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물괴>의 한 장면.

영화 <물괴>의 한 장면.ⓒ 태원엔터테인먼트


'한국 크리쳐 무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영화가 있다. <7광구>(2011)나 <괴물>(2006)에서의 그 생명체는 인간의 탐욕으로 탄생한 거대한 적이었으며 <미스터 고>(2013), <옥자>(2017)에선 인간에게 친근한 캐릭터로 함께 난관을 극복하는 존재였다. 

그간 스릴러, 시대극,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질적 양적 변화가 있었던 한국영화에서 이 크리쳐 장르만큼은 유독 빈곤했다. 상상력의 부재 혹은 기술의 한계일까. 분명한 건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는 걸 보면 기술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 

야심찬 기획

그런 의미에서 오는 12일 개봉할 <물괴>는 야심 찬 도전이자, 그 자체로 박수받을 기획이다. <조선왕조실록(중종 22년)>에 적혀 있는 실제 사실에 기반을 둔 액션 사극이다.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 서명문을 향해 달아났다 (중략) 취라치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는 구절이 힌트가 됐을까. 지난 3일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 속 '물괴'는 여러모로 개의 형상을 많이 닮았다. 여기에 시비나 선악을 판단할 줄 안다는 우리나라 상상 속 동물 해태의 면모도 눈에 띈다.  

폐위된 연산군, 그 뒤를 이어 왕에 오른 허수아비 왕 중종 시대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던 때였다.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은 온갖 대신들의 음모와 나약한 왕의 결정으로 궁을 떠난 지 오래였고, 그가 난리 중에 구한 아이 명(혜리)과 윤겸을 따라 낙향한 성한(김인권)이 이야기의 축이 되어 이끌어간다. 

물괴의 존재를 두고 왕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음모로 치부하는 중종(박희순),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는 영의정(이경영)과 그 수하들의 대립 속에서 윤겸 일행은 진실을 파헤쳐 간다. 익숙한 구도다. 각종 방해와 위험을 무릅쓰는 캐릭터들은 그간 우리가 액선 활극이나 크리쳐 영화서 봤을 법한 정도의 지혜를 가지고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해 나간다.
 
 영화 <물괴>의 한 장면.

영화 <물괴>의 한 장면.ⓒ 태원엔터테인먼트


이 때문에 <물괴>를 두고 어떤 신선함이나 기발함을 기대했다면 적잖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물괴를 추격하다가 위기에 처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물괴의 거처에 대한 설정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살짝 엿보인다. 또한 활을 잘 다루고 의술에 능한 명이 캐릭터는 그간 하지원으로 대표되던 특정한 여성 호걸의 이미지가 묻어 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로 독보적인 면모를 보인 김명민은 그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만,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선 그 이미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사실들

이 모든 걸 의도했다 하더라도 그래서 <물괴>를 '현대판 괴물'이라 수식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주요 캐릭터들을 제외하고 주변 캐릭터들이 전형적으로 묘사된다는 점,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하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방식 역시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다. 왕권을 마비시키고 조정 대신들을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하던 영의정은 의외로 쉽게 그것도 스스로 위기를 자처한다.   

다만 군중들, 그러니까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영화 내내 희생만 당하다가 말미에 횃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향합시다!"라고 하는 대목에선 어떤 희망을 담으려 한 제작진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백성-국민, 광화문-청와대, 횃불-촛불집회 등 1차원적인 도식화로 느껴져 큰 감흥으로 다가오기엔 부족하다. 
 
'물괴' 한명이듯 좋았던 호흡! 허종호 감독(가운데)와 배우 최우식, 이혜리, 김인권, 김명민이 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물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중종 22년, 조선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크리쳐 액션 사극이다. 12일 개봉.

▲ '물괴' 한명이듯 좋았던 호흡!허종호 감독(가운데)와 배우 최우식, 이혜리, 김인권, 김명민이 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물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중종 22년, 조선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크리쳐 액션 사극이다. 12일 개봉.ⓒ 이정민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카운트다운>(2011)으로 재기발랄한 추격 액션을 선보인 허종호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카운트다운>이 흥행 면에선 아쉬운 성적이었기에 그 이후 그로서는 나름 여러 상황을 고려한 선택을 했겠지만, 그의 개성과 창의성이 <물괴>에 더 짙게 담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두고두고 든다.

배우들은 저마다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특히 김인권은 김명민과의 차별점을 위해 살을 꽤 찌웠다고 말했고, 김명민 역시 현장에서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고 전했다. <물괴>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혜리는 신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나름의 능력 안에서 캐릭터를 소화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배우 김인권이 물괴의 괴성을 직접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1인 2역이다.
 
김인권, '물괴' 무찌르고 온 듯 배우 김인권이 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물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중종 22년, 조선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크리쳐 액션 사극이다. 12일 개봉.

▲ 김인권, '물괴' 무찌르고 온 듯배우 김인권이 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물괴>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중종 22년, 조선에 나타난 괴이한 짐승 '물괴'와 그를 쫓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크리쳐 액션 사극이다. 12일 개봉.ⓒ 이정민


한 줄 평 : 긴장감 조성엔 성공, 하지만 2프로가 아쉽다
평점 : ★★★(3/5)

 
영화 <물괴> 관련 정보
연출 : 허종호
출연 :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박성웅, 박희순, 이경영, 최우식
제공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 태원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7년 4월 10일
크랭크업 : 2017년 7월 21일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5분
개봉 : 2018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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