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무슨 생각할까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2018.9.6

▲ 파울루 벤투, 무슨 생각할까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2018.9.6ⓒ 연합뉴스


한국축구는 오랫동안 '대형 원톱 공격수 부재'에 시달려왔다. 4-3-3 혹은 4-2-3-1을 오랫동안 주 전술로 사용해왔던 대표팀은 2010년대 이동국-박주영 정도를 끝으로는 최전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수 있는 강력한 원톱의 부재로 전술을 극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한동안 김신욱-이정협-지동원-석현준 등 여러 공격수들이 원톱 포지션에서 테스트를 받았으나 누구도 완벽한 합격점을 얻지는 못했다. 러시아월드컵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팀 내 최고의 골잡이인 손흥민의 공격력을 활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투톱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확실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 미완성의 대안으로 남았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 익숙한 원톱 전술로 복귀한 축구대표팀

한국축구의 새로운 선장으로 부임한 벤투 감독은 첫 데뷔전이었던 지난 코스타리카전에서 다시 익숙한 원톱 전술로 회귀했다. 벤투 감독은 과거 포르투갈 감독 시절부터 줄곧 포백을 중심으로 하는 4-3-3, 또는 4-2-3-1 전술을 선호한 바 있다. 코스타리카전의 경우, 최전방에는 지동원이 선발로 나섰고 후반에는 황의조가 교체투입됐다. 손흥민은 익숙한 측면 공격수 자리로 복귀했다. 대표팀은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제압하며 신임감독의 데뷔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공 지키는 지동원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친선경기.

한국 지동원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공 지키는 지동원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친선경기. 한국 지동원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의 최전방 공격수들은 첫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과 공격수들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대축구에서 원톱 공격수들은 정통 타깃맨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중앙 공격수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을 통하여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데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올리비에 지루(첼시)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같은 선수들은 본인이 많은 득점을 올리지 않아도 감독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이나 지동원을 원톱으로 중용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골 결정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동료들을 활용하는 연계능력이 강점으로 꼽힌 선수들이다. 원톱이 일종의 미끼가 되어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흔들면 빈 공간을 2선 공격수들이 침투하여 마무리하는 게 한국축구의 주요 공격 패턴이었다.

벤투 감독도 첫 경기에서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멤버들을 제치고 굳이 지동원을 선발로 선택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지동원은 이타적인 플레이와 동료를 활용하는 원터치 패스를 통하여 측면과 2선을 넘나들며 공간을 창출하는 유형의 공격수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지동원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슈팅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많은 활동 반경과 패스로 공격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직접 득점을 끌어낸 것은 손흥민-남태희-이재성 등으로 이어지는 2선 공격수들의 몫이었다.

문제는 전술적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떨어지는 골 결정력이다. 지루나 벤제마 같은 선수들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항상 쟁쟁한 2선 공격수들(호날두-베일-음바페-아자르 등)과 함께 뛰느라 득점력이 과소평가받았던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톱으로서의 포스트플레이나 슈팅력도 출중한 선수들이다. 지동원은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공격수로서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혹평도 따라다닌다.

벤투 감독의 '원톱' 물망에 오른 지동원과 황의조

지동원은 A매치 48경기에서 11골을 넣었다. 대표팀 초창기였던 2011년까지 첫 1년간에 A매치 15경기 8골을 몰아친 것을 제외하면 이후 7년간은 33경기에 고작 3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아무리 연계능력이 좋아도 공격수 본인이 존재감이 없다면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한국축구에 몇 안 되는 유럽파 공격수'라는 프리미엄에 현혹되어 항상 지동원의 활용도를 포기하지 못하지만 끝내 만족하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다.

또 다른 원톱 후보인 황의조는 지동원과 비슷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좀더 직선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다. 가장 큰 차이는 슈팅의 효율성이다. 최근 J리그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드러났듯이 경기당 슈팅빈도가 많음에도 유효슈팅의 비중이 대단히 높다. 슈팅에 소극적인 지동원에 비하면 실패하더라도 본인이 마무리하려는 적극성이 돋보이고 어느 위치에서든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할 줄 안다.

하지만 황의조는 빅매치나 강팀을 상대로 아직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수비의 압박이 떨어지는 J리그나 연령대별 대표팀의 활약만으로 황의조의 진짜 경쟁력을 모두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코스타리카전은 황의조 역시 지동원과 같이 지난해 모로코전 이후 1년여 만에 A매치에 복귀무대였던 데다, 아시안게임 전 경기 출장 이후의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 황의조는 후반에 교체투입되었지만 한국이 이미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던 상황이라 크게 돋보일 기회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이겼지만 최전방에서는 지동원과 황의조 두 선수 모두 합격점을 받기에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벤투 감독은 아직 최전방에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황희찬을 비롯하여 에이스 손흥민도 언제든 최전방으로 올릴 수 있는 카드다.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번 대표팀에 뽑히지 않은 김신욱이나 석현준도 있다. 기존 선수들 중에서 적절한 원톱 후보를 찾지 못한다면 신태용 감독이 그러했듯이 손흥민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변형 투톱으로의 전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동원과 황의조에게는 두 번째 경기인 칠레전이 벤투호 출범 이후 초반 경쟁구도에서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코파 아메리카 2연패에 빛나는 강호 칠레를 상대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내년을 다가온 아시안컵을 앞두고 주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오랫동안 원톱 갈증에 시달려온 한국축구로서는 최전방 공격수들의 득점력 회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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