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충격과 공포> 포스터.

영화 <충격과 공포> 포스터. ⓒ BoXoo 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에서 권력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쫓는 정의로운 기자들을 다룬 언론 영화의 역사는 깊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은 저널리즘을 소재로 삼은 영화 중 가장 유명하다. <인사이더>(2000) <굿나잇 앤 굿럭>(2006) <트루스>(2016) <더 포스트>(2018)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2016)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충격과 공포>는 9.11 테러가 일어난 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부시 정부의 추악한 음모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제목으로 쓰인 <충격과 공포>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해 빠른 공격으로 적에게 '충격'을 주고 '공포'를 유발하여 싸울 의지를 상실케 한다는 미국의 군사 작전 개념을 지칭하는 용어다. 2003년 3월 21일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이라크 바그다드에 대공습을 한 작전으로 유명해졌다.

연출을 맡은 로브 라이너 감독은 모큐멘터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 성장물 <스탠 바이 미>, 멜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릴러 <미져리>, 법정극 <어 퓨 굿 맨>, 코미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을 만들어왔다. 최근엔 미국 36대 대통령 린든 베인스 존슨의 전기를 다룬 < LBJ >에 이어 <충격과 공포>를 내놓으며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이 영화가 관찰하는 것은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네 명의 저널리스트가 취재 방해, 보이지 않는 압박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마음에 되새기며 이라크 전쟁이 촉발된 실상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브 라이너 감독은 <충격과 공포>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날, 언론은 그 어떤 때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정부의 생존 때문에 발생하는 위태로움을 알려주는 일종의 충고와 같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충격과 공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에 각종 뉴스 영상과 기록물 등 다큐멘터리 요소를 더한 '다큐드라마' 형식을 사용한다. 9.11 테러 이후 부시 정권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려고 준비하고 주류 언론은 정부를 적극 지지한다.

언론사 '나이트 리더'의 워싱턴 지부 기자 조나단 랜데이(우디 해럴슨 분)과 워렌 스트로벨(제임스 마스던 분), 편집장 존 윌콧(로브 라이너 분)과 전설적인 종군기자 조 갤러웨이(토미 리 존스 분)는 질문을 던진다. "그 인간들은 대체 어떤 까닭으로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을 엮는 걸까요?"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드라마와 기록 영상을 통하여 두 가지를 관찰한다. 하나는 당시 사회 분위기다. 9.11 테러를 접한 미국은 "지금 미국에 필요한 건 애국심으로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를 외치면서 애국주의에 휩싸인다. 조나단 랜데이와 워렌 스트로벨은 다른 사람들, 심지어 가족조차 자신들의 기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접하고 "우리 좋은 기자 맞죠?"라며 괴로워한다.

다른 하나는 언론의 침묵이다, 정치권력이 부추긴 충격과 공포의 분위기에서 다수 언론은 정부의 입장을 받아쓸 뿐이었다. 일부 기자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다수의 목소리에 묻혔다. 언론이 "이게 사실입니까?"를 묻지 않은 결과 국민은 알 권리를 잃었다. 또한,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하여 많은 군인이 무의미한 희생을 치렀다.

미국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중요한 투쟁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영화 <충격과 공포>의 한 장면 ⓒ BoXoo 엔터테인먼트


<충격과 공포>의 몇 장면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자료 화면으론 2002년 9월 10일 이라크 전쟁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한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이 이라크 전쟁은 베트남 전쟁의 재현이 될 것이라며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드라마에선 "우리 진짜 옳은 게 맞죠?"라고 묻는 나이트 리더 기자들에게 존 윌콧 편집장이 "우리의 독자는 바로 전쟁터로 나간 자식을 둔 부모야"라고 말하며 다독이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충격과 공포>는 9.11 테러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요약한 보고서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다. 더불어 벌써 잊어버린 가까운 과거를 상기시켜준다. 요즘 같은 가짜 뉴스의 시대엔 진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충격과 공포>는 저널리즘 영화의 걸작으론 부족한 구석이 많다. 워렌 스트로벨과 리사 마이어(제시카 비엘 분)의 멜로는 왜 넣었는지 의문을 남긴다. 깊이 파고들어야 할 지점에서 머뭇거리는 점도 아쉽다. 예를 들면 조나단 랜데이의 부인 블레트카 렌데이(밀라 요보비치 분)는 취재가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기자들은 이메일로 협박 편지를 받는다. 거기서 영화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저 일어났던 사실 나열에 급급할 따름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측근인 파울 괴벨스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목적에 맞추어 사실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도 괴벨스처럼 목적에 맞추어 조작을 저질렀다. 극 중 군인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죠?"라고 묻는다. 영화 처음에 나오는 빌 모이어스의 문구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중요한 투쟁은 다양하고 독립적인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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