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세레모니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이승우 세레모니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승우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이 이끈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2-1로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U-23 대표팀은 1일 밤 인도네시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쳤다.

일본을 꺾은 대표팀은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남자축구 2회연속 금메달이란 쾌거를 이룩했고 해외언론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손흥민의 병역 논란은 금메달을 통해 종지부를 찍었다.

말도많고 탈도많었던 이번 U-23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을 6개월 앞두고 감독이 교체되는데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주최측의 미숙한 행정으로 제대로된 실전경기를 치르지 못하는데다 엔트리논란까지 내외적으로 잡음이 많었던 팀이었다. 그러기에 이번 U-23 대표팀의 금메달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으며 수확도 있었던 대회였다.

2년 전 아픔 설욕한 대표팀

이승우와 손흥민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 이승우와 손흥민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 연합뉴스


201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했던 U-23 대표팀은 권창훈, 진성욱의 골로 일본을 상대로 2-0으로 앞서며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짓말같이 경기종료 20여 분을 남기고 3골을 연달아 허용한 대표팀은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며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만난 일본과의 대결. 비록 일본이 21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해 대회에 나섰다곤 하나, 결승전이란 매치업과 부담감으로 인해 대표팀에겐 결코 유리한 경기는 아니었고 실제 경기 역시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연장 전반 3분과 9분에 이승우와 황희찬의 릴레이 골이 나오면서 2-0의 스코어가 되면서 연장전에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연장 후반 1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일본의 만회 골이 터지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대표팀은 2년 전과는 달랐다.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은 황현수를 투입해 수비를 두텁게 한데 이어 적절한 선수교체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등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했고 2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추가시간까지 마지막 7분을 잘 버틴 대표팀은 2년 전 뼈아픈 패배를 설욕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황의조의 활약


김학범 감독이 성남 FC의 감독으로 재임하던 2015시즌은 황의조에겐 최고의 한해였다. 그 전까지 소속팀 성남에서 제대로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던 황의조는 2015시즌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간결한 퍼스트터치와 피니시능력을 선보이며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 활약을 발판삼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서 발탁되는 등 황의조의 주가는 나날이 치솟았다.

하지만 2016시즌에 접어들며 소속팀 성남의 강등과 개인사가 겹치면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고 대표팀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서서히 잊혀져가던 황의조는 결국 J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고 서서히 팬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지휘봉을 잡은 김학범 감독에 의해 다시 한번 대표팀에 승선하였다.

그러나 인맥 논란부터 시작해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합류로 인해 와일드카드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황의조 발탁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황의조는 결과로 모든 것을 증명했다.

자신을 가장 잘 활용했던 김학범 감독의 지휘하에 모든 경기에 출전한 황의조는 바레인과의 첫 경기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1-2로 패한 말레이시아전에서 만회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어진 이란-우즈베키스탄-베트남전으로 이어진 살얼음판 토너먼트 경기에서 무려 5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에서만 무려 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백미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었다. 전반 4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35분에는 두 번째 골을 기록한 황의조는 2-3으로 뒤진 후반 30분에는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을 수렁에서 구해냄과 동시에 이번대회 2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여기에 연장 후반 12분에는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4골에 모두 관여하며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는데 일등공신으로 올라섰다.

이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황의조는 간결한 볼 터치와 상대 수비와 등지는 플레이, 라인브레이킹, 피니시 능력에서 발군의 능력을 과시하면서 손흥민, 이승우 등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A대표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리더 손흥민의 발견


김학범 감독과 포옹하는 황희찬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연장 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김학범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 김학범 감독과 포옹하는 황희찬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연장 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김학범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손흥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데다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은 손흥민이지만 그를 끝까지 발목을 잡을 병역문제로 인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손흥민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월드컵을 치르고 제대로 휴식을 갖지 못한 채 소속팀 프리시즌일정을 소화했다. 리그 경기까지 소화하고 합류한 손흥민의 체력은 100%로 유지될 수가 없었다. 특히 대표팀이 말레이시아에게 충격패를 당했기에 더더욱 정상적인 체력을 유지할 여유가 없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동안은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어떻게든 해결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에 눈을 뜨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전인 일본전에서도 손흥민의 이타적인 활약은 빛났다. 주득점원인 황의조의 체력 저하와 상대 수비를 뚫지 못해 어려운 승부가 이어져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설 필요는 있었지만 손흥민은 연장전에서 이승우와 황희찬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결승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한 경기였다.

또한 경기 외적으로도 손흥민의 역할이 빛났다. 이번 대회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던 조별 리그와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진 토너먼트 일정 속에 손흥민은 때론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면서도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밀당' 을 선보이며 대표팀이 한 단계식 올라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는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어가야 할 손흥민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물론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과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면서 주장의 무게를 체험했지만 이번 대회는 짧은 일정 속에 7경기를 치러야 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 치르는 경기였기에 그 무게감은 월드컵 독일전 못지않게 무거웠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듯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 무게감을 잘 견딘 손흥민은 리더의 자격도 입증했다. 특히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막내 시절 주장이었던 박지성과 지난 3년여 동안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기성용을 봐왔기에 이들의 장점을 잘 살려서 리더로서 성장한다면 분명 국가대표팀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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