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블 패밀리>의 포스터

영화 <버블 패밀리>의 포스터 ⓒ 마민지

 
부동산은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욕망'이 되었다.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이는가 하면, 사람들의 꿈은 건물주 내지는 땅 주인이 되었다. 심지어는 술자리의 안줏거리로 '어떤 부동산이 떴다' 내지는 '누가 땅을 사서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인 <버블 패밀리>(마민지 감독)는 부동산을 둘러싼 마민지 감독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부동산 하나로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이 가족의 이야기는 한국의 현대사, 나아가 한국의 현재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현대사와 가까운 가족이라니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버블 패밀리> GV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버블 패밀리> GV에서 마민지 영화감독(오른쪽)과 홍재희 감독(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버블 패밀리> GV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버블 패밀리> GV에서 마민지 영화감독(오른쪽)과 홍재희 감독(왼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박장식


<버블 패밀리>의 가족들은 현대사 그 자체를 관통하고 있다. 막 중공업이 시작될 무렵 울산에서 화학공장에 다니다 결혼하여 서울 '땅부자'가 된 아버지, 서울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사모님' 어머니, 그리고 3저호황의 말단부를 타고 태어난 감독까지, 이 가족 전체가 현대사를 상징하는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건설회사를 꾸려나가며 잘 나가던 이 가족에게 브레이크를 건 것은 부암동 지역의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한 그린벨트 지정이었다. 빚까지 내서 산 부암동 땅은 이들 가족을 '중산층의 꿈'이었던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에서 내몰고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물 새는 월셋방으로 밀어넣었다.

그럼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땅을 포기하지 않을 듯하다. 어머니는 '땅은 언제나 오른다'며 딸의 대학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돌리는 대신 경기도 이천에 딸 명의로 된 땅 한 마지기를 샀다. 그런가 하면 길동 어딘가에 가족 명의의 땅 몇 평이 잠자고 있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간 그곳에서 보라는 땅은 안 보고 '부동산 영업'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가진 '토지만능사상'의 백미는 딸과의 인터뷰에서 나온다.

'서울에 처음 올라올 때 걱정이 안 되었냐'는 질문에 "걱정이 안 되었어. 무슨 길이 열리겠지(라고 생각했어)"라는 답을 내놓는다. 70~80년대 당시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온 이유를 한 마디로 축약한 셈이다.

영화 안 '두 개의 버블'
 
 <버블 패밀리>의 스틸컷.

<버블 패밀리>의 스틸컷. ⓒ 마민지


<버블 패밀리>라는 제목답게, 영화는 부동산 버블에 의연해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가족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도 다룬다. 가족들은 과거의 '버블'에 잠겨 30년 전 올림픽아파트에 들어갈 때 들여온 비싼 가구를 버리지 못한다. 또 집주인이 '조만간 이 집의 벽을 트고 원룸을 만들 것이다'라며 1~2년 내에 나가줄 것을 요구하자, 이 상황을 놓고 가족끼리 싸우는 장면도 여럿 연출된다.

하지만 영화 촬영을 하면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가족의 모습 역시 <버블 패밀리>에 담겼는데, 이는 영화의 백미와도 같은 장면이다. '엉망진창인데 뭘 찍냐'던 어머니가 감독을 새벽에 깨워 부동산 박람회에 함께 가자고 하는가 하면, 촬영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아버지는 전철역에서 감독과 마주치자 반대편 승강장에서 손인사를 보내기도 한다.

여전히 주택버블을 꺼지지 않고 있지만, 좁혀지지 않던 가족 사이의 거리는 영화촬영 후 많이 좁혀졌다. 감독 역시 자취를 그만두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선택하고, 어머니는 딸의 짐을 둘 자리를 만들기 위해 30년 된 가구를 과감하게 버린다. 영화 말미에는 한데 모여 외식을 하는가 하면 일출을 함께 보러 나가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관계를 회복한 셈이다.

부동산으로 시끌한 요즘, 개봉 한 번 합시다
 
<버블 패밀리>는 아직 정식적으로 극장의 스크린에 걸린 적이 없다. 첫 번째 장편으로 제 14회 EBS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와 DMZ국제다큐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등에서도 경쟁작과 초청작으로 걸렸던 영화의 이력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점이다.

최근 부동산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버블 패밀리>만큼 이들 부동산 버블에 대해 가장 가깝게, 현장감 있게, 그럼에도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이 많지 않다. <버블 패밀리>의 정식 개봉이 필요한 이유다.

<버블 패밀리>를 본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놓을지 기대된다. 빠른 시일 내에 관객들을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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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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