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사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잘 버텼던 선발진에 균열이 생겼고, 가을야구를 앞둔 현시점에서 한용덕 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선발진이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다소 곤란하다. 단기전의 특성상 선발 투수들의 호투 여부가 승패 여부를 결정하고, 시리즈 판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바라보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고민이다.

지난 9일까지 올 시즌 120경기를 소화한 한화는 65승 55패 승률 0.542로 3위에 위치해 있다. 2위 SK 와이번스와 1.5경기 차로, 플레이오프 직행 타켓을 거머쥐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4경기 차로 벌어져 있으나 각 팀마다 20경기 이상을 남겨놓은 만큼 현재 순위가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한화로선 3위 수성과 2위 탈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안고 가야 한다.
 
3점 홈런 치는 이성열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8회 초 2사 1,2루 때 한화 이성열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 3점 홈런 치는 이성열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8회 초 2사 1,2루 때 한화 이성열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 연합뉴스


3~5선발의 부재... 샘슨-헤일의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때 2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했으나 최근의 경기력은 시즌 중반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도 선발진의 힘이 다소 떨어졌다. 8월 이후 한화의 선발승은 단 3승으로, 이마저도 외국인 투수 샘슨(2승)과 헤일(1승)의 몫이었다. 토종 선발 투수만 놓고 보면, 후반기에 선발승이 나온 경기는 7월 20일 삼성전(김민우, 6.1이닝 3피안타 6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이 유일하다. 샘슨과 헤일을 받쳐줄 확실한 3~5선발이 없는 게 한화 마운드의 현실이다.

그동안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 등이 3~5선발로 나섰고, 김범수, 김성훈도 종종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토종 선발 투수들 가운데 페이스가 가장 좋았던 김재영은 6월까지 6승을 수확하면서 두 자릿수 승수 달성 가능성도 활짝 열어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들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땅한 대체 선발도 찾지 못했다. 여기에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한화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투수가 꾸준하게 승수를 올린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외국인 투수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전반기에만 9승을 챙긴 샘슨은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2패 ERA 5.74로 전반기(19경기 9승 6패 ERA 4.34)와 비교했을 때 만족스러운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그나마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헤일은 5경기 1승 1패 ERA 3.00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적은 승수를 올렸다.
 
역투하는 한화 샘슨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1회 말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한화 샘슨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1회 말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샘슨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3.2이닝 7피안타 4사사구 6실점으로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 날 전까지 올 시즌 4이닝 미만을 소화한 경기는 7월 11일 넥센전(3.1이닝 6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9실점 7자책) 한 경기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등판이었다. 결국 팀은 8회초에 터진 이성열의 3점포에도 불구하고 5-8로 패배했다.

한화가 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헤일을 선발 투수로 예고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화요일 등판 이후 4일 휴식을 취하고 16일 대전 LG전에서 다시 한 번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한 경기라도 좀 더 믿을 만한 선발 투수를 내보내면서 경기를 가져가겠다는 것이 한화의 계산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선발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가을야구에서는 외국인 투수 두 명만으로 버티는 게 어렵다.

양적으로 든든해진 불펜과 '완전체' 타선, 선발진을 도와줘야

선발진과 달리 불펜과 타선 사정은 나쁘지 않다. 9월 확대 엔트리 시행을 통해 이전보다 여유롭게 불펜을 운영할 수 있게 됐고, 젊은 투수들이 대거 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좌완 불펜 투수 권혁도 전력에 가세했다. 아직 24경기가 남아있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적으로 충분한 불펜은 큰 의미가 있다. 잔여 경기 소화와 함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할 투수들을 확정하기 위한 '옥석 고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축 야수들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서 타선은 완전체에 가까워졌다.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주전 3루수 송광민은 지난주 6경기에서 타율 0.480(25타수 12안타) 1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김태균도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주 6경기 팀 타율 0.297로 리그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3승 3패로 5할 승률을 맞추는 데에 있어서 타자들의 활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토종 선발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수들마저 지친 상태다. 당장 대체 자원을 발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현실적으로 선발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기 초반부터 타선의 득점 지원이 이뤄지고, 뒤에서 불펜 투수들이 제 몫만 해주더라도 막판 스퍼트를 낼 기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된다면 이들에게 재정비할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하고 휴식 및 재정비 이후에 가을야구를 맞이한다면 후반기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한화는 이번주 삼성, SK, LG 등 순위권에 있는 팀들을 차례로 상대한다. 특히 오는 13일~14일 청주 구장에서 진행될 SK와의 2연전이 매우 중요하다. 두 경기를 내리 승리한다면 이번주 내로 2위 주인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한 한화의 6연전 결과에 따라서 2위 경쟁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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