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 SBS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안 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시간대를 변경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 뚝섬편보다 더 심각한 식당들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뚝섬편에 등장한 음식점들은 근처에 회사들이 있어 평일 유동인구가 많았고 성수동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는 만큼 입지도 나쁘지 않았다.

반면 지난 5일 방영한 <골목식당> 대전편에 등장한 대전 청년구단 푸드몰 입점 식당들은 위치부터 최악이었다. 대전을 대표하는 중앙시장에 입점해 있지만, 찾기도 어려운 구석지고 오랜된 건물에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없어 3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겨우 청년구단을 만날 수 있다. 아주 맛집들로 소문나지 않는 이상 당연히 인적이 드물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청년구단 푸드몰 식당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백종원이 <골목식당> 뚝섬편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기본이 없다'는 점이다. 청년구단에 입점한 음식점 대다수가 문제로 지적받은 식자재 관리, 위생은 뚝섬편에 등장한 식당들도 지적 받은 부분이었다. 그래도 뚝섬편 음식점들은 <골목식당> 출연을 계기로 환골탈태해보려는 일말의 진정성과 열정을 보였었다.

허나, 영업시간이 끝나지 않은 중간 쉬는 시간에 일일 서빙 매니저로 활동한 조보아와 기념 사진 찍기 바쁘고, 장사 결과보다 조보아에 더 관심이 많은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했다.

대전시의 탁상행정이 만든, 전형적인 실패 사례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 SBS


백종원의 지적대로 청년구단은 대전시의 탁상 행정이 만든 전형적인 실패 사례에 속하는 것으로 보였다. 음식점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초기 투자비용 걱정 없이 장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처럼 인적조차 드문 후미진 건물에 내부 인테리어만 그럴듯하게 해주고 일정 기간 동안 임차료 정도 면제해주는 것이 초보 장사꾼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까? 그나마 청년구단 사장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던 대전시의 지원도 몇 달 전부터 끊겼다고 한다. 

이제는 대전시의 지원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그들에게는 요식업의 구세주 백종원이 있다. 하지만 청년구단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대전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청년구단은) 안 돼"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인적이 드문 입지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 청년구단이 입점해 있는 중앙시장은 청년구단이 주요 타깃층으로 잡은 청년들이 몰리는 장소가 아니다. 아무리 시장 메인 스트리트와 멀리 떨어져있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시장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존의 시장 상인과 상생할 수 있고, 상인들과 시장 손님들을 겨냥한 메뉴 개발과 기획이 필요했다. 

지난해 청년구단 개점 이래 1년 이상 놓치고 있던 메뉴 문제는 지금부터 백종원의 도움 하에 손보고 고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손님들에게 음식 평가를 받는 중요한 순간에도 진지함을 보이지 않는 청년구단 사장들의 태도는 백종원도 쉽게 고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맛없는 음식 내놓은 것보다 더 문제는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 SBS


미션의 일환으로 나이 지긋한 시장 상인들을 위한 메뉴를 개발한 청년구단 사장들은 테스터로 참여한 시장 상인들로부터 음식에 대한 갖은 혹평을 받았다. 청년구단 푸드몰에 올 때마다 개선이 안 된다는 한 상인의 지적은 더욱 뼈아프게 들렸다.

시장 상인들의 입맛을 알아채지 못하고 달고 짠, 맛없는 음식들을 내놓은 것까지는 그렇다치자.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각자가 시간을 들여 힘들게 개발한 신메뉴를 손님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것이니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청년구단 사장들은 오랜만에 손님이 왔다는 걸 자축하며 축포를 터트리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청년구단 사장들의 눈에는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얼굴을 찌푸리거나 먼산을 바라보는 손님들의 표정이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저 요즘 대세 배우인 조보아가 자신들의 음식을 열심히 서빙해주고, 그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듯했다.

언제부터인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전락한 기분이다. 해방촌 신흥시장 편 원테이블, 뚝섬편 경양식집, 인천 신흥시장 청년몰 다코야끼 등. 그래도 <골목식당> 초창기만 해도 음식점으로서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췄지만 상권에 대한 분석이 2% 부족해 장사가 안되는 식당들이 출연해 백종원의 조언으로 모객에 성공하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뚝섬편부터 기본기조차 갖추지 않은 기준 미달 음식점들이 대거 등장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편 한 장면 ⓒ SBS


물론 그 중에서도 백종원의 극찬을 한 몸에 받았던 '우등생' 인천 청년몰 덴돈집 같은 곳도 있었다. 덴돈집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지만 창업비용 때문에 신흥 상권에 입점해 장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특별한 케이스 였다.

물론 <골목식당>에 등장 하는 식당들이 인천 덴돈집처럼 아주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달라는 소리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많이 부족하고 아쉬움이 있더라도 장사에 대한 열의가 있고 개선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면 시청자들은 얼마든지 마음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기본기부터 부족한 청년구단 사장들은 음식 장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손님들의 평가보다 조보아와 사진 찍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백종원은 물론 시청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장사 태도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같은 대전 청년구단 푸드몰 사장들이 백종원의 솔루션을 통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 대전 청년구단 창업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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