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가도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 봄이가도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주)시네마달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개의 시 중 하나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는 세월호 사건 후 남겨진 자들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지만 나아지지 않는 마음의 고통을 피하지 않고 대면하고 그렸다.

떠난 딸 향이를 그리워하고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신애, 사고현장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후 정신적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상원, 죽은 아내의 흔적에 허탈한 남편 석호 세 주인공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세 개의 단편영화가 한데 묶였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가운데 신애 역의 전미선, 상원 역의 유재명, 석호 역의 전석호, 상원의 딸 역의 김민하, 석호 아내 역의 박지연 배우가 참석했다. 또한 첫 번째 신애 이야기를 연출한 장준엽, 두 번째 상원 이야기를 연출한 진청하, 세 번째 석호 이야기를 연출한 전신환 감독도 참석했다.

작은 진심들이 모여 만든 영화
 
봄이가도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 봄이가도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주)시네마달


"작은 영화고, 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아픔이나 무게감이 커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힘들 텐데 그럼에도 이런 자리를 가지게 돼 뜻 깊고 감사하다." (유재명)

배우 유재명의 말처럼 세월호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이 아프고 많이 무겁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제 그만 피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기억하는 작품과 이런 자리는 계속되고 있고 계속 되어야 한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독립영화고 단편영화라 짧은 시간 안에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 했는데 감독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하게 됐다. 사실은 영화를 개봉할 거란 상상도 못했다." (전미선)

배우 전미선의 말처럼 이 영화는 개봉이 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개개인의 진심에서 출발한 작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사실 전신환 감독을 비롯해 세 감독은 제 대학 후배들이고 박지연 배우와 저는 대학 동기다. 누군가는 아직 잊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형 누나 후배들과 같이 해서 너무 좋았다." (전석호)

전석호는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는 데 어쩌면 좀 더 부지런히 움직였던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세 감독을 언급하며 "이 영화가 이 친구들의 입봉작"이라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담아낸 진정성 있는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전미선 배우와 첫 번째 이야기를 찍은 장준엽 감독은 "제가 배우분에게 캐스팅 제의를 드리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며 "제가 프로가 아니라서 망설였지만 시나리오를 쓰고나서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배우님과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서 드렸는데 잘 봐주시고 출연해주셔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청하 감독도 "유재명 선배님을 캐스팅하면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함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고, 전신환 감독은 "두 감독과 다르게 저는 쉽게 시나리오를 전달할 수 있었다"며 "무거운 내용이라 허락안 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해줬다"며 대학 동문인 전석호 배우에 감사를 전했다.

아프지만 기록해야 했다
 
봄이가도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 봄이가도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주)시네마달



"2년 전 여름에 작업했는데 이렇게 개봉하게 돼 기쁘다. 의미 있는 작품이고 희망적인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박지연)

장준엽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가 세월호 2주기 여름 정도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 사회적으로 분열이 가장 심했던 시기였다. 그만하라는 이야기도 많았고. 그때 (세 감독이) 각자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배우들과 감독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유재명은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런 부분이 아니었나 싶었다"고 말했고 전석호는 다음처럼 말했다.

"부담감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다(웃음). 왕십리에서 아무도 모르는 감독 세 명과 저희가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진실을 규명하거나 그런 것은 좀 더 똑똑하신 분들이 해주실 일이라면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것을 만들었다." (전석호)

살아남은 자들
 
봄이가도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 봄이가도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봄이가도>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6일 오후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주)시네마달


이 영화는 살아남은 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전하는 봄의 기억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죽은 딸(김혜준 분)이 돌아올 것이라 믿고 무당의 말대로 새벽에 기도를 올리는 향이 엄마에게 실종 3년째 되는 날 거짓말처럼 향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모녀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다. 전미선은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엄마 역을 절제 있는 연기로 선보였다.

"우리는 모두 상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처를 묵묵히 감추는 게 아니라 '나 좀 위로해줘'라고 말하는 게 이 영화인 것 같다." (전미선)

두 번째 이야기는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상원이 자신이 구하지 못한 소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내용이다. 유재명은 "상원은 이걸 이겨내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지만 왜 이렇게 아프지, 왜 이렇게 소화도 안 되게 헛것이 보이고 무언가 자꾸 떠오르지 하며 고통받는다. 그것이 저에게 (표현하는 데) 중요했다"고 밝혔다.

상원의 이야기를 연출한 진청하 감독은 "4.3 사건과 관련된 영상을 본 후에 생존자의 트라우마에 대한 주제에 오랫동안 관심이 많았다"며 "왜 살아남은 자들이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부채의식을 가지고 더 숭고한 일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원의 딸 역할을 맡은 배우 김민하는 "현장에서 유재명 선배님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감동받았다"며 "딸 현정이 아빠를 위로해주는 중요한 장면에서도 끊임없이 조언해주시고 친근하게 잘 해주셔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기억에 너무나 많이 남는 현장이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이야기는 그날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 석호가 아내의 빈자리에 괴로워하다가 아내가 메모해놓은 레시피를 발견하고 김치찌개를 손수 끓여 먹으며 아내를 추억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세 이야기 모두 마지막에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석호의 마지막 신이 이 영화에 담긴 희망을 가장 또렷이 표현해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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