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무슨 생각할까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2018.9.6

▲ 파울루 벤투, 무슨 생각할까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하고 있다. 2018.9.6 ⓒ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첫 출항의 닻을 올린다. 7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 벤투호의 첫 데뷔무대다. 나흘 뒤인 11일에는 칠레와 두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2000년대 이후 벤투 감독 직전까지 축구대표팀을 거쳐간 감독은 총 11명이다. 이들의 역대 A매치 데뷔전 성적을 합산하면 6승 3무 2패로 준수한 편이다. 대체로 홈경기가 많았고 대표팀 분위기를 고려하여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약팀들이 첫 상대인 경우도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고 성공사례인 히딩크-허정무, 의외의 공통점

공교롭게도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고 성공사례로 꼽히는 히딩크와 허정무 감독이 나란히 첫 경기를 패배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은 2001년 홍콩에서 열린 칼스버그컵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으나 데뷔전이었던 1월 24일 노르웨이에 2-3으로 패했다. 다음 경기인 파라과이 전에서는 1-1로 비겼으나 승부차기 접전끝에 6-5로 어렵게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90분 경기로 국한하면 취임 후 4번째 경기였던 2001년 2월 11일 두바이 4개국 대회 UAE전에서 4-1로 완승한 것이 첫 승이다.

허정무 감독도 2008년 1월 30일 열린 칠레와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하지만 상대가 남미의 강호였고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허정무 감독은 2번째 경기였던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3차예선을 4-0으로 완승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A매치 27경기 연속 무패 행진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으로 이어지는 업적을 이뤄냈다.
 
기분 좋게 훈련하자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기성용 등 선수들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2018.9.6

▲ 기분 좋게 훈련하자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기성용 등 선수들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2018.9.6 ⓒ 연합뉴스


데뷔전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맛본 지도자는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조광래, 최강희, 슈틸리케 감독까지 6명이다. 하지만 이미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됐지 알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다시 돌아보면 뭔가 아이러니해보이는 첫 승의 추억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2004년 7월 10일 바레인과의 경기를 2-0으로 승리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5년 10월 12일 이란을 홈에서 2-0으로 제압했으며 베어벡 감독은 2006년 8월 16일 아시안컵 예선 원정에서 대만을 3-0으로 완파했다.

조광래 감독은 2010년 8월 11일 나이지리아를 2-1로 이겼다. 최강희 감독은 2012년 2월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4-2로 승리하며 2000년대 이후 데뷔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감독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10일 파라과이를 2-0으로 물리쳤다.

첫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감독은 쿠엘류-홍명보-신태용이다. 3명 모두 데뷔전이 0-0 무득점 무승부라는 공통점도 있다. 포르투갈 출신의 쿠엘류 감독은 2003년 3월 29일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으며 부임 이후 3번째 경기였던 일본 도쿄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직전 패배를 설욕한 것이 첫 승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13년 7월 20일 호주와의 동아시안컵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출발했다. 취임 5번째 경기였던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야 4-1로 승리하며 신태용 감독과 함께 데뷔승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지도자가 됐다. 늦어진 첫 승이 암시했던 복선만큼이나 홍명보 감독은 통산 성적도 5승 4무 10패도 역대 대표팀 감독중 최악의 승률(26.3%)을 남겼다.

코스타리카-칠레, 결코 쉽지 않은 상대들
 
문선민-이승우 가볍게 시작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문선민, 이승우 등 선수들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2018.9.6

▲ 문선민-이승우 가볍게 시작 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문선민, 이승우 등 선수들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2018.9.6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은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유일하게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 감독이다. 친선경기나 평가전을 제외하고 타이틀이 걸려있는 국제대회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감독은 신태용과 베어벡 감독, 2명뿐이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데뷔전은 아시안컵 예선 1차전이었고 상대가 최약체 대만이라 승부에 큰 부담이 없었다. 반면 신태용 감독은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진출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았고 평가전 한번 치르지 못하고 상황에서 당시 상대 전적에서 열세인 강호 이란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신감독은 이란과 0-0으로 비기며 데뷔전을 마쳤고 이후 우즈벡 원정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힘겹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으며 이후 일찍 '레임덕'에 빠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의 A매치 데뷔 첫 승은 5경기만인 2017년 11월 21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2-1)을 통하여 이뤄졌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북중미의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총 8차례 만나 3승2무3패로 팽팽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의 FIFA 랭킹은 32위로 한국(57위)보다 25계단이나 높다.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2014년 10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1-3으로 패한 바 있다. 남미의 축구강호 칠레와는 2008년 허정무 감독 시절 단 한번 맞붙어 0-1로 패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했지만 칠레의 FIFA 랭킹은 12위로 여전히 높다.

홈 평가전이라고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두 팀 모두 한국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대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영원한 숙적인 일본 역시 같은 기간 순서만 맞바꿔 칠레-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라 한국과 경기력이 직접적으로 비교대상이 된다는 것도 벤투 감독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9월 2연전 외에 10~11월의 A매치 4경기도 모두 확정했다. 대표팀은 오는 10월 12일 우루과이, 16일에는 파나마와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11월 17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원정을 떠나고 20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벤투 감독은 가급적 빨리 '첫 승'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년 아시안컵을 대비하기에도 유리해 보인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상승세를 이어 기왕이면 벤투호도 기분좋은 데뷔 승으로 한국 축구 재건의 희망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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