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G 대표팀 한국 AG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물리치고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 한국 AG 대표팀 한국 AG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물리치고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 대한축구협회


그동안 한국 축구는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를 어떻게 선발하느냐에 따라 성적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 실패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달랐다. 와일드카드 3인방 조현우(27·대구), 황의조(26·감바 오사카), 손흥민(26·토트넘) 등이 금메달에 일조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120분의 연장 승부 끝에 2-1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통산 5회 금메달로 이란(4회)을 넘고, 최다 우승국으로 남게 됐다. 또,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를 차지했으며, 원정 대회에서는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40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황의조 황의조가 인맥 축구 논란을 잠재우고 9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 황의조 황의조가 인맥 축구 논란을 잠재우고 9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 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 다소 파격적인 와일드 카드 선발

올해 초만 하더라도 23세 이하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전망은 어두웠다. 김봉길 감독 체제로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패하며 탈락했다. 무엇보다 매 경기 졸전이었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도 발견하지 못했다. 위기감이 앞섰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초강수를 던졌다. 김학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마땅한 좌우 전문 풀백을 찾기 어려웠으며, 미드필드진의 무게감도 떨어졌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평소 자신의 축구 철학과 다르게 전술 컨셉을 공격으로 잡았다.

특히 좌우 풀백 포지션에 공격력이 뛰어난 김진야, 김문환을 활용했다. 두 선수 모두 본 포지션은 윙어지만 확실한 전문 풀백 자원이 없다는 판단 하에 내린 처방전이었다.

그 다음 과제는 와일드카드였다. 23세 이하가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연령 제한을 받지 않는 3장의 와일드카드를 어떻게 뽑느냐가 관건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예상을 깨고 무려 2명의 공격수(손흥민, 황의조)를 선발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 였다. 손흥민과 황의조 콤비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골을 생산해냈다. 골키퍼 조현우 역시 안정적인 선방으로 금메달에 기여했다.

조현우, 5경기 2실점으로 철벽 방어 

골키퍼 자원은 비교적 풍부했다. K리그를 통해 검증된 강현무와 송범근이라는 든든한 두 명의 골키퍼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조현우를 선발했다. 김학범 감독은 "강현무와 송범근 모두 좋은 선수지만 골키퍼는 하나를 막으면 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다"며 "조현우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량을 생각하면 선발해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속내를 밝혔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큰 무대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이러한 점이 김학범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조현우는 기대에 부응했다. 팀의 맏형으로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뛰어난 선방 능력뿐만 아니라 수비 라인을 컨트롤하고 독려하며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조현우의 존재만으로도 수비수들은 큰 힘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경기에 뛸 수 있었다.

첫 경기부터 존재감이 남달랐다. 바레인전에서 후반 중반 이후 팀 수비가 흔들렸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으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는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송범근이 조현우를 대신했다. 그러나 송범근은 불안함을 노출하며 2골을 내줬고, 결국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패했다. 그만큼 조현우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다시 3차전부터 골키퍼 장갑을 꼈다. 키르기스스탄전, 이란전에서 연이어 무실점 선방을 펼쳤다.

위기도 있었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결국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결장했다.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으나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4강 베트남전, 결승 일본전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다. 조현우는 두 경기에서 각각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총 2실점 모두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였다. 이를 제외하면 필드 실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손흥민 손흥민이 평소와 다르게 조연 역할을 자처하며 금메달에 기여했다.

▲ 손흥민 손흥민이 평소와 다르게 조연 역할을 자처하며 금메달에 기여했다. ⓒ 대한축구협회


환상 콤비' 손흥민-황의조,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수확

와일드카드와 최종 명단이 발표된 이후 김학범호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조현우, 손흥민의 선발은 문제가 없었으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명단에도 승선하지 못한 황의조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김학범 감독은 과거 성남 시절 황의조를 지도한 바 있다. 인맥축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황의조는 실력으로 김학범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7경기 9골. 대회 득점왕이었다. 해트트릭만 무려 두 차례다. 바레인,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골 폭풍을 몰아쳤다. 특히 8강 우즈베키스탄전은 사실상의 아시안게임 결승전으로 불렸다. 황의조는 이 경기서 3골을 비롯해 1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그렇다고 몰아치기로 만들어낸 득점왕도 아니다. 꾸준함이 단연 으뜸이었다. 말레이시아, 이란, 베트남을 상대로 1골씩 기록했다.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 공간 침투, 순도높은 골 결정력까지 흠잡을게 없었다.

손흥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기대했던 폭발적인 득점은 다소 적었다. 키르기스스탄전 1골이 전부였다. 하지만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리더로서 후배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가하며 팀 결속력을 다지는데 앞장섰다.

또,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변신하며 헌신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팀들의 경계대상 1호였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와 파울에 시달렸다. 슈팅 욕심을 한껏 줄이고 2선에서 연계 플레이와 패스 조율에 치중했다. 수비 가담도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손흥민은 무려 5개의 도움을 올렸다.

특히 손흥민의 패스와 황의조의 피니시는 가장 확실한 승리방정식이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 2도움, 4강 베트남전 1도움을 올릴 때 황의조가 득점으로 방점을 찍었다. 손흥민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빛났다. 이승우의 선제골은 손흥민의 돌파에서 나왔고, 황희찬의 헤더골은 정확한 코너킥 패스가 돋보였다.

더욱 기대되는 점은 향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의 활약이다. 손흥민과 황의조 모두 9월 A매치 평가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황의조 콤비의 발견은 벤투 감독에게 큰 힌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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