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된 김의성 관련 인터넷 게시글.

화제가 된 김의성 관련 인터넷 게시글. ⓒ 인터넷 갈무리


"일요일은 나도 헷갈린다."

맞다. '일요일의 남자'라 부를 만하다. 한데 감정이입을 하면 할수록 헷갈린다. 몰입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쪽이 진짜인지 조금은 헷갈리기도 한다. 그 만큼 연기가, 감정이 뛰어나다는 얘기일 것이다.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오후 9시 방송)에서는 '완전 악역' 이완익으로, MBC <스트레이트>(오후 11시 방송)에서는 시사탐사 보도 진행자로 맹활약 중인 배우 김의성. 지난달 소셜미디어에서 이와 관련한 촌철살인의 글이 화제를 모았고, 위는 그에 대해 김의성 배우가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화답'이었다. 그 화제의 글은 짧고 명료하지만, 강렬했다.

"저녁 9시 되면 나라를 팔아 먹다가, 11시 되면 밥줄 걸고 나라 살리기 하고 있음."

그렇게 드라마에서 나라를 팔아먹던 배우 김의성이 7일 1인 시위에 나섰다. 드라마 속에서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치던 그는 현실에선 그 일본에 피해를 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피켓을 들었다. 그에 앞선 6일 '정의기억연대'(아래 정의연) 윤미향 이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소개 글을 남겼다.

"내일 아침 8:30-9:30, 외교통상부 앞에서 진행되는 김의성 배우님의 1인 시위를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김복동 할머니에 이어 1인 시위 나선 김의성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92세 김복동 할머니 1인 시위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92세)가 3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한일합의 무효와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92세 김복동 할머니 1인 시위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92세)가 지난 3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한일합의 무효와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 권우성

"우리가 위로금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나. 위로금을 1천억 원을 준다 해도 우리는 받을 수 없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 올해 아흔 두 살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복동 할머니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장대비가 내린 그날, 한일 두 정부를 향한 김복동 할머니의 절규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김복동 할머니는 암 수술을 받은 지 겨우 닷새째라고 했다. 특히나 취재를 나온 일본 <아사이신문> 기자에게 직접 건넸다는 할머니의 외침은 더욱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아베 총리가 기자들을 모아놓고 '일본이 했다. 미안하다. 용서해달라'라고 하면 용서할 수 있다."  
 
친일파 열연 김의성, 오늘은 정의를 위해 서다 배우 김의성씨가 7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한일합의 무효와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의성씨는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 친일파 열연 김의성, 오늘은 정의를 위해 서다 배우 김의성씨가 7일 오전 종로구 외교통상부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와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 한일합의 무효와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김의성씨는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 권우성

그리고 김복동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시위를 벌였던 바로 그 자리에 배우 김의성이 섰다. 앞서 정의연을 비롯한 제시민단체는 지난 8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는 1차 국민행동에 이어 9월 3일부터 31일까지 2차 국민행동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와 화해치유재단 앞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1인 시위에 김복동 할머니가 첫 번째로 참여했고, 그 세 번째 주자로 배우 김의성이 나선 것이다. 정의연은 김의성의 1인 시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배경을 설명했다.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완익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김의성씨도 김복동 할머니의 뜻에 함께 하기 위해 '국민행동 1인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인 시위에 참여하면서, '이완익' 역할로 받은 출연금 중 일부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동행인 후원금으로 정의기억연대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도 밝히시며 감동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김의성이 생각하는  "같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
 
 배우 김의성은 2016년 4월 티볼리 자동차를 구매하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증했다.

배우 김의성은 2016년 4월 티볼리 자동차를 구매하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증했다. ⓒ 정의연


"갑작스레 연락하여 화해치유재단해산촉구 국민행동 1인시위에 참여를 제안했는데, 1초도 주저함 없이 '잠시만요, 제 일정을 좀 확인할께요.... 금요일이 좋네요'. 

역시 참 멋지다. 오늘 아침, 외교부 앞에서 진행하는 1인시위는 다른 날과 같이 8:30에 시작, 9:30에 마무리되었다. 다른 날은 시민들도 바쁜 출근길이라 달려가기 바쁜데 오늘은 기자들도 많고, 시민들은 가던 걸음 멈추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며 김의성 배우가 화해치유재단 해산 1인시위 하고 있다고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행동하는 배우!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은 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의성 배우가 1인 시위에 나선 배경을 위와 같이 전했다. 한편 정의연은 김복동 할머니에 이어 "대학생, 단체 활동가, 일반인, 종교인, 예술인, 정당인 등 각계각층의 분들이 함께 하겠다"며 참여 신청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의성의 1인 시위 참여는 이러한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사과 문제를 환기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의성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의 역할과 다르게 평소 정의로운 활동에 앞장서는 김의성 배우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도 연대하여 해고자들이 복직되면 그분들이 만든 쌍용 자동차를 사겠다는 약속에 따라 2016년 4월 티볼리 자동차를 구매하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증한 인연도 있었습니다. 티볼리는 생존자 방문, 수요시위, 연대활동 등에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의성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문제를 위해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인사였다. 앞선 2014년 12월 김의성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응원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16년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복직한다면 쌍용차의 신차인 티볼리를 살 것이라고 공언했고, 쌍용차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를 단계적으로 채용하는 것을 합의하면서 실제로 티볼리를 구입했다. 김의성은 이 티볼리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기증했고,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마음을 써줘서 고맙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의성은 이 티볼리 차량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과 위안부 피해 여성을 상징하는 나비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그해 추석 연휴엔 세월호 광화문 단식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김의성의 이번 1인 시위는 그런 앞선 행동들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의성은 올해 역시 그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스트레이트> 진행자로 나서는 한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엔난민기구를 응원하고, 후배 배우 정우성의 지명을 받아 루게릭병 환자들을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고, 제주4.3 70주년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캠페인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걸음을 응원하는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각자도생이고 잘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각자가 잘 사는 것조차 힘들지 않나. 그 각자들이 조금씩 옆을 돌아보고 손을 잡고 힘이 돼 주면서 같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움직이는 거다. 큰 뜻은 없다. 눈앞에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거나 불편한 게 있으면 하나씩 개선해보려 노력하는 거지."

지난 2016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의성은 현실 참여에 대한 견해를 위와 같이 전했다. 우리 개개인들이 "조금씩 옆을 돌아보고 손을 잡고 힘이 돼 주면서 같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배우 김의성. 그가 지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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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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