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제대로 된 한식을 배우기 위해 글로벌 톱 셰프 다섯 명이 한국을 찾았다. 올리브 <한식대첩>의 스핀오프, <한식대첩-고수외전>은 세계적인 셰프 5인이, 지난 <한식대첩>에 출연했던 국내 고수들과 팀을 이뤄 각 지역의 한식을 배우며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식대첩-고수외전> 제작발표회에는 현돈 PD와 MC 김성주, 심사위원 백종원과 한식 대결을 위해 한국에 온 스타 셰프 5인이 참석했다.
 
'탑 셰프 캐나다' 우승자 데일 맥케이, 벨기에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마셀로 발라딘, 이탈리아 한식대회 심사위원 파브리치오 페라리, 할리우드 셀럽들이 사랑하는 셰프 아말 산타나, 라틴 아메리카 '월드 베스트 50' 셰프 세르헤오 메자.

<한식대첩> 시즌 2, 3에 이어 '고수외전'의 심사위원을 맡은 백종원도, "이 사람들은 어떻게 섭외했지?", "이 사람들이 진짜 한식을 배우러 오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세계적인 스타 셰프 5인의 면면이다.

한식 배우러 온 글로벌 톱 셰프 5인 
 
세계적인 셰프들이 한식을 배우러 한국에 온다? 이 기발한 기획은 tvN <윤식당>에서 출발했다.
 
"한식이 해외에 많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셰프들도 한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는 몰랐다. tvN <윤식당>을 보다가, 한식을 배우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에 가야겠다고 말하는 스페인 셰프들의 말을 듣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우리 프로그램은 외국인 셰프들이 각 지역의 한식 고수들과 짝을 이뤄 한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식을 배운 셰프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한식을 알리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돈 PD)
 
세계적인 셰프들은 행사비도 어마어마하고, 한식을 가르쳐 대결 형식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래서 현돈 PD가 처음 이 기획을 시작했을 때, 많은 요리업계 사람들은 '못한다'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포기하지 않고, 스타 셰프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작가와 PD들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정성 들여 적은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배움을 향한 셰프들의 열망과 한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셰프들은 한식에 대한 열정과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설득 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한식 제대로 배우고 돌아가겠다"
 
이탈리아 셰프 파브리치오 페라리는 "<한식대첩> 출연은 내게 꿈이 이뤄지는 기회였다"고 했다. 페라리는 "주방에서 한국 식재료로 모험을 하기도 했고, 이탈리아 고추 대신 고추장을 활용한 파스타를 만들기도 했다"면서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쌈장, 참기름 같은 식재료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식대첩> 출연 기회가 왔고, 나는 그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에 한국 식당들이 있지만, 한국 레시피를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다"면서 "그래서 내가 한국에 왔다.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고 돌아가 이탈리아 사람들이 제대로 한식을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캐나다 셰프 데일 맥케이는 "한식을 접할 때마다 한식에는 열정이 담겨 있고, 소울이 담겨 있는 음식이라고 느꼈다"면서 "캐나다에서 일식, 퓨전 일식,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통 한식이 아니라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멕케이는 "훌륭한 스승들에게 전통 한국 음식을 배울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면서 "한국에 오기까지 여러 일들이 있었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배워 캐나다에 한식을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진짜' 한식, 이렇게 다르고, 이래서 좋았다 
     
각자의 나라에서 한식을 접하고, 한식에 흥미를 느껴 한국을 찾은 셰프들이지만, 해외에서 접한 한식과 고수들에게서 배운 전통 한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벨기에에서 온 마셀로 발라딘은 "벨기에에서 먹은 한식은 달고 매운 음식 위주였는데, 한국에서 맛본 한식은 다르더라. 사찰 음식은 간이 슴슴했고, 어떤 지역은 간이 세고 짭짤하기도 했다. 지역 별로 김치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의 밸런스가 훌륭하다는 것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님과 수산시장에서 세꼬시를 처음 먹어봤는데, 벨기에에선 그렇게 먹지 않기 때문에 놀라웠다. 정말 맛있었다"면서 "직접 굴을 따기도 했는데 프랑스 굴보다 한국 굴은 훨씬 크더라"며 한국에서 만난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과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15년 전 레스토랑에 한국인 셰프를 고용하면서 처음 한국 음식을 맛봤다"는 아말 산타나는 "대부분 빨갛고 매운 음식을 해줘서 그땐 한식이 재미없고 강한 음식이라고만 생각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한식대첩>을 통해 전통 한식을 배운 뒤 생각은 달라졌다. 그는 "맵고 빨간 음식이 한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조개를 이용한 맑고 맛이 풍부한 수프도 있고, 육수도 다양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멕시코 출신 세르히오 메자는 "한식은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조리법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체적인 맛이 다른, 완전히 새로운 요리가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면서 "멕시코 음식과 비슷한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맵고 단 음식, 삼겹살 정도밖에 몰랐는데, 앞으로 계속 모험해보고 싶다. 남미에 돌아가 더 많은 한식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백종원 "세계적인 셰프들, 우습게 봐서 미안"  
  이들의 음식을 심사하게 될 백종원은 "아무리 세계적인 셰프들이라도 한식에 있어서는 초보자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깊이 있는 분석보다는 한식을 제대로 배우고 맛을 구현해 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셰프들답게, 습득 속도가 남달랐다. 백종원은 셰프들에게 "우습게 봐서 미안했다"면서, "맛이 굉장했다. 음식 수준은 굉장히 높았다"고 감탄했다.
 
백종원은 "세계적인 셰프들에게 한식 식재료를 제대로 알려주고, 이분들을 통해 제대로 된 한식을 전파하겠다는 프로그램 취지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한식을 배우러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다섯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다섯 곳을 직접 찾아 셰프들의 음식을 맛봤다고. 그중 세 곳은 이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지만, 이번 <한식대첩-고수외전> 촬영을 앞두고 다시 찾았다.
 
"자비로 갔다. (웃음)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분들의 음식을 먹어보면, 이분들이 한식을 왜 그렇게 해석했는지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도 있고, 그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을 초대하는 예의라고 생각했다.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한식대첩>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스타 셰프들이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면서 제대로 한식을 배운다는 취지가 너무 좋았다. 이 분들의 열정과 <한식대첩-고수외전>의 기획 의도에 동참하기 위해 나도 더 열심히 했다." (백종원)

셰프들이 꼭 이기고 싶은 이유   
 
백종원 대표는 이번 '고수외전'을 '축제'라고 표현했다. 셰프들의 쇼맨십도 좋고, <한식대첩> 이전 시즌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주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해도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운 포맷"이라면서 "그만큼 제작진이 공들여 찍고 있고, 세계적인 셰프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는 일도 쉽지 않다. 백종원 대표와 <골목식당>도 촬영하고 있지만, 곁에서 봤을 때 의욕이 어마어마하다"는 말로 기대를 북돋웠다.
 
현돈 PD는 "이 프로그램은 음식 전문 채널인 올리브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각 나라의 유명 셰프들을 통해 다른 나라에 한식이 더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식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셰프들은 "초대해줘서 고맙고, 신나고 즐겁게 한식을 배우고 있다. 이런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상급 셰프들답게, 서로를 이기겠다는 경쟁심을 불태웠다. 아말과 세르히오는 "나를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고, 마셸로는 "벨기에는 내로라하는 셰프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 음식도 아주 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데일은 "캐나다에서 온 내가, 다른 셰프들을 하나씩 탈락시키는 걸 보게 되실 것"이라고 말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성주는 "지금은 함께 있지만, 한 사람씩 떨어지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셰프들의 1등 욕심은, 그저 1등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떨어지면 한식을 더 배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셰프들이라 혹시라도 함께 방송하기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다는 그는 "한국 고수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했다. 이분들의 진정성을 시청자들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글로벌 셰프들에게 진정한 한식을 가르칠 한식 고수 5인으로는 <한식대첩> 시즌2 우승자 충남 대표 이영숙 고수, 시즌3 우승자 서울 대표 임성근 고수, 시즌4 우승자 경북 대표 최정민 고수, 시즌3 준우승자 전남 대표 김혜숙 고수, 시즌3 강원도 대표 권영원 고수가 출연한다. 국내 고수들의 비법을 통해 성장해나갈 글로벌 셰프들의 한식 도전기.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은 오는 15일 토요일 오후 7시 40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