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원전 포기한 정부가 급기야 삼겹살 구워 전기 쓰자고 합니다. 지나가던 돼지도 웃겠습니다."

꽤나 선정적인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배현진 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은 확실히 언론의 눈길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배 대변인은 "애써 멀리 돌지 말고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 접기를 촉구합니다"라고 논평을 끝맺었다. 일단 배 대변인이 내놓은 문재인 정부 비판 논평 내용을 들여다보자.

"멀쩡한 원전들을 멈춰 세워도 전력 예비율과 공급에 전혀 문제없다더니, 이제 삼겹살 기름까지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정부가 사용하겠다는 삼겹살 기름 등 바이오중유를 이용한 발전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의 고작 4.4% 수준입니다.

게다가 삼겹살 기름이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크다는 대대적인 홍보가 어리둥절합니다. 불과 1년 여 전, 삼겹살구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지 않았습니까. 친환경에 대한 가상한 노력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우선 시급한 일은 블랙아웃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안정된 전력 수급 대책입니다. 예보대로 올 겨울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면 전력수요 폭등은 자명한 일인데 정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습니까."


배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원전 대신 삼겹살 기름 등 바이오 중유를 전력 수급 대책으로 내세운 게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작년 바이오중유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도 미비했고, 삼겹살 미세먼지 저감효과도 적었다는 게 이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대책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언론들이 즉각 '팩트체크'에 나섰다. 지난 11일 JTBC <뉴스룸>을 비롯해 이례적으로 <연합뉴스>까지 나섰다. "헛발질"이란 표현까지 등장한, 역시나 꽤나 센 반박과 비판이었다. <연합뉴스> 기사의 부제는 <박근혜 정부때 발전사업자들이 요구…"돼지도 웃겠다" 배현진 논평 '헛발질'>이었다.

<연합뉴스>도, <뉴스룸>도... 
 
<연합뉴스>는 이날 <[팩트체크] '삼겹살' 바이오중유의 시발점은?…"탈원전 정책과 무관">이란 기사를 통해 배 대변인의 논평을 '일축'했다. "따라서 '현 정부가 원전을 포기하고 삼겹살로 전기를 쓰려 한다'는 배 대변인의 주장과 일부 네티즌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바이오중유 발전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발전사업자들의 요구로 시작됐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RPS는 500MW(메가와트)급 이상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 대해 총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 비율은 2012년 2.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늘어 2017년 4.0%로 높아졌다. 올해부터는 1%포인트씩 늘어 2023년에는 1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중부·남부·서부·동서발전 등 발전사업자들은 2013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발전용 바이오중유 사업 추진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석유관리원과 함께 2014년 1월부터 시범보급 사업·연구를 시작, 50개월간 진행했다."


<연합뉴스>는 또 2012년 11월 이강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관계 부처·기관, 발전사업자 등을 초청해 '바이오에너지의 발전용 연료 활용방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배 대변인이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바이오중유 발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 수준이다.

이날 JTBC <뉴스룸> '팩트체크'도 이 논평에 대한 반박을 다뤘다. <[팩트체크] 탈원전 때문에 '삼겹살 기름'으로 전기 생산?>라는 제목이었다. 이날 앵커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고기 구운 기름을 모아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이었군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팩트체크와 배 대변인 논평의 간극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어제 발표의 핵심은 요약하자면 '바이오중유'를 더 쓰겠다, 라는 것입니다. 바이오중유는 동물성·식물성 기름과 바이오디젤 찌꺼기 등으로 만들게 되는데요. 동물성 기름때문에 삼겹살 기름이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실제로는 돼지와 소, 닭 등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비계를 모아서 쓰는 것입니다.

식물성 기름은 주로 폐식용유를 말합니다. 지자체에서 맡긴 업체가 수거함에서 이것을 모아서 쓰게 됩니다. 단, 삼겹살을 불판에 구울 때 생기는 기름은 일일이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장 집과 음식점에서 수거해가는 것은 아닙니다(중략).


그런데 탈원전과 연결짓기는 좀 무리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성 기름을 쓰겠다는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은 2010년도에 이미 정해졌습니다. 당시에 지식경제부가 '제2차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때 '동물성 유지를 어떻게 재활용 할 지를 정하겠다' 라고 밝혔습니다. 2012년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가 시행이 됐습니다. '발전소에서 바이오 연료를 더쓰겠다, 라는 내용입니다."

역시나 <연합뉴스>와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뉴스룸>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홍보자료에 등장하는 "음식점에서 나오는 삼겹살 기름이나 폐음식물에서 나오는 기름 등은 화력발전소에서 중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될 전망이다"라는 문장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폐식용유 수거함이 정착되는 데 10년이 걸린 만큼, 이 폐음식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유지를 신재생에너지로 활성화시키고 정착시키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을 간과한 '홍보용 멘트'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팩트체크와 배 대변인의 논평과는 그 간극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리라. 사실과 다르거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그에 걸맞은 비판과 대안을 내놓는 게 아니라 모든 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탓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행됐던 정책을 가지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거나 사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논평으로 여론을 호도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배 대변인의 사과 논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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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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