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부산영화제 포스터. 4장의 이미지로 구성됐다.

23회 부산영화제 포스터. 4장의 이미지로 구성됐다. ⓒ 부산영화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을 한달 정도 남겨 두고, 뒤늦게 포스터를 확정해 지난 31일 발표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다시 한 번, 부산으로 모이자"라고 강조하며 전쟁으로 잃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재회의 염원을 그리는 작품 '가족 이야기'와 '부산'의 영문자를 대담하게 조합했다고 포스터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 포스터의 특징은 4장의 이미지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영문으로 'BUSAN'의 글자가 4장의 포스터가 이어질 때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화제 측은 '4가지 이미지가 하나로 모였을 때 완성되어 의미가 극대화되는 것은 다난한 굴곡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처럼 다시금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을 아우르는 재회의 장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의 포스터는 일반적으로 봄에 발표하며 영화제 준비를 알려왔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기 시작한 20회부터 발표 시기가 영화제 개막 한 달 전 정도로 늦어졌다. 당시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정치적 외압에 따른 검찰 수사 등으로 영화제 내부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20회 이후 영화제 포스터에는 부산영화제가 처한 상황과 함께 각오와 의지를 다지는 정치적 색채가 반영돼 왔다.

정치적 탄압 검은색으로 항의한 20회
 20회~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20회~22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 부산영화제


지난 2015년 20회 영화제 포스터는 이런 의미가 두드러졌다. 검은색을 바탕으로 영화제 주 행사장인 부산 영화의 전당 사진을 활용한 것인데,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가해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이 배어 있었다. 정치적인 압박을 받으며 숨통이 조여지고 있는 영화제의 현실에 애도의 뜻을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됐다.

20회 영화제가 끝난 후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현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검찰에 기소됐고, 2016년 2월 강제로 쫓겨났다.

21회 영화제 포스터는 소나무였다. 1회 부산영화제 영화 상영 전 트레일러 필름에 소나무가 등장한다. 부산영화제가 시작할 때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당시 부산영화제는 '소나무의 뿌리가 구천(九泉)에까지 뻗는다'는 옛말이 있듯, 소나무는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가뭄, 폭염, 폭설, 한파에도 흔들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터 속 한 그루의 소나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탄생한 지 아직 2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며 더욱 강인해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치 않은 한 그루의 소나무처럼 앞으로도 계속 영화제를 지켜 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당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강제로 쫓겨난 것에 대해 한국 영화계가 보이콧을 선언한 때였다. 전양준 부집행위원장(현 집행위원장)을 재판 확정 전에 나가게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부산영화제가 반쪽 영화제로 전락한 데 대해, 안팎의 시련이 있어도 초심을 지키며 꿋꿋이 버텨 나가겠다는 의미를 포스터에 담은 것이었다. 2016년 부산영화제는 정치적 탄압 여파에 영화계의 보이콧이 이어지며 1회 영화제보다 적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2017년 22회 부산영화제의 포스터는 이전보다 밝아졌다. 푸른빛의 단색화 포스터에 대해 영화제 측은 "깊은 웅장함과 광활한 에너지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전하고 있다."며 "22년의 시간 동안 깊이를 더해가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넓고 깊은, 선 굵은 세계관과도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친 파도를 헤치며 지난 시간 동안 꿋꿋하게 성장해 온 부산국제영화제의 세계관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2017년은 5월에 영화제의 기둥과 같았던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칸에서 타계해 큰 충격을 안겼고,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보이콧이 이어지던 때였다. 내부적 혼란이 수습되지 않으면서 영화제 직원들이 직을 걸고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현 이사장의 명예회복을 통한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부산영화제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였다.

이 때문에 파도의 이미지가 있는 파란색 포스터는 크고 작은 파도가 거세게 이어지는 부산영화제 상황을 빗댄 것으로 이해되는 한편으로 어떤 파도에도 흔들림 없이 부산영화제의 가치는 변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원상회복과 도약 강조하는 올해 포스터

올해의 포스터는 이제 모든 혼란이 마무리하고 부산영화제가 원상회복 됐다는 의미를 강하게 전달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영화제를 방문해 힘을 실어준 이후 올해 1월 임시총회에서는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또, 6월 지방선거에는 부산영화제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낙마했다.

부산영화제는 이제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포스터에 담았다. 또,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올해 포스터에 담긴 의미인데, 영화제의 폭을 북한으로 넓힐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면담하는 모습

31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면담하는 모습 ⓒ 오거돈 부산시장


한편 23회 부산영화제 포스터가 발표된 31일 오거돈 부산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관 이사장과의 만남을 전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예술가들이 주도해 판을 짜면 시민들은 한바탕 크게 즐기며, 시는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뒷받침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문화예술 행사에 대해 갖고 있던 저의 지론"이라며 "함께 담소를 나눈 이용관 이사장님도 제 생각에 깊이 공감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34일가량 앞둔 현재 행사 추진에 있어 애로사항은 없는지, 시 차원에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논의했다"면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간절히 기원하며 영화뿐만 아니라 부산에 계신 전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부산을 텃밭 삼아 기량을 맘껏 펼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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