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의 헤더 동점골 순간

15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의 헤더 동점골 순간ⓒ 심재철


프로 축구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은 적이 또 있었던가? 2003년 창단 후 프로 1부리그 두 번째 도전만에 2005 K리그 전후기 통합 순위 1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감독 임유철)이 개봉했을 때가 기억 한 편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때는 팀 성적이 괜찮았기에 문학월드컵경기장에 관중들도 꽤 많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부리그 꼴찌에 머물고 있기에 당장 내년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최근 국가대표 꼬리표를 붙인 선수들 덕분에 많은 팬들이 인천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문선민의 뛰어난 스피드와 공간 침투 능력이 팬들을 흥분시켰고, 어제 끝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전 경기 풀 타임이나 다름없는 '7경기 682분'의 놀라운 강철 체력을 자랑한 부동의 왼쪽 풀백 김진야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김진야가 자카르타에서 한국 대표팀을 빛내는 사이에 그의 절친인 김보섭까지 감격적인 프로 데뷔 골을 터뜨렸으니 이 좋은 분위기가 이제는 팀 순위표에 그대로 녹아들어갈 것만 같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일 오후 6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27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오른쪽 날개공격수로 뛴 김보섭의 멀티 골 맹활약에 힘입어 3-2 펠레 스코어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김보섭, 데뷔 '1년 49일'만에 감격의 첫 골

 40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보섭(맨 오른쪽)의 프로 데뷔골 순간

40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보섭(맨 오른쪽)의 프로 데뷔골 순간ⓒ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가 아무리 홈 경기라고 하지만 상대는 3위를 유지하고 있는 강팀 울산이었다. 최근 10경기 무패, 3연승(10득점 2실점)을 질주하고 있는 무서운 호랑이들을 상대로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경기 시작 후 7분 만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운 나쁜 골을 먼저 얻어맞으며 울산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간판 미드필더 고슬기의 실수가 뼈아팠다. 이 공을 확보한 울산은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를 거쳐 에스쿠데로가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바로 앞에서 막으려던 인천 수비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굴러 들어갔다. 최근 잘 나가는 팀의 행운이 실려 있는 듯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더 내려갈 곳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절박함까지 내려놓을 수 없었다. 8분만에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보섭이 밀어준 공을 풀백 정동윤이 곧바로 크로스로 올려주었고 골잡이 무고사가 믿음직스럽게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렇게 원하는 시간 안에 동점골을 만들어낸 인천 유나이티드는 울산 호랑이의 기세를 정말로 꺾어버렸다. 그 중심에 프로 2년 차 스무 살 공격수 김보섭이 반짝반짝 빛났다. 40분에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절묘한 왼발 아웃사이드 패스로 밀어준 공을 향해 돌아들어간 김보섭이 노련한 울산 수비수 강민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오른발 슛을 기막히게 꽂아넣은 것이다. 슛 각도가 별로 없는 오른쪽 끝줄 바로 앞이어서 까다로웠지만 오승훈 골키퍼 머리와 오른쪽 기둥 사이 모서리 쪽으로 절묘하게 파고든 역전골이었다.

이 골은 2017년 7월 16일 강원 FC와의 홈 경기로 프로 리그 공식 데뷔전을 치른 김보섭이 1년 49일 만에 터뜨린 감격의 프로 데뷔 골이었다. 2017년 4월 19일에 열린 FA(축구협회)컵 32강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가 프로 선수로서의 첫 경기 경험이었지만 공식 프로 리그 데뷔는 강원과의 바로 그 홈 경기였다.

김보섭은 그 첫 경기 69분에 박용지 대신 공격수로 들어와 6분 만에 위력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다. 그 순간 홈팬들은 데뷔 경기 데뷔 골이 터질 것처럼 환호했지만 이범영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탄식을 남겨야 했다. 그리고 김보섭은 16경기를 더 경험한 끝에 공격수로서의 목표인 골을 비로소 넣은 것이다.

 68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보섭의 3-1 추가골 순간

68분, 인천 유나이티드 김보섭의 3-1 추가골 순간ⓒ 심재철


유스 시스템의 결실, 김진야와 함께 날아오르기를

스무 살 김보섭의 활약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데뷔 골 자신감 덕분에 시야가 더 넓어진 것처럼 보이는 김보섭이 68분에는 유연한 드리블로 동료들을 빛내기 위해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이 순간 울산 수비수 다리에 맞고 방향이 바뀐 공을 따라들어가 자기 것으로 확보한 것이다. 바로 옆에서 무고사도 그 공을 욕심냈지만 김보섭의 드리블 타이밍과 터치, 마무리 동작이 더 완벽했다. 마치 리그에서 수십 골을 터뜨린 베테랑 골잡이의 향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울산 호랑이를 상대로 3-1까지 달아나며 인천 유나이티드가 승리 흐름을 이처럼 단단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울산 수비수 강민수의 결정적인 헤더 슛이 골문으로 빨려들어갈 듯 보였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냈다.

