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나 좋은 삶을 꿈꾼다. 그 좋은 삶의 대한 기준은 개개인이 다르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좋은 삶, 또는 이상향의 삶은 돈 그리고 권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삶은 그것을 소유하지 못한 층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기업 대표들의 '갑질'은 그들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 가족의 갑질로 대표되는 이들의 행태는, 이른바 돈을 가진 층이 가지지 못한 층을 무시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시대의 권력이라고 부르는 정치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일반 국민에게 딱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인다. 선거 이외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무시당한다.

'상류사회'란 무엇일까? 그들의 삶은 우리와 정말 많이 다른 걸까? 이미 이런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다. <돈의 맛>(2012), <내부자들>(2015) 등이 대표적으로 정치인이나 재벌들의 삶을 보여준 영화들이다. 때론 블랙코미디로, 때론 스릴러로 그들의 행태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자신들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생각되는 층에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또 그들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지를 잘 묘사해 그들만의 세상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해당 영화들은 그들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쾌감을 주고, 어떤 법적 복수를 통해 그들이 벌을 받게 하는 등 통쾌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대부분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국 그 상류사회의 삶이란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별것 아닌, 즉 허탈한 꿈같은 것이라고 이런런 류의 영화들은 말한다.

두 주인공의 상류사회 진입 이야기

 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


변혁 감독이 최근 들고 온 영화 <상류사회>는 이런 과거 영화들에서 보여준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영화 속에는 정치인, 예술인, 재벌 등 상류사회를 누릴 법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영화 속 중심인물은 교수인 장태준(박해일)과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다.

그들은 부부로 좋은 삶을 살고 있지만, 보다 높은 곳의 상류사회 어딘가로 진입하고 싶어 한다. 영화의 초반부엔 그들의 삶을 조명하며 왜 그들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기의 의도대로 미술관을 움직이고,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그들은 각자 미술관 관장과 국회의원을 꿈꾼다. 결국 그들은 각자의 기회를 잡아 그 상류사회의 문 앞에 진입한다.

그들이 진입한 그 문이 정말 상류사회로 가는 문인지는 영화 내내 알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그들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다. 영화는 상류사회로 가려는 욕망을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성관계로 보여주는데, 확실히 불편한 구석이 있다.

문제는 영화가 오수연과 장태준의 원초적 욕망만 부각해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사람이라면 권력이나 돈 등 여러 가지 부분의 욕망을 가지고 있을 테다. 상류사회로 향하는 두 사람이라면 응당 그런 부분에도 관심과 집착을 보일 것이고, 관객들에게 그것을 어필해야 하지만 영화 장면에선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영화 속 두 사람의 성관계는 그저 원초적으로 소비되고 휘발되어 버린다.

 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영화 상류사회 중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들이 싸우는 권력인 한용석(윤제문)은 상류사회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인물이다. 여느 영화에서 처럼 변태적인 구석이 많은 사람인데, 전혀 재벌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가면을 쓰고 폭력을 행사하는 부분이나, 통역관(하마사키 마오)과 성관계를 나누는 장면은 그가 변태적인 인물임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갑부 한용석은 그냥 변태로만 보일 뿐 재벌로써 어떤 명석한 능력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특히 배우 하마사키 마오와의 정사 장면은 그 자체로도 불필요할 뿐더러 시간도 너무 길어 민망하기까지 하다.

결론부에서 주인공 오수연과 장태준이 하게 되는 행동도 너무 갑작스럽다. 협박받던 오수연이 너무나 쉽게 상류사회로의 길을 포기하고, 그 자신과 관련된 비디오를 만인 앞에 공개하게 되는데, 그때 남편 장태준은 국회의원 선거만 포기할 뿐 다른 것을 잃지 않는다.

결국 여성인 오수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상류 계층에게 복수하게 되는데,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나 영화 초반, 장태준보다는 오수연이 더욱 강한 욕망을 드러냈는데, 후반부 그의 선택이 이렇게나 쉽게 바뀌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으론 캐릭터 자체가 붕괴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영화는 상류사회가 어떤 것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그것이 정말 현실감 있게 그려내진 못했다. 여기 등장하는 정치인, 조폭, 예술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는 듯하지만 모두 어린아이 장난같이 행동한다. 이런 비현실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아주 원초적인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긴 한다. 그 욕망을 아주 고급스러운 화면에 먹음직스럽게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보는 관객들은 그 고급스러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지만 그것을 다 보고 나면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영화는 상류사회를 제대로 찔러 보여주는 측면에선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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