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유럽 도전을 꿈꾸는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독일 축구는 유럽파 1세대로 꼽히는 '차붐' 차범근을 시작으로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박주호, 김진수 등 수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거쳐가거나 현재 활약 중인 리그다.

최근에는 재기를 꿈꾸던 '블루드래곤' 이청용도 독일 2부리그 VfL 보훔 1848로 이적하며 '독일파'의 대열에 합류했다. 보훔은 6일(한국 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청용의 영입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으로 꼽히는 보훔은 1980-1990년대 국가대표 미드필더였던 김주성이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이 팀에서 선수로 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졌다. 재일한국인 출신 정대세(시미즈)도 이 팀에서 뛰었다.

이청용도 독일리그 이적,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선수가 독일서 뛴다
 
 이청용의 이적 소식을 알리는 독일 2부리그 프로축구팀 VfL 보훔 트위터.

이청용의 이적 소식을 알리는 독일 2부리그 프로축구팀 VfL 보훔 트위터.ⓒ 보훔 트위터 갈무리


보훔은 지난 2017-2018시즌 13승 9무 12패를 기록해 6위에 그치며 1부 승격에는 실패했으며 올시즌에도 현재 중위권을 기록 중이다. 이청용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월드컵 본선 2회 포함 A매치 79경기나 출전했으며 잉글랜드를 통하여 유럽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보훔은 이청용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청용과 보훔은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올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훔에서 이청용이 배정받은 등번호는 11번이다.

보훔에 새 둥지를 틀기까지 이청용은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K리그 FC 서울에서 활약하다가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하여 유럽파의 반열에 접었들었다. 당시 이청용은 초창기까지만 해도 영국무대에서 승승장구했으나 2011년 프리시즌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에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으로 당하며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청용의 소속팀 볼턴은 그해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이청용은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2015년 1월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하며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츨전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부진과 부상이 겹쳐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출전도 물거품이 됐다. 팰리스와의 계약에 묶여있던 이청용은 올여름에야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을수 있었다. 이청용의 행선지를 두고 영국 잔류와 K리그 복귀, 미국-일본 진출 등 다양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유럽무대에서 재도전의 의지가 확고했던 이청용은 최종적으로 독일 2부리그에서 새출발을 선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팀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팀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 홀슈타인 킬 홈페이지/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최근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독일 2부리그행이 활발한 게 눈에 띈다. '제2의 이청용'으로 꼽히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이재성이 지난 7월 홀슈타인 킬로 이적하여 한달 만에 벌써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황희찬도 오스트리카 잘츠부르크에서 함부르크로 1년 임대 이적했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을 분데스리가에 데뷔시킨 팀으로 비록 지난 시즌 2부로 강등당했지만 독일에서는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명문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2에는 지난 시즌 후반기 장크트 파울리에서 주전자리를 확보했던 박이영과, 올시즌 뒤스부르크로 이적한 서영재 같은 유망주들도 있다. 여기에 이청용까지 가세하면서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2에 대한 관심이 국내 축구계에서도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분데스리가 1부리그로 올라가면 '터줏대감'인 구자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차세대 스타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등도 있어서 역대 가장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독일무대를 누비는 시즌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후반전. 한국 구자철이 역전골을 성공 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16.11.15

구자철 선수ⓒ 연합뉴스


2부리그 진출에 의문? '도전 정신'에 박수 보낼 필요 있다

한편으로 아무리 유럽이라도 이청용이나 이재성, 황희찬 같이 현재 '한국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선수들이 굳이 2부리그에서 뛰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페인-잉글랜드와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빅리그로 통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수준은 2부리그라고 해서 결코 낮지 않다. 축구강국답게 독일은 2부 구단들도 축구 인프라와 팬덤이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어설픈 유럽의 중소리그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독일 2부리그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 분데스리가 1부나 타 리그 빅클럽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또한 1~2년 정도 분발하여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킬 수 있다면 바로 빅리거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어려움을 겪었던 지동원이 후반기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하여 꾸준한 출장기회를 잡으며 경기력을 회복한 것도 좋은 모범이 되었던 사례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도전 방식은 그간 중소리그를 거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빅리그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아시아에서 바로 빅리그로 과감하게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유렵 경력을 시작하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고, 기성용은 스코틀랜트 셀틱에서, 박주호는 스위스 바젤을 거쳐 각각 잉글랜드와 독일 무대까지 밟았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이청용의 잉글랜드 진출 초창기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 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 경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진 실력을 다 보여주기도 전에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빅리그와 멀지 않은 위치에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주전경쟁이 수월한 2부리그 진출을 통하여 적응기를 거치는 실리적인 전략이 '차선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특히 독일은 전통적으로 다른 유럽 상위 리그들에 비하면 아시아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었다. 차범근, 차두리, 손흥민, 구자철, 박주호 같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며 한국 선수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많이 퍼져있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카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하세베 마코토 등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독일을 거쳤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중국화' 논란 등으로 어린 나이에 일찍 성공을 맛본 선수들이 도전의식을 잃고 높은 주급을 위해 중국리그 등에서 안주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굳이 빅리그나 빅클럽을 목표로 하는 것만이 성공의 조건은 아니다. 스타의식이나 자존심을 내려놓고 2부리거라고는 해도 축구의 본고장 유럽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해보겠다는 도전정신만으로 박수를 보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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