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게스트> 포스터

영화 <더 게스트> 포스터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늦은 밤 벨이 울리고, 현관문 밖에서 한 여자가 전화를 빌려 달라 말한다. '남편이 자고 있다'는 핑계로 부탁을 거절하자 문 밖의 여자는 말한다.

"거짓말하지 마. 당신 남편은 죽었잖아."

의문의 여성과의 사투를 그린 <더 게스트>는 < Inside >라는 원제에 어울리게 여성 주인공 세라의 집 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이다. <맨 인 더 다크>, <더 바> 같은 작품들처럼 제한된 공간 내에서 갑갑한 느낌의 스릴감을 주는 밀폐 스릴러를 보여준다. 밀폐 스릴러의 경우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 주인공을 배치함으로써 쫓기고 몰리는 공포를 극대화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쫓고 쫓기는 '밀폐 스릴러'

공포 스릴러의 명가 스페인답게 관객을 몰아넣고 조여 오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세라가 임산부이고 하필 여성이 침입했을 때 양수가 터지는 부분은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도 보여주었던 설정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세라의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드는 외부 변수의 제거도 인상적이다. 집을 향하는 세라의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이 여성에 의해 하나 둘 제거당하며 구조에 대한 희망을 없애버린다.

주인공의 처지에 몰입된 관객들은 하나씩 사라져가는 변수에 절망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런 장점들만 본다면 <더 게스트>는 이른 가을, 선선한 날씨에 어울리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더 게스트> 스틸컷

영화 <더 게스트> 스틸컷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하지만 이런 스릴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몇 가지 포기해야 되는 것이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개연성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스릴감만 느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겠지만 정교하게 짜인 스릴러를 원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40대로 보이는 의문의 여성이 전문적인 킬러보다 더 뛰어난 솜씨로 주변 인물들을 제거한다는 점이다. 또 영화는 살인자가 인물들을 쉽게 제거하게 만들기 위해 주변인물들의 행동을 어설프게 설정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 속 인물이 쉽게 살인을 저지르게 만듦으로 스릴감은 주지만 '왜 인물이 저렇게 행동하지?' 혹은 '어떻게 인물이 저기로 들어갔지?'라는 의문을 해소해주지 못함으로 개연성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두 번째는 신선함이다. 스릴러 영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웬만한 소재의 작품들은 다 등장하였다. <적과의 동침> <미저리> <요람을 흔드는 손> <유주얼 서스펙트> 등 소재적인 측면에서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2000년대부터는 기존 소재들에 대한 완성도적인 측면의 확장 또는 다른 장르와의 복합을 통한 신선함에 주목해왔다. 이런 스릴러 영화의 흐름 속에서 스페인 영화가 돋보였던 이유는 이전과 다른 색다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색다른 것보다 정석에 가까운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영화 <더 게스트> 스틸컷

영화 <더 게스트> 스틸컷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특히 국내에서는 몇몇 스페인산 스릴러가 화제가 되었는데 <히든 페이스> <더 바디> <인비저블 게스트> 등의 영화들이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반전, 강렬한 스릴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쉽게도 <더 게스트>는 그런 신선함을 주지 못한다.

집을 공간으로 한 밀폐 스릴러는 너무나 많이 등장했던 소재다. 여기에 이 영화만의 새로움이 있다면 모를까, 아쉽게도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 애써 사라에게 청각에 대한 문제와 임신이라는 변수를 장착시켰지만 이 소재들을 적절하게 써먹지 못한다. 특히 양수가 터져 고통을 호소하는 사라가 격렬하게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개연성 부족과 함께 주인공의 초인적인 능력이라는 전형성을 보여주어 아쉽게 느껴진다.

이 영화가 신선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스릴감을 주기 위해 택한 외부 변수 제거에 있다. 주변 인물들을 다 제거하다 보니 세라와 의문의 여성 두 사람으로 줄 수 있는 재미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 게스트>는 색다름을 대신 익숙함을 택하며 기본적인 스릴감을 주는 데 집중하였다. 최근 국내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었던 스페인산 스릴러들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만 색다름보다 정석적인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즐길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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