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주관은 인권연극제이어가기와 극단종이로 만든배

2018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주관은 인권연극제이어가기와 극단종이로 만든배ⓒ 인권연극제이어가기



임신테스터기 두 줄을 확인한 민서. 그 얘기를 들은 남자는 말한다.

"네 몸인데 네가 조심했어야지."

갓 대학교 새내기가 된 20세 민서는 하룻밤을 지낸 동창 남자에게 딱히 할 말이 없다. 한숨만 나올 뿐이다.  

민서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지질한 현수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현수 아빠. 연극을 볼 때 그들의 얼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치 아이를 가졌다고 하자 돌변했거나, 아내와 여자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거나, 성범죄를 일으켰던 이 시대 검은 그림자들을 상징하듯. 

'두 줄 일까… 아닐까?'

임신테스터기에 두 줄은 임신을 의미한다. 두 줄에 얽힌 기억은 좋건 나쁘건 거의 여자 몫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세상에 혼자가 된 기분. 결혼을 한 후에, 자녀 계획을 다 세워놓은 다음 온 가족이 기다리는 타이밍이 아닌 이상 두 줄을 완벽히 반갑게 받아드릴 여자가 얼마나 될까. 

<두줄>의 연출과 대본을 쓴 김은미는 "낙태죄 찬성과 낙태죄 폐지 및 자기결정권을 얘기하는 양쪽을 보면서 이 두 문제는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혼모의 삶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일을 하며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계획에 없던 '두 줄'을 맞이했을 때 경력 단절 및 경제적인 어려움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신중절 비용 반반을 내자는 현수를 뒤로 하고 민서는 갈등에 빠진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인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연히 엄마에게 두 줄을 들키게 되는데….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고등학생 여자 주인공이 엄마에게 울면서 사촌 오빠로부터의 겁탈을 폭로했을 때 엄마는 뺨을 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자기 몸 간수를 제대로 했어야지." 그 이후로 여자 주인공은 수 없는 자살 시도를 한다. 사촌 오빠 때문이 아닌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다. 

다행히 <두줄> 연극 속 민서의 엄마, 정희는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는 19세에 남편도, 남자친구도 없이 홀로 그녀를 낳아 키웠다. 우리 사회가 소위 말하는 '미혼모'이다. 미혼모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가져서 어머니가 된 여성. 직접 아이를 낳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를 입양하는 것도 포함'된다. 다른 단어를 쓰고 싶지만 적당한 대체 단어가 없어서 미혼모 자립을 돕는 단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 단어를 선택하였다.

영유아를 버린 뉴스를 보면서 비정한 여인들이라 생각할 뿐. 만약 그녀들이 임신중절을 했다면? 낳아서 입양을 보냈다면? 아니면 키우려고 결심하였다면 우리는 그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수 있었을까. 

정희의 삶을 보면 그렇지가 못하다. 그녀의 움츠린 어깨가 평생 죄인처럼 살았을 그녀의 생애를 대신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민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우자. 너도 나처럼 살고 싶니?"

민서는 아직도 어떤 게 자신이 원하는 선택인지 모른다. 임신중절이든, 낳아서 키우든 두 가지의 선택 사항이 있는 것 같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외국의 어느 미혼모처럼 아기를 데리고 학교를 갈 수도, 정부로부터의 경제적인 복지 혜택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사람들의 차별과 시선이다. 민서의 엄마 정희가 살아있는 증인이 되어 민서를 설득한다. 민서는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리는 엄마가 못내 원망스럽다가도 그렇게 힘들게 자신을 키워준 정희를 다시 바라본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였다. 

미혼모 가정에 태어나 그래도 사랑을 받으며 자란 민서와 다르게 엄마 품을 벗어나 양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958~2015년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 보낸 아이들은 16만 7천여 명으로 전세계 국제입양 아동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2015년 1년간 해외로 보내진 아이만도 374명이다. 

한국보다는 외국에 입양돼서 좋은 부모 만나서 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작년 7월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필립 클레이(한국 이름 김상필)를 통해 다른 입양 피해자들과 함께 해외 입양의 허상이 드러났다. 

앞으로 더 많은 민서들이 두 줄을 발견했을 때 한 가지 선택만 강요받지 않고, 좀 더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기를,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더 많은 정희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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