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전화를 받지 못한 채 잠든 사이 컴퓨터 화면은 '화면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다.

딸의 전화를 받지 못한 채 잠든 사이 컴퓨터 화면은 '화면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다. ⓒ <서치> 스틸컷


'화면보호기'

예고편에 나왔듯이, <서치>는 주인공의 딸이 실종되고 아버지가 딸의 SNS를 추적하면서 실종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전체가 컴퓨터 화면 위에서 펼쳐지는 구성이라 자연스럽게 우리가 늘 보던 페이스북이나 트위트,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등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딸은 학교에서도 아빠와 화상통화를 자주 하고, 페북 메신저로도 소통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정작 사라지는 순간을 그린 목요일 밤, 주인공의 컴퓨터 화면은 잠겨버립니다. 딸로부터 세 통의 전화가 오지만 깊은 잠에 빠진 주인공은 결국 그녀의 전화를 받지 못합니다.

그 순간에 흐르는 '화면보호기'가 이 영화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일정 시간 켜 놓은채 마우스나 키보드의 움직임이 없을 때 컴퓨터는 전원을 절약하기 위해 화면을 끄는데, 이때 밋밋한 화면이 아닌 다양한 그림이 화면을 덮습니다.

이걸 '화면보호기'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이 '화면보호기' 화면을 굳이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단절된 관계' 아닐까요. 딸의 납치 직전 걸려오는 전화는 '페이스타임'입니다. 자신이 처한 긴급한 상황을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했을 겁니다.

그러나 무심하게도 아빠는 잠 들었고 딸은 잠적해 버립니다. 그 순간을 조롱하듯 '화면보호기'는 유유히 화면을 채워 나갑니다. 사람의 손이 머물지 않는 컴퓨터와, 아빠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딸의 전화. 두 화면이 중첩되어 등장하는 이 장면이 말하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요.

사실 이 영화에서 '화면보호기'는 뒤에 한 번 더 나옵니다. 그 내용은 미리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그 장면 또한 결정적인 '단절'에서 등장합니다.

우리는 컴퓨터를 켜 놓으면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로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누군지 모르는 상대와 충분히 교감하기도 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내 모든 일상을 공개하고 타인의 일상 또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관계는 단지 몇 분만 키보드를 건드리지 않으면 결국 '화면보호기'로 바뀌어 버립니다. 만약 그 화면보호기를 보고싶지 않다면 쉴 새 없이 우리는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통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로 '화면보호기'에서 현실과 단절된 온라인상의 모든 관계가 허무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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