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KBS2의 새 토크쇼 프로그램 <대화의 희열>이 처음 방송됐다. KBS에서 10년째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진행하고 있는 유희열이 진행자로 출연하고 코미디언 김숙, 래퍼 지코, 외과의사 이국종,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 화려한 게스트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첫 게스트는 20여년에 이르는 긴 공백기를 딛고 대세 예능인 반열에 오른 코미디언 김숙이었다. 고정된 성 역할을 반전시킨 '가모장' 캐릭터에서부터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예능판, '외모'를 소재로 한 개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어쩐지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그 대화를 이끌어가는 패널들 역시 모두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여성 예능인 고충 이야기하면서 왜 여성 패널은 한 명도 없나
 
 KBS <대화의 희열>의 출연진. 가수 유희열, 작가 강원국,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KBS <대화의 희열>의 출연진. 가수 유희열, 작가 강원국, 김중혁, 방송인 다니엘ⓒ KBS


이미 섭외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많은 게스트들 중 <대화의 희열>이 첫 번째 게스트로 김숙을 고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라는 점도 한 몫 했겠지만, 김숙이 여성 예능인으로서 보여준 그간의 모습들이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9일 방송에서도 예능판이 다 남성 중심이라는 코미디언 박미선의 멘트를 인용하면서 현재도 전체 예능 출연자 중 여성의 비율이 36.8%에 불과하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고, 패널과 게스트가 관련 대화를 나누는 데 방송 전반부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러한 주제를 비중있게 다뤘지만 게스트 김숙을 제외한 네 명의 모든 패널이 다 남성이었다. 물론 메인 MC인 유희열과 소설가 김중혁,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진행했지만, 특히 게스트와의 공감이 중요한 토크쇼에서 패널 성비 구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비슷한 문제는 남성 패널로 구성된 tvN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아래 알쓸신잡)>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다. 제작진은 여성 패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국 오는 9월 21일 첫 방송을 앞둔 알쓸신잡 시즌 3는 김진애 박사를 첫 여성 패널로 섭외했다.

그래도 게스트 김숙은 빛났다
 
 <대화의 희열> 첫 회 게스트로 출연한 김숙

<대화의 희열> 첫 회 게스트로 출연한 김숙ⓒ KBS


"깜짝 놀랐어요. 제작진 미팅에서 여성스럽고 조신하고... 이걸 강요하듯이 얘기하시더라구요."

김숙은 가상결혼 프로그램인 <님과 함께>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모장' 캐릭터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이전에도 비슷한 프로그램들의 미팅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제작진이 원하는 "천상여자"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섭외가 계속 불발됐다고 한다. 그러던 가운데 <님과 함께> 녹화 4일을 앞두고 대타로 급하게 출연하게 됐고, 김숙의 원래 모습이 '가모장' 캐릭터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저도 어떤 것에서 웃음이 터지는지를 정확히 배웠던 사람이니까... (중략), 지금 생각하면 하면 안 되는 개그를 너무 많이 했어요."

한 패널이 여성들의 외모를 소재로 한 개그의 불편함을 지적하자 본인 역시 과거에 했던 잘못된 행동들이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난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잘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더 공부했어야 한다"며 자신의 잘못을 결코 회피하지 않았다.

첫 방 시청률 2.1%, 차별화된 토크쇼 될까

시청률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던 <대화의 희열>의 첫 방송 시청률은 2.1%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MBC에는 인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 SBS에는 장수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시청자들을 잡아두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게스트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일방적인 인터뷰가 아닌 패널들과 게스트 간의 깊이있는 '대화'를 토대로 끌어간다는 점에서 <대화의 희열>은 다른 토크쇼와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신선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또 패널 구성의 제한성은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더불어 이제는 남성 위주로 편향된 방송에 대해서도 단순한 문제 인식을 넘어 진지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여성들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는 것은 단지 '여성의 이야기'만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에 더욱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담아낼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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