프로그램 자체의 판을 완전히 갈아엎는 정도의 모험은 해야 작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함께 중요한 것은 새로운 MC의 면면이다. 예로부터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유재석을 확실하게 서포트하면서도 프로그램에 활력을 넣어 줄 수 있는 MC가 반드시 섭외되어야 한다. 유재석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무게중심을 공동으로 책임질 정도의 인물이 등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좋은 예는 역시 이효리다. <해피투게더> 시즌 1과 시즌 2를 관통하며 명실상부 <해피투게더>의 원조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신동엽, 유재석이라는 당대의 명 MC 옆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아우라와 진행 능력으로 막강한 위세를 과시했다. 무조건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것보다는 '검증되어 있는', 그러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면 최적의 조합이다.
 
이처럼 <해피투게더>는 지금 완전히 다른 기획과 새로운 MC 찾기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받아 들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18년간 장구히 이어져 온 <해피투게더>의 명성 역시 급격히 사그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KBS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이자, 대한민국 예능계의 역사적인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는 쉼 없이 외쳐온 그들의 말처럼 "함께하면 행복한 목요일 밤"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차갑게 식어버린 시청자들의 시선 속에서 <해피투게더>가 다시 한 번 냉철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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