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시원한 대표팀 경기를 본 적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전반 초반부터 유기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경기를 가져간 대표팀은 화끈한 공격 축구로 축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7일 (금)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맞대결에서는 전반 34분 이재성의 선제골과 후반 33분 남태희의 쐐기골을 엮어낸 대한민국이 코스타리카를 꺾고 2대0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지난 8월 17일 대표팀 감독으로 새로 부임한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순조로운 출항을 알렸다.

간결한 패스에 의한 콤비 플레이, 전방에서 활기 더하다

이날 대한한국 대표팀이 건져낸 소득은 컸다. 단순히 2대0이라는 경기 결과 이외에도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펼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대한민국 축구는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공격 잘 되면 수비가 무너졌고, 수비가 단단하면 빈공이 지속되는 경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은 달랐다. 공·수 모두에서 안정적이고 날카로운 플레이로 질 높은 경기를 펼쳤다. 특히 화끈한 공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줬던 플레이는 공격 지역에서의 콤비 플레이였다. 전방에서 무의미한 백패스와 크로스를 양산하기보다는 짧은 패스와 활발한 오프 더 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미드필더들이 공을 잡으면 최전방의 지동원과 양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과 이재성이 중앙으로 간격을 좁히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상대의 마킹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한 박자 빠른 템포의 원 터치 패스 플레이로 수비수들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공백이 생긴 측면 공간은 수비수 이용과 홍철이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을 지원했다. 

전반 27분과 30분 손흥민, 이재성이 연속해서 보여준 결정적인 슈팅은 이날 대한민국이 보여준 콤비 플레이의 집약체였다. 후방에서 전방까지 올라오는데 최소한의 볼 터치로 공격을 전개했다. 공격 속도가 빠르다 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대한민국의 공격수들을 마킹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공격수들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슈팅을 가져갈 수 있었다. 후반전 교체 카드 사용 이후에도 이러한 패턴은 원활히 이어졌다. 이승우와 황인범이 전반전 남태희와 손흥민 롤을 그대로 수행했고, 황의조가 최전방에서 상대 센터백을 괴롭히는 동시에 공격의 연계점 역할을 맡았다.

선수들의 전방 압박도 적절히 이뤄졌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전방 압박을 시종일관 시도하지는 않았다.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겨줬을 시, 수비수들이 빠르게 수비에 복귀하며 후방에서 라인을 형성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방 압박이 필요할 때는 4-4-2 전형으로 바꾸며 확실한 압박을 가져갔다. 전방 투톱은 공격형 미드필더인 남태희가 라인을 올려 지동원과 합을 맞췄다. 그리고 4명의 미드필더들은 라인을 맞추며 한 번에 상대를 압박해 갔다. 많은 선수들이 압박 과정에 참여해감에 따라 높은 지역에서 수적 우세를 가지고 재차 공격으로 나설 수 있었다.

날카로움과 안정감 모두 보여준 3선의 묵직함

대한민국 대표팀 승리의 원동력이 100% 짧은 쇼트 플레이에 기반한 공격만은 아니었다. 전반 중반부터 3선 미드필더의 정확한 롱 패스가 적절히 혼합되었기에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고, 이는 더욱 강력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이번 경기에 기성용과 정우영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낙점했다. 두 선수 모두 발밑 기술과 패스 줄기가 좋기 때문에 후방에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기겠다는 의중이었다.

이 두 선수는 정확한 패스와 빌드업으로 벤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정우영과 기성용은 스위칭을 반복하며 분업화를 확실하게 했다. 한 선수가 전방으로 올라가면 다른 선수는 후방을 지켰다. 전방의 선수는 공격 시 콤비네이션 플레이에 참여했다. 후방의 선수는 공격의 1차 빌드업 역할을 담당했다. 수비에서 넘어온 공을 지켜내며 넓은 시야로 경기장을 폭넓게 사용했다.

전반 34분 이재성의 선제골도 이들의 패싱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기성용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남태희에게 정확한 롱 패스를 성공시켰다. 코스타리카의 풀백인 감보아가 남태희를 끌어당기면서 선제골의 시발점이 된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선제골 이후 코스타리카 수비는 급격히 무너졌다. 수비수들이 대한민국 공격수들을 대인 방어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3선 미드필더들은 한층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상대 뒷공간을 공략했다.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는 코스타리카의 공격이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점에 가까운 위협적인 장면은 없었다. 전반 4분 아길라르의 왼쪽 골대를 벗어나는 슈팅과 전반 종료 직전 감보아의 골대 위를 벗어나는 슈팅을 제외하면 상대의 공격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들은 90분 내내 집중력 있는 수비로 일관했다. 후방에서 침착한 탈압박도 좋았다. 상대 수비가 압박을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침착함을 잃지 않고 공 소유권을 지켜냈다. 단단한 수비 라인을 만들어 냈기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표팀은 이제 칠레전으로 시선을 향한다. 비달과 이슬라 등이 버티는 칠레는 이번 경기 상대였던 코스타리카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경기와 같은 유기적이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가 구현된다면 또다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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