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한 장면.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평생을 약속한 사랑이라도 시련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이들은 없는 법. 이별의 이유도 사랑을 약속한 수만큼 많은 법이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바로 그럼직한 이별의 이유 앞에 흔들렸고, 실제로 그걸 감당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1960년대에서 수십 년이 지난 시점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연대기적 구성이다. 전도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 플로렌스(시얼샤 로넌)과 역사에 깊은 관심이 많던 순수한 청년 에드워드(빌리 하울)의 첫 만남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화의 시작과 말미, 두 남녀는 체실 비치에 서 있다.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신혼 여행지다. 하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그들의 표정은 심상치 않다. 불안한 기운을 전달하며 영화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치 사진을 찍는 찰나처럼 짧은 그 순간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삽입되는 식이다. 

시간 순서를 따른 구성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이 두 남녀의 만남과 갈등 사이사이에 각자의 유년시절 혹은 청년시절을 묘사하며 두 사람이 혼자만 지니고 있던 어떤 상처들을 배치해 놓았다. 엄마의 잦은 불안증세로 정서적으로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에드워드 혹은 유년 시절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플로렌스의 모습을 묘사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해가 부족하면 오해가 되고, 오해가 지나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런 아픔을 극복한 것으로 보였지만 두 남녀는 결국 이별을 택한다. 어떻게 보면 <체실 비치에서>는 이별의 이유를 찾는 두 사람의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한 장면.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체실 비치에서>가 뭇 다른 멜로 영화와 다른 점은 갈등의 이유를 외부나 어떤 특정 상황에 기대는 게 아닌 인물들이 갖고 있던 내면의 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한 남자의 순애보, 그리고 기꺼이 거기에 감동했던 여성. 하지만 극복하지 못한 서로의 트라우마가 결국 사랑의 걸림돌이 되고 마는 과정이 그 자체로 흡인력 있다.

그리고 영화의 핵심은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있지 않다. 서로가 알지 못했던 각자의 비밀을 점층적으로 그리며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납득할 만한 이유가 드러난다. 그래서 더욱 이들의 사랑이 애잔하고 아프게 다가온다. 

배우와 스태프의 시너지

영화의 주연을 맡은 시얼샤 로넌이 전작 <레이디 버드> 촬영이 끝나자마자 단 하루만 쉰 채 이 영화 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배우는 욕심을 낼만한 배역이었다. 그가 맡은 플로렌스 자체가 섬세하면서도 타인을 품을 줄 아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였기에 배우 입장에선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소 활달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캐릭터를 맡았다면 이 작품을 통해 시얼샤 로넌은 본인의 스펙트럼을 크게 넓히게 됐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어톤먼트>로도 잘 알려진 작가 이언 맥큐언이 썼고, 그가 직접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다. 소설 <체실 비치에서>는 2007년 출간 후 영국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섬세한 인물 묘사가 탁원한 작가와 재능 있는 배우들의 만남. 영화에서 그 합이 매우 좋다. 지금도 숱하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을 이 땅의 커플들, 예비 커플들에겐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될 영화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한 장면.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한 줄 평 : 사랑한 만큼 이별의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평점 :★★★★(4/5)

 
영화 <체실 비치에서> 관련 정보
연출 : 도미닉 쿡
주연 : 시얼샤 로넌, 빌리 하울, 에밀리 왓슨, 앤 마리 더프
수입 및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및 공동배급 : 키위미디어그룹
러닝타임 : 110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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