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영화를 연출하게 된 신인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 한지민이 만났다. <미쓰백>은 한국 영화계에선 아주 드문 '여성 배우 주연의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11일 오전 영화 <미쓰백>의 제작보고회 현장에 모인 취재진 역시 배우 한지민과 감독 이지원에게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영화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는데 소감이 궁금하다"거나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를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주연 중에는 유일한 남성인 배우 이희준에게는 "그동안 여성 주연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떻게 차이를 두고 연기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만큼 한국 영화계에 여성이 주도하는 영화가 부족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배우 한지민은 "여성 영화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 자체가 영화관에 상영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게 있는 것이 현실이더라.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여성 영화가 많지 않은 영화계에서 (저변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한지민은 작품을 처음 고를 때는 타이틀롤이나 여성 중심의 영화 같은 부수적인 조건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시나리오 자체가 좋아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미쓰백>의 개봉을 앞두고 뒤늦게 여성 영화라는 부담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한다.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리틀빅픽쳐스

 
이지원 감독은 "주체적인 여성 영화로 생각하고 작업한 것이 아니라 본능이 이끄는대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여성 주인공으로 뭔가 하겠다기 보다 영화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보고 싶고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백상아라는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이 원탑인 영화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그런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여성으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많았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남성 캐릭터에 휩쓸리는 걸 배제하고 상아가 능동적인 선택을 하길 바라면서 연출을 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붓으로 한 번에 그은 느낌"

영화 <미쓰백>은 전과자가 된 이후 팍팍한 삶을 살아가던 백상아(한지민 분)가 한 어린 소녀 지은(김시아 분)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미쓰백>은 여성 주도의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지만 한지민의 연기 변신 또한 주목된다. 

한지민은 '미쓰백' 백상아라는 인물에 대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처절하게 외롭고 세상과 문을 닫고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여리고 약한 인물인 것 같더라"라고 소개했다. 그는 백상아를 두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지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대본에 푹 빠져들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보다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고 "내게 이 역할이 도전이나 용기를 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시나리오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미쓰백>에서 한지민을 지키는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 이희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본이 마치 굵은 붓으로 한 번 세게 그은 느낌이었다. 그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지민은 "기존에 보여드렸던 이미지와 다르니 많은 분들께서 변신이라는 말을 붙여주시는 것 같은데 배우로서 도전하고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게 감사하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갖고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리틀빅픽쳐스

 
이지원 감독은 처음에는 한지민을 '미쓰백' 역할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연치 않은 계기에 한 영화 시사 뒤풀이 자리에 합석한 한지민의 모습을 보고 "스파크가 일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첫눈에 이성에게 반한 느낌 혹은 번개가 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한지민은 눈에 마치 면도칼이 있는 것 같은 포스를 지닌 사람이더라. 내가 그걸 미처 몰랐다"며 "며칠 후에 지민씨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이거야말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지민 역시 "처음에 왜 내게 시나리오를 주신 거지 의문이 있었다. 보통 내게 이런 캐릭터가 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감독님께서 캐스팅 리스트에 있는 내 이름을 보고 '됐다고 그래!'라고 말씀하셨다더라"라며 웃었다.

이지원 감독은 한지민이 연기하는 모습을 두고 "회차마다 한지민이 한지민을 버리고 백상아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 회차에 가서는 모니터를 뚫고 잡아먹는 에너지와 파괴력을 보여주더라. 모니터를 보고 한지민과 백상아를 보내기 싫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공개된 촬영현장 영상 속에서는 한지민과 이지원 감독이 감정신을 찍고 엎드려 서로를 붙잡고 우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미쓰백> 실화? "실제로 옆집 살던 아이를 보면서"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 리틀빅픽쳐스

 
이지원 감독이 <미쓰백>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옆집에 사는 아이를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면서였다. 감독은 "내가 살던 아파트 옆집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들을 듣게 됐고 한 아이를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그 아이 눈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나도 힘든 상황이어서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그 집이 이사를 갔더라. 그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원래 준비하던 작품을 접고 <미쓰백>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미쓰백>은 감독이 경험한 실화에 상상을 더한 영화인 것이다. 이지원 감독은 그렇게 한 달만에 <미쓰백>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뒤늦게 내가 그 아이에게 내미는 사과의 손길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주변에 있는, 혹은 숨어있는 '지은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지민은 <미쓰백>을 두고 "아동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분노가 많다. 잊을만하면 뉴스로 접한다"면서 "이 영화가 하나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 <미쓰백> 포스터

영화 <미쓰백>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