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영화 포스터

<체실 비치에서> 영화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주)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과 여행을 온 것처럼 아직 어린 커플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바닷가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잔뜩 굳어서는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 아이들 같기도 한 두 사람. 이들은 이제 막 부부가 되었다. 

이들의 모습은 신혼의 설렘보다 곧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을 안겨준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보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다름에 끌렸던 플로렌스와 에드워드, 결혼 첫날 그들은...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바이올린을 전공한 플로렌스(시얼샤 로넌)와 역사를 전공한 에드워드(빌리 하울)는 핵무기에 반대하는 모임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사회적 계급도, 성격도, 취향도 다르지만 오히려 다르다는 것이 서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가고 결국 체실 해변으로 신혼여행까지 오게 된다. 지적이고 서로에게 열정적인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지만 이들은 첫날밤을 치르기 전까지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나눠 본 적이 없다. 

1960년대 초 영국, 혼전순결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결혼도 하지 않은 커플이 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처음인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받아들이는 섹스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연인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첫날밤, 극복할 수 없는 다름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의 각자 다른 긴장이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영화는 순수하고 어설픈 젊은 커플의 처음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플로렌스에게 성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라 해도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에드워드는 이제 결혼까지 했으니 남편과 아내로서 육체적 관계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실 해변에서 서로 더 솔직했더라면, 이해하려 노력했더라면...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체실 비치에서>는 사회가 개인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1960년대의 보수적인 사회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보다 두 사람이 어떠한 문제를 맞이했을 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결국 '사랑'의 의미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지만 에드워드는 거기에 모욕감을 느끼며 분노한다. 서로의 아픔과 꿈을 나누면서 뜨겁게 사랑했음에도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체실 해변에서 그녀와 헤어진다. 

<체실 비치에서>는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들 받는 영국의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매큐언은 이번 영화에서 단지 원작자에 그치지 않고 각본과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의 소설이 영화화 된 것은 <어톤먼트>가 처음인데 여기에서 어린 브리오니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플로렌스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이다. 시얼샤 로넌은 10년 사이에 재능 있는 아역에서 장르 불문,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주인공들의 사랑이 어떻게 쌓여가고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두 사람만 등장하는 씬들은 유독 연극적으로 느껴진다(아니나 다를까, 감독 도미닉 쿡이 원래는 연극 연출가라고 한다). 특히 체실 해변에서 서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결코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쩌면 함께였을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 현재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만약에'라는 가정이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만약 그날 체실 해변에서 플로렌스가 자신의 두려움에 좀 더 솔직했더라면, 에드워드가 플로렌스를 이해하려고 좀 더 노력했더라면 그들의 현재는 달라졌을까?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오는 20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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