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대0 승리를 거둔 이민아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대0 승리를 거둔 이민아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전에 오르지 못한 진한 아쉬움에 경기 초반 우리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게임 그 자체, 상대 선수들 못지 않게 자신들이 뛰고 있는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점점 환하게 미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듯 보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8월 31일 오후 5시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있는 JSC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대만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고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훌륭했던 경기내용


대회 시작 때(8월 16일) 만나서 2-1로 이겼던 대만을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일본이나 중국을 상대로 한 결승전만 생각하고 여기까지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사흘 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내준 결승골이 자꾸만 아른거릴 수밖에 없었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일본을 내용면에서 앞섰기에 그 결과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주위에선 다음 기회에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다시 뭉치기 쉽지 않을 최고의 멤버들이기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 경기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해서 이 동메달 결정전을 건성으로 뛸 수는 없었다. 윤덕여 감독은 활용할 수 있는 베스트 멤버들을 대부분 등장시켰다. 전가을 대신 장슬기가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것이 조금 색다르게 보일 뿐이었다.

첫 골은 시작 후 18분만에 나왔다. 대만 페널티 지역 반원 부근에서 이금민의 짧은 연결을 받은 지소연이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는 오른발 감아차기를 아름다운 궤적으로 꽂아넣었다. 웬만한 남자축구 선수들도 구사하기 힘든 감아차기 궤적이기에 더 놀라웠다. 하지만 지소연은 웃지 못했다. 사흘 전 이러한 순간을 더 일찍 만들어내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이어서 31분에 이금민이 헤더 골을 추가했다. 왼쪽 풀백 자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온 장슬기의 오른발 발리 어시스트가 일품이었다. 과정과 결과가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 선수들은 이 때부터 조금씩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이처럼 서로에게 미소 지으며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름다운 그녀들이었다.

2019년 FIFA 여자월드컵을 그리며

2-0으로 후반전을 다시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77분에 동료를 믿고 주는 패스 플레이로 귀중한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민아와 문미라가 공을 주고받다가 대만 골문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민아의 왼발 슛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지만 90분에 문미라의 오른발 추가골까지 터져나왔다. 수비 지역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오른쪽 풀백 김혜리가 헤더로 떨어뜨려 주었고, 문미라가 이 공을 잡지 않고 방향만 바꿔 멋지게 마무리한 것이다. 복잡한 마음 비우고 경기 자체에 집중하니 더 아름답고 멋진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90분이 지나고 추가 시간 3분이 흐를 때 4-0이라는 점수판을 감안하면 천천히 공을 돌리며 끝내는 것을 떠올렸지만 우리 선수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의아해 할 정도로 대만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공격을 더 날카롭게 시도했다. 골 득실차를 따져서 메달을 걸어주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던 것이다.

대표팀 축구가 이번 아시안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결승전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실망한 그 마음 그대로 남은 경기를 무성의하게 치렀다면 뛰는 자신들이나 응원하는 팬들이나 다음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팀은 2019년 6월 7일부터 7월 7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그림을 구상하고 있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 경기에서 장슬기를 과감하게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올려서 뛰게한 것도 그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은미라는 경험 많은 왼쪽 풀백이 있기에 장슬기를 가운데 미드필더나 측면 미드필더 등 다른 포지션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격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 경험을 상대적으로 많이 쌓지