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깨무는 와일드카드 3인방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해단식에서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다.

▲ 금메달 깨무는 와일드카드 3인방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해단식에서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부터 K리그는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제도(아래 의무 출전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제도의 골자는 이러하다. K리그1의 경우 23세 이하, K리그2에 경우 22세 이하 선수를 선발 11명 중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한 벤치에 앉는 7명의 후보 선수들 중에도 해당 나이의 선수를 넣어야 한다.

축구계의 갑론을박 끝에 채택된 이 제도는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4년 간 의무적으로 최소한 1명 이상의 어린 선수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고우나 미우나 어린 선수 중에 베스트 라인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키울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물을 우리는 최근에 목도했다. 바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U-23 대표팀은 목표였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의무 출전 제도의 혜택을 봤던 선수들이다. 일단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9골을 폭발시키며 맹활약한 와일드카드 황의조가 있다. 1992년생 황의조는 만 21세의 나이에 성남FC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했다. 두 시즌 간 리그를 경험한 황의조는 의무 출전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한 2015년에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성남의 감독이었던 김학범은 의무 출전 제도에 부합한 황의조를 줄곧 선발로 기용했다. 덕분에 황의조는 2015년에만 리그에서 34경기를 뛰었다. 잦은 경기 출장으로 경험을 쌓은 황의조는 2015 시즌에 리그 15골을 잡아내며 성남을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성인대표팀에도 첫 발탁된 오른쪽 풀백 김문환도 의무 출전 제도의 긍정적인 산물이다. 1995년생으로 지난 시즌 만 22세였던 부산 아이파크의 김문환은 리그 30경기를 소화했다. 의무 출전 제도 아래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은 김문환은 올 시즌에도 부산의 주전 멤버로 당당히 활약 중이다.

아시안게임에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진야, 전북 현대의 장윤호와 김민재, FC서울의 황현수 등도 의무 출전 제도가 낳은 신성들이다. 의무 출전 제도를 통해 어린 선수들은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일정 수준의 경기 출전을 보장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의무 출전 제도는 꽃 폈다고 평가가 가능하다. 대회에 참여한 K리그 선수들 중에 김민재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타 선수가 없었지만, K리그에서 경험을 단기간에 흡수한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실전 경기를 많이 치러냈기에 체력은 준비되어 있었고 컨디션은 평균 이상이었다. 한 경기 한 경기 중요한 토너먼트 단계에서 어린 선수들의 준비된 능력은 빛났다.

'골짜기 세대'는 이제 없다

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손흥민 '너무 좋아'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연합뉴스


자카르타로 향하는 대표팀을 향해 의문 부호가 달렸던 이유는 선수들의 이름값 때문이었다.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와 조현우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 축구 팬들은 쉽게 알 수 없는 선수들이었다. 불안감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골짜기 세대'는 없었다. 광주FC의 새싹 나상호는 K리그2 득점 선두의 능력을 바레인과 첫 경기부터 유감없이 보여줬다. 만 18세 나이에 대전 시티즌에서 데뷔해 줄곧 의무 출전 제도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던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의 황인범은 치명적인 패스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어차피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손흥민만큼 중요한 부분은 슈퍼스타를 뒤에서 받춰 줄 수 있는 선수들이 기본 이상을 해낼 수 있느냐에 여부다. 매 경기 잘한 것은 아니지만 K리그의 어린 선수들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황의조와 이승우 등이 한 방을 터뜨리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이번 금메달로 2년 뒤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에 기용할 선수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는 우려에 불과하다. 자카르타 멤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도쿄로 향할 수 있는 더 어린 K리그 선수들이 의무 출전 제도 아래 쑥쑥 성장 중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수원 삼성의 유주안과 전세진, 서울의 조영욱이 있다. 유주안과 전세진은 데얀, 바그닝요, 임상협, 염기훈 등이 버티는 공격진 사이에서도 의무 출전 제도의 혜택을 받아 번걸아 출장수를 늘리고 있다. 조영욱도 리그에서만 무려 24경기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의무 출전 제도의 영향 속에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 선배들이 그랬듯이 지금의 어린 선수들도 삽시간의 경험을 흡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2년 뒤에도 '골짜기 세대'는 없어 보인다.

의무 출전 제도의 한계와 미래

이승우 세레모니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이승우 세레모니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의무 출전 제도는 한계가 뚜렷한 제도다. 가장 큰 결점은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권에 외부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는 점이다. 감독이 보유한 선수단에서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는 제도다.

의무 출전 제도는 중요한 경기에서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2016년 K리그1 리그 최종전에서 서울을 맞이한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의무 출전 제도에 부합하는 선수를 한 명도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다. 의무 출장 제도를 어긴 전북은 규정에 의해 이날 경기에서 2장의 교체 카드만 활용할 수 있었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도 고민 끝에 의무 출전 제도에 들어가는 신인 윤승원을 선발로 내세우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윤승원 카드는 비효율적이었고 윤승원은 이른 시간 교체를 당했다. 리그 우승이 판가름 나는 중대한 경기에서 양 팀 감독 모두 카드 한 장씩을 허비했다는 점은 순수한 경기력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치명적인 결점에도 불구하고 의무 출전 제도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앞서 설명했듯이 의무 출전 제도가 제대로 시행된지 4년 만에 자카르타 세대가 탄생했다. 프로축구연맹 입장에서는 의무 출전 제도를 지속할 명분이 생겼다.

나아가 현재 성인 국가대표팀에 주축들도 의무 출전 제도의 우산 아래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홀슈타인 킬의 이재성, 디종 FCO의 권창훈은 어린 나이부터 K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덕에 지금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여러모로 의무 출전 제도의 성과는 현재까지 탁월하다.

의무 출장 제도는 종국에는 사라질 제도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자국 유스 출신 선수를 선수단 내 몇 명 이상 포함하는 방식이나,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를 제한하는 방식을 선택해 자국 어린 선수의 보호함과 동시에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계가 명확한 K리그 의무 출전 제도가 변하게 될 미래 모습이다.

어찌됐든 한국 축구 사정상 시행되고 있는 의무 출전 제도는 한국 축구의 꽤나 긍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4년 차를 맞이한 K리그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제도에게 자카르타는 증명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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