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변화를 지켜보게 되는 심정은 어떨까.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복잡다단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사람의 인생이 변화의 질곡을 겪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기, 흔치 않은 인생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가 있다.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시력을 잃은 후 배우 겸 재즈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우씨. 무대에 선 그를 만나 보았다.

아홉 번째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 선 이동우

이동우씨는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개그 그룹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소위 '잘 나가던' 그는 2004년 희귀병인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어떤 언론매체에서는 그를 소개하면서 '시각장애인 가수'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비장애인일 때도, 장애인일 때도 무대에 섰고, 볼 수 있고 보지 못하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배우 겸 재즈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아홉 번째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 섰다. 지난 2일, 경기 용인시 '카페 호미' 야외공연장에서였다. 그는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더 좋은 무대를 위해 피아니스트 송광식씨와 함께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

 이동우씨가 재즈 피아니스트 송광식씨와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우씨가 재즈 피아니스트 송광식씨와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주제가 변하고 있어요. 요즘엔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게 돼요. 처음엔 어색하고 어렵기만 했는데 이야기 하는 중에 깨닫게 된 것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뉜다는 거예요. 첫째는 너무나 아프신 분들, 그리고 둘째는 그 아픔을 보듬고자 하는 따뜻하신 분들이라는 겁니다. 저한테는 이 콘서트가 그런 의미예요. 사랑은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해요. 그 실천에 늘 두려움이 없고 망설임 없는 분들이 여러분들입니다."

'What a wonderful world' 부른 이동우 "박수의 밀도로 마음 전해져"

백혈병 환우들이 헌혈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콘서트가 '헌혈톡톡콘서트'다. 이동우씨는 그런 무대에 서면서 오히려 특별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돼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동우씨가 두 번째 노래로 고른 곡은 '위대한 당신'이라는 곡이었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무대에 올렸던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에서 선보였던 미발표곡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라디오를 많이 들어요. 저도 어느 늦은 밤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세상의 모든 위대한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제목의 시를 듣게 됐어요. 그 내용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바로 '위대한 당신'이라는 곡입니다. 가사를 쓰고 나서 여기 계신 광식이 형한테 곡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나온 곡이지요."

그는 무대에 서는 심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무대에 서서 박수나 환호를 받다 보면 박수의 밀도가 느껴진다. 관객분들의 마음이 다 전해져 온다. 사실은 그런 환호 때문에 계속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배우 겸 재즈 가수 이동우씨가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배우 겸 재즈 가수 이동우씨가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그가 고심 끝에 고른 마지막 곡은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였다. 노래를 하면서 그는 드라마틱한 포즈를 취해 무대를 더욱 풍요롭게 꾸며주었다. 마치 세상을 만져보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프신 분들에게 불러드리는 노래예요. 빨간 꽃 한 송이를 보고, 나무의 푸름을 보고, 하늘의 하얀 구름을 보고, 어두워지는 밤을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노래예요. 뒤에서 예쁜 강아지도 짖고 있고,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도 들려요. 만약에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할까요. 이렇게 나무도 많고 맑은 하늘 열려 있고. 이런 것들 다 안 보고 사나 봐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문턱. 주위 풍경과 완전히 동화된 듯한 그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그가 한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입담은 여전하지만 철학이 담긴 멘트가 예사롭지 않다.

그를 둘러싼 변화가 그를 달라지게 했을까. 그의 말에 따르면 아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뿐.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게 되는 법이다.

"세상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기울어지고 기울어지다가 완전히 쓰러져버릴 것 같은 절박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 여러분들 같은 사람을 만나게 돼요. 그러면서 생각하죠. '그래, 맞아. 이런 분들이 결국 균형을 잡아주시는 거구나.' 들으시는 여러분들은 손발이 오그라드실지 모르지만 진심이에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