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 영화 포스터

▲ <어둔 밤>영화 포스터ⓒ 풋메이드 픽쳐스


대학교 영화 동아리 '리그 오브 쉐도우'의 멤버인 안감독(송의성 분), 심피디(심정용 분), 요한(이요셉 분)은 자취방에 모여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느낀 게 있다면서 "우리도 영화를 만들자"고 뜻을 모은다. 장르는 슈퍼히어로, 제목은 <어둔 밤>, 영어로는 <다크 나이트>.

안감독은 '가장 한국적이자 세계적'이란 걸 내세우며 예비군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각본을 완성한다. 이후 동아리 후배들을 모아 음향감독, 촬영감독, 슬레이트, 심지어 메이킹필름 담당까지 정하고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 배역과 악당 배역 등 배우를 뽑는다. 서투른 준비 끝에 본격적인 촬영을 들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와 부딪히며 제작은 난항을 겪는다.

영화 <어둔 밤>은 "이 영상은 한 영화감상 동아리 멤버의 카메라로 촬영된 최근 몇 년간의 촬영분을 재구성한 것이다"란 문구로 시작한다. <어둔 밤>은 영화 동아리가 영화 '어둔 밤'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이자 가상의 영화 동아리와 인물들을 진짜처럼 찍은 페이크다큐 장르에 속한다. 연출을 맡은 심찬양 감독은 이런 형식을 결정한 이유를 "다큐멘터리에 한없이 가까운 극영화를 목표로 했다"라고 설명한다.
 
<어둔 밤> 영화의 한 장면

▲ <어둔 밤>영화의 한 장면ⓒ 풋메이드 픽쳐스


처음부터 장편 영화로 구상한 작품은 아니었다. 단편으로 만들어진 <회상, 어둔 밤>(장편 <어둔 밤>에선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끝내고 1년 반이 지난 후에 배우와 제작진을 다시 모아 다음 이야기를 완성했다. 심찬양 감독은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왜 영화에서도 이들이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는 건가? 내 취향을 저격할 솔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캐릭터들이 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사실에 계속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한 <어둔 밤>은 1부 조빙, 2부 민수, 3부 영화로 구성되었다. 1부 '조빙'은 메이킹필름을 찍는 조빙(조병훈 분)의 시선을 빌려 영화 <어둔 밤>이란 꿈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청춘들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안감독, 심피디, 요한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거듭남으로서 우리가 직접 돈을 투자하고 홍보를 해서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란 극 중 대사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2부 '민수'는 멤버들의 갑작스러운 입대로 중단된 영화 프로젝트를 후배 상미넴(김상훈 분) 등이 이어받아 이야기를 다시 쓰고 선배들을 불러 모아 <어둔 밤 리턴즈>를 완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3부 '영화'에선 영화 동아리 멤버들이 완성한 영화 <어둔 밤 리턴즈>가 나온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을 노린 듯 느껴지는 영화 속 3부작인 셈이다.
 
<어둔 밤> 영화의 한 장면

▲ <어둔 밤>영화의 한 장면ⓒ 풋메이드 픽쳐스


<어둔 밤>은 <아메리카의 밤>(영화 현장), <에드 우드>(B급 영화 제작), <레이더스! : 사상 최고의 팬필름>(영화팬이 만드는 영화)을 연상케 한다. 한편으로는 영화 동아리 멤버들이 만들겠노라 주장하던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진정성 있으면서도 호소력 짙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적 고민, 다양한 재미, 청춘의 고민, 따뜻한 위로가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다.

촬영은 영화적 고민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심찬양 감독은 아마추어 대학 동아리 학생이 처음 산 카메라로 메이킹필름을 찍는다는 콘셉트에 맞추어 촬영감독에게 처음 카메라를 잡아 본 사람처럼 찍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카메라는 때로 초점이 나가고 줌도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마치 청춘이 저지르는 시행착오처럼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되는 카메라는 인물의 성장과 다름없다. 아마추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메이킹 필름과 달리, 영화 속 영화 <어둔 밤 리턴즈>는 와이드화면을 활용하며 프로패셔널의 실력을 과시한다.
 
<어둔 밤> 영화의 한 장면

▲ <어둔 밤>영화의 한 장면ⓒ 풋메이드 픽쳐스


<어둔 밤>은 풍부한 패러디로 재미를 준다. 배트맨 3부작은 서사와 인물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나아가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을 변형한 '리그 오브 쉐도우'니 할리퀸의 등장 등으로 배트맨 3부작을 벗어나 DC 코믹스까지 패러디 영역을 확대한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를 넣어 DC와 마블을 융합하는 재치도 발휘한다. <멋지다 마사루>나 <드래곤볼> 같은 일본 작품들의 흔적을 찾는 즐거움도 있다.

청춘의 고민을 그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담아낸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1부에서 멤버들은 할리우드도 갈 것 같다고 꿈에 부푼다. 2부에선 어린 날의 치기였다고 한탄한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인데 세상은 시간 낭비라고 취급할 뿐이다. 이들이 고시 공부에 내몰리는 이유나 제대하니 과가 없어지는 사태 등은 모두 기성세대에게 물어야 할 책임이 아닌가. 그래서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어요"란 자조 섞인 대답은 씁쓸히 다가온다.

제목 <어둔 밤>은 <다크 나이트>의 패러디다. 동시에 청춘의 현주소를 의미한다. 극 중 영화 <어둔 밤 리턴즈>는 <다크 나이트>의 마지막 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 예비군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인물을 통해 심찬양 감독은 말한다. 어둔 밤이란 터널에 놓인 청춘들이여, 함께 기운을 내서 달리자고. 그리고 대사를 빌려 이야기한다.

"언젠가 답을 찾겠지. 씨발,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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