종료 직전에 내준 페널티킥 골(90+4분, 주니오) 때문에 펠레 스코어가 됐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세 경기에서 지지 않고 2승 1무로 승점을 차곡차곡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꼴찌 탈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A매치 휴식기를 받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한국 축구대표팀에 문선민을 보내는데, 그 첫 경기인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9월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는 최고의 미드필더 아길라르까지 상대 팀으로 나설 것이기에 구단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A매치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도 몬테네그로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려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vs. 루마니아, 리투아니아)에 다녀온다.

이들 세 명의 A 대표 멤버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사이에 김보섭은 절친 금메달 리스트 김진야와 다시 만나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 두 선수는 또 다른 멀티 플레이어 명성준과 함께 지난 시즌에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 팀에 직행하는 감격을 누렸다.

상대적으로 빨리 1군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진야는 2017년 3월 18일 열린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로 첫 발걸음을 뗐고 이번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31경기를 뛰면서 1득점(2018년 5월 5일, vs. 제주 유나이티드) 1도움(2017년 7월 1일, vs. 광주 FC)을 남겼다.

절묘하게도 김진야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바로 다음 날 절친 김보섭이 1년 넘게 기다린 데뷔 골과 2호골을 한 경기에서 터뜨리며 강팀 울산을 이겼으니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승리의 기쁨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둘의 멋진 활약을 증거로도 프로축구의 유스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형식적인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2세 이하 초등학생 팀부터 15세 이하 중학생 팀, 18세 이하 고등학생 팀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시키는 육성 시스템이 축구 선수의 꿈과 팀의 영광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소중한 과정인가를 이들이 멋지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떠오른 스무 살 동갑내기들이 K리그 가을 그라운드를 더욱 뜨겁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골잡이 주니오가 종료 직전 PK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울산 골잡이 주니오가 종료 직전 PK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심재철


2018 K리그 원 27라운드 결과(2일 오후 6시, 숭의 아레나)

★ 인천 유나이티드 FC 3-2 울산 현대 [득점 : 무고사(15분,도움-정동윤), 김보섭(40분, 도움-아길라르), 김보섭(68분) / 에스쿠데로(7분, 도움-박용우), 주니오(90+4분, PK)]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문선민(89분↔김대중), 고슬기(83분↔한석종), 아길라르, 김보섭(80분↔김용환)
DMF : 임은수
DF : 김동민, 부노자, 김정호, 정동윤
GK : 정산

◎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황일수, 에스쿠데로(70분↔김인성), 이근호(62분↔한승규)
DMF : 박용우, 믹스
DF : 이명재, 강민수, 임종은, 김창수(46분↔정동호)
GK : 오승훈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인천 유나이티드 9개, 울산 7개
유효 슛 : 인천 유나이티드 7개, 울산 5개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42%, 울산 58%
코너킥 : 인천 유나이티드 5개, 울산 8개
프리킥 : 인천 유나이티드 10개, 울산 6개
오프 사이드 : 인천 유나이티드 0개, 울산 2개
경고 : 인천 유나이티드 1개, 울산 1개

◇ 2018 K리그 1 현재 순위
1 전북 현대 63점 20승 3무 4패 55득점 22실점 +33
2 경남 FC 49점 14승 7무 6패 43득점 29실점 +14
3 울산 현대 45점 12승 9무 6패 42득점 31실점 +11
4 수원 블루윙즈 39점 11승 6무 9패 42득점 38실점 +4
5 포항 스틸러스 37점 10승 7무 10패 34득점 34실점 0
6 강원 FC 34점 9승 7무 11패 43득점 44실점 -1
7 FC 서울 33점 8승 9무 10패 31득점 33실점 -2
8 제주 유나이티드 33점 8승 9무 9패 30득점 31실점 -1
9 대구 FC 29점 8승 5무 14패 29득점 45실점 -16
10 상주 상무 29점 7승 8무 12패 28득점 34실점 -6
11 전남 드래곤즈 25점 6승 7무 14패 33득점 52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4점 5승 9무 13패 39득점 56실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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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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