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그들은 현명했다. 지난 봄 'Fake Love' 를 부르며 거짓 자기(false self)로 한 사랑의 아픔을 노래했던 7명의 소년들이 드디어 길을 찾았다. 8월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 LOVE YOURSELF 結 'Answer' >는 거짓 자기를 벗어던지고 진짜 자기를 찾은 사람의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제목부터 심상찮은 'Epiphany'(작사 Slow Rabbit, 방시혁, ADORA  작곡 Slow Rabbit, 방시혁, ADORA)는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존감 향상만으로는 부족한 자기 사랑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방탄소년단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노래는 그 동안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한 후회로 시작한다. '참 이상해 분명 나 너를 너무 사랑했는데 뭐든 너에게 맞추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내 맘속의 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돼' 라고. 이 소절을 지난 봄 발표한 'Fake Love' 의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보자. 여기서 '너'는 사랑하는 연인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짜 나'를 의미하기도 한다. 분명 방탄소년단은 '너' 그러니까 연인과 자기 자신 모두를 '너무 사랑했고' '뭐든 너에게 맞추고 널 위해 살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오히려 '내 맘 속의 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고 고백한다. 왜 그럴까?

이는 자기 사랑이 '자존감'에만 치우쳐 왔기 때문이다. 사실 자존감('자기존중감'의 준말)은 심리학의 개념 중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다. 오랫동안 심리학은 '자신을 전반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정도'인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그런데 최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에도 역기능이 있음이 발견됐다. 자존감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에서 나왔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 등은 무시하고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한 압박감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은 감추고,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강한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방탄소년단이 'Fake Love'에서 노래했듯 '거짓 자기'를 키우는 일이 되고 만다. 이는 사랑하는 이와의 진실한 관계를 방해함은 물론이다. 때문에 점점 마음속엔 '감당할 수 없는' 폭풍만이 거세지게 된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
 
그렇다면 진정한 자기 사랑의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 소절에서 이어지듯, '웃고 있는 가면 속의 진짜 내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것. 즉, 웃는 얼굴 뒤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네프(Neff)는 이런 자기사랑의 방법을 '자기자비(Self-compassion)'라고 개념화 했다. 네프에 따르면 자기자비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포용적인 태도로 돌보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하고 괴로운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 마음 챙김의 태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비는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자기 친절)', '마음 챙김(mindfulness)', '인간 삶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 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방탄소년단은 기특하게도 이 노래에서 자기자비의 태도로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야 깨달아 so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은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자기 친절'의 태도이다. 'Fake Love'에서 강한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이들이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 마저 아름답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자 이제 이들은 '흔들리고 두려워도 앞으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자기를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단순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보다 어려운 상황을 잘 수용하고 금세 털고 일어난다는 심리학의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한 '자기 친절'의 태도를 갖춘 사람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보다 관대하고 수용적으로 대한다. 때문에 이런 사람의 파트너 또한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고 보다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폭풍 속에 숨겨뒀던 진짜 너와 만나'라고 노래하듯, 나와 너 모두가 '진짜 나'로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지금 현재에 집중하기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방탄소년단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다음으로 방탄소년단이 노래하고 있는 자기 자비의 요소는 '마음 챙김'의 자세다. '마음 챙김'이란 자신과 타인을 비판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금 현재 여기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는 태도를 말한다. '왜 난 이렇게 소중한 날 숨겨두고 싶었는지, 뭐가 그리 두려워 내 진짜 모습을 숨겼는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스스로에게 평가적인 잣대를 들이대 온 것에 대한 후회가 담긴 소절이다. 평가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고 비판단적인 자세로 나를 바라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평가를 내려놓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이렇게 노래하게 된다.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할지 몰라 수줍은 광채 따윈 안 보일지 몰라 하지만 이대로의 내가 곧 나인 걸'이라고. 이 소절은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을 맞닥뜨리는 자세를 잘 보여준다. 어딘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부족한 점이 많아 남들에게 빛나 보이지 않을지라도 이 모습 그대로 나 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무엇이든 평가해 판단하려 하는 자아를 지닌 인간이 평가를 내리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 챙김'의 자세는 자신과 타인을 보다 수용적으로 바라보며,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여러 연구들에서 밝혀졌다. 처음엔 쉽지 않지만 작은 연습들을 통해 이런 자세를 점차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나의 호흡, 움직임 등 신체의 느낌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인식조차 하지 않고 지내왔던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과 영혼'의 흐름에 집중해 보는 것. 마음 챙김을 연습하는 좋은 방법이다.

인간 조건의 보편성 받아들이기

그럼 어떻게 하면, 판단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내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in this world'를 세 번 반복한다. 내가 사랑하고자 하는 나는 세상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임을 강조하는 소절이다. 즉, 내가 겪는 어려움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며, 인간이기에 나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이는 네프가 말한 '자기 자비'의 세 번째 요소인 '인간 삶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와 통하는 지점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부족한 모습으로, 저마다의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보편성에 대한 인식은 나와 타인 모두를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런 마음은 보다 수용적이고 너그러운 자세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이렇듯, 진정한 자기 사랑은 스스로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기 위해 자존감을 올리려고 애쓰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나의 약점과 단점을 개선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 보다 나 자신에게 친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곁에 있는 친구가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 괴로워할 때 위로를 건네듯, 나 자신의 실망스런 모습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지금 여기서 숨쉬고, 움직이는 내 몸의 상태를 고스란히 느껴보며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인간의 삶이 지닌 보편적인 취약성을 인식하는 것. 이런 '자기 자비'의 자세가 선행될 때 자존감 향상을 위한 노력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방탄소년단방탄소년단이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이 노래의 제목 'Epiphany'는 기독교 용어로 예수 공현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깨달음'의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방탄소년단이 '깨달은' 자기자비의 자세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 같은 앨범 수록곡인 'Answer: love yourself' 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방탄소년단 'Epiphany' 가사

"참 이상해 분명 나 너를 너무 사랑했는데
뭐든 너에게 맞추고 널 위해 살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내 맘속의 폭풍을 감당할 수 없게 돼
웃고 있는 가면 속의 진짜 내 모습을 다 드러내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흔들리고 두려워도 앞으로 걸어가)
(폭풍 속에 숨겨뒀던 진짜 너와 만나)

왜 난 이렇게 소중한 날 숨겨두고 싶었는지
뭐가 그리 두려워 내 진짜 모습을 숨겼는지

I'm the one I should love in this world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조금은 뭉툭하고 부족할지 몰라
수줍은 광채 따윈 안 보일지 몰라
하지만 이대로의 내가 곧 나인 걸
지금껏 살아온 내 팔과 다리 심장 영혼을

사랑하고 싶어 in this world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I'm the one I should love
I'm the one I should love


(관련기사: "울지 마, 강해져" 부모의 이 말이 아이 성장에 끼친 영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erene_joo)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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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로 세상을 관찰하며 살다, 지금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생명감수성'과 '마음의 성장'을 일상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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