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4월 18일 오전, MBN 채널의 인터뷰를 실시간으로 봤던 기억이 또렷하다. 인터뷰에 나선 홍가혜씨는 마이크를 잡고 "정부와 해경은 구조작업을 하려는 민간잠수부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막고 있다"는 취지의 성토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들은 이를 즉각 대서특필했다. 홍씨의 '워딩'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홍씨를 공격하며 그 발언의 진의를 무력화시키는 언론도 적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팩트체커'들이 난무했다. 홍씨의 비방글이 인터넷 상에 넘쳐났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 인터뷰가 허위에 해당하고, 해경의 명예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홍씨를 구속기소했다. 
 
 MBN 홍가혜 인터뷰

MBN 홍가혜 인터뷰ⓒ MBN 캡쳐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 지침을 내리고, 무던히도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시기였다. 100일 넘게 수감 생활을 했던 홍씨는 지난 2015년 법원으로부터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작업과 지휘, 현장 통제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홍씨 인터뷰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모두 허위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홍씨의 편을 들었다.
 
그 와중에, 홍씨 개인은 마녀 재판에 가까운 언론의 맹폭을 감수해야 했다. 그로 인한 네티즌들의 비난·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그로부터 4년이 넘은 2018년 6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홍씨는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악의적이고 지속적이었던 보도들, 그리고 댓글들
 
최근 홍씨를 허언증 환자로 만들고 비난 여론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홍씨의 손을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홍씨는 집요하게 기사와 트위터로 홍씨 비방글을 양산하고 해당 언론사를 퇴사한 기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기 위해 고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홍가혜씨는 전직 스포츠월드 기자 김아무개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소했다. 그에 앞선 지난 6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가혜씨의 명예훼손 민사소송과 관련, 피고 세계일보와 스포츠월드에 각 500만원, 스포츠월드 기자 김아무개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홍씨는 언론보도 또는 트위터 글에 실린 허위사실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므로 피고들은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언론사와 해당 기자의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보도의 심각한 폐해 때문이다.
 
해당 매체와 기자는 기사와 소셜 미디어 글을 통해 홍씨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하는 데 앞장섰다. 홍씨가 과거 한 여성 연예인의 사촌언니였다는 주장이나 연예부 기자 사칭, '허언증 환자'라는 주장, 영화배우 지망생이란 보도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 같은 보도와 트위터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 글, 비난 댓글들의 근거를 제공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홍씨와 관련된 이와 엇비슷한 판결은 또 있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홍씨가 네티즌 1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각 3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홍가혜 씨는 지난 6월 제주에 정착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홍가혜씨는 제주에 정착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홍가혜(페이스북)


지난달 25일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들은 불특정 다수인이 접속해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원고의 사회적인 평판을 저하시킬 만한 글을 게시해 원고를 모욕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피고들은 원고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금전으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홍씨는 작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본인의 인터뷰 기사에 비방 글을 올린 네티즌들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고, 이 중 형사처분을 받은 네티즌 15명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기레기' 시대의 피해자
 
"언론사로서 정확한 사실 확인 하에 보도 대상자의 명예권과 인격권을 존중하면서 보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배하여 작성된 잘못된 기사로 홍가혜씨와 홍가혜씨의 가족들에게 큰 피해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중략).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구조 촉구 인터뷰를 한 홍가혜씨에 대한 가십성 보도를 통해 재난보도준칙을 어긴 점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가족 여러분과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한다."

 
지난해  9월 19일, <스포츠서울>이 "홍가혜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는 제목으로 게재한 사과문 중 일부다. 이렇듯 다수의 매체들, 특히 연예매체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기사를 쏟아냈고, 홍씨를 매도하는 데 앞장섰다. 다수의 연예매체들은 그의 과거 SNS 사진이나 SNS 상 반응, 소문들을 가지고 세월호 관련 뉴스인 척 연성화된 뉴스를 확대재생산했다. 한마디로, 좋은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무죄 판결 이후 홍가혜씨는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기사들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뉴스들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홍가혜씨 역시 쏟아진 기사들로 인해 '더' 상처 받았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홍가혜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고 양산된 오보들이 쏟아진 '기레기'의 시대와 연예뉴스가 합작해 만든 희생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우연찮게 홍가혜씨를 만난 꽤나 오래 시간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스포츠서울이 사과문을 게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종종 웃어 보였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와 충격을 토로하고 있었다. 
 
 홍가혜 씨가 내달 4일부터 제주 심헌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심연(深淵)’(부제:삭제된 시간)'을 주제로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홍가혜 씨가 내달 4일부터 제주 심헌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심연(深淵)’(부제:삭제된 시간)'을 주제로 세월호의 아픔을 담은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심헌갤러리


그럼에도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며, 개인 작품 활동도 해나갈 생각이라며 일상사를 털어 놓기도 했다. 그해 11월, 홍씨는 실제로 '심연(深淵)'(부제:삭제된 시간)이란 개인전을 제주에서 열었다. 당시 홍씨는 "매번 재판 기사들만 쏟아지며 사회나 정치면에 나오다가 (내가) 문화면에 나오다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삶이 말하게 하겠다는 약속, 잘 지켜나가겠습니다"라는 소감을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홍씨는 어쩌면 세월호 참사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힘들었을 유족이나 피해자들, 그리고 우리 국민들 모두에게 이른바 '기레기' 시대의 폐해를 온 몸으로 겪어낸 또 하나의 피해자일 것이다. 홍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본인의 한 '말'에 비해, 그는 너무 많은 비난을 받았고, 고통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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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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