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한국 축구 대표팀은 국내외 축구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의 병역혜택 소식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 루카 모드리치 같은 토트넘 핫스퍼의 전현직 동료들뿐 아니라 토트넘의 열성팬으로 알려진 전 NBA 스타 스티브 내쉬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반면에 같은 날 일본을 꺾고 3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야구 대표팀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프로보다 실업야구 선수가 더 많았던 대만에게 덜미를 잡혔고 사회인 야구 선수들과 싸운 두 차례의 한일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에 별 활약도 없이 병역혜택을 가져 갔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리그까지 중단했던 KBO리그는 4일부터 다시 시즌 막판 레이스를 시작한다. 팀마다 30경기 내외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2위 SK 와이번스와 3위 한화 이글스가 1.5경기, 5위 LG트윈스와 8위 KIA 타이거즈가 2.5경기로 촘촘하게 붙어 있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다툼이 불가피하다. 과연 잔여 경기 순위 싸움에서 각 구단의 운명을 책임질 선수는 누구일까.

독수리 군단의 붙박이 3루수, 컴백 준비는 끝났다

흔히 올 시즌 한화의 돌풍을 이야기할 때 외국인 선수 제라드 호잉과 좌타거포 이성열을 많이 떠올리지만 7개의 결승타를 때린 붙박이 3루수 송광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한화의 암흑기부터 꾸준히 독수리 군단의 핫코너를 지켜온 송광민은 올해 89경기에서 타율 .305 13홈런 59타점으로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송광민은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후 일주일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화는 후반기 20경기에서 8승 12패로 부진했다. 한화는 송광민 이탈 이후 오선진, 김회성, 김태연 등 백업 내야수들에게 3루 자리를 맡겼지만 누구도 공수에서 붙박이 3루수이자 3번타자였던 송광민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했다.

누구보다 휴식을 통한 재활이 필수적이었던 송광민에게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소중하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재활을 마친 송광민은 한화의 2군 구장이 있는 서산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든 뒤 서머리그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송광민은 서머리그에서 3경기에 출전해 7타수 5안타(타율 .714) 2루타 2개 2타점을 기록하며 1군 복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송광민 외에도 올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5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 간판타자 김태균, 뛰어난 근성과 허슬플레이가 돋보이는 외야수 양성우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복귀할 예정이다. 송광민을 비롯해 전반기 수많은 역전승부를 연출하며 대전 야구장 9경기 연속 매진을 만들었던 주역들이 가세한다면 시즌 막판 한화의 타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5위 수성과 추락 사이, LG의 운명을 짊어진 토종 에이스

차우찬 '안도의 한숨'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6회 초 2사 만루 위기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은 LG 선발투수 차우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5.20

▲ 차우찬 '안도의 한숨'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6회 초 2사 만루 위기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은 LG 선발투수 차우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18.5.20ⓒ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각 구단은 마치 시즌이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외국인 에이스들을 대거 선발로 예고했다. 하지만 유독 LG트윈스는 헨리 소사나 타일러 윌슨 같은 외국인 원투펀치 대신 좌완 차우찬을 첫 경기 선발로 예고했다. 5위 경쟁을 위한 한 경기, 한 경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LG팬들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던 다소 의외의 선발 예고다.

전반기에도 7승 7패 평균자책점 5.67로 이름값에 크게 미치지 못했던 차우찬은 후반기 1승2패 ERA 12.66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특히 차우찬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4경기 연속 5이닝 미만 6자책 이상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부진에 시달렸다. 차우찬의 난조가 길어지자 대표팀의 선동열 감독은 8월 13일에 발표한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서 차우찬의 이름을 제외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차우찬은 LG에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다행히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8월 16일 SK전에서는 5.1이닝 3실점 2자책으로 승리를 챙겼고 31일 두산 베어스와의 서머리그에서도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통해 충실히 몸 상를 끌어 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결과였다.

차우찬이 앞으로 남은 5~6번의 선발 등판 기회에서 경기당 6이닝 이상과 3승 정도를 책임져 준다면 LG는 5위 싸움에서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에 차우찬이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구위를 보여준다면 순위는 더 내려갈지도 모른다. LG의 토종 에이스가 어깨에 짊어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KIA를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어야 할 1선발 헥터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헥터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공식 에이스는 양현종이지만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과 최근 2년 동안 개막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KIA의 '1선발'은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다. 2016년 15승을 올리며 KIA가 기다리던 외국인 에이스의 위용을 뽐낸 헥터는 작년 시즌 양현종과 함께 동반 20승을 달성했다. 특히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하며 KBO리그 최고의 이닝이터로 군림했다.

하지만 올해는 헥터의 위력이 지난 2년과 비교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했던 헥터가 올해는 22경기에서 130.1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17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일단 마운드에 올랐다 하면 기본 7이닝을 책임지던 헥터의 지난 2년과는 거리가 있다. 헥터는 올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적도 4번이나 된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투구내용이다. 전반기 18경기에서 8승 5패 ERA 4.36을 기록했던 헥터는 후반기 4경기에서 1승 3패 ERA 6.00에 머물러 있다. 후반기 피안타율은 무려 .347에 달한다. 게다가 KIA는 양현종과 임기영이라는 두 명의 선발 요원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8월 31일 중국전 선발 투수였던 임기영과 결승전 승리투수 양현종을 곧바로 쓰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결국 김기태 감독은 4일 두산과의 휴식기 후 첫 경기에서 헥터를 선발로 예고했다. 작년 같았으면 누구와 맞붙어도 두려울 게 없었지만 올해의 헥터에게 평균자책점 1위(2.79)를 달리고 있는 두산의 선발 조쉬 린드블럼은 매우 부담스런 상대다. 하지만 이 역시 헥터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헥터는 KIA를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어야 할 1선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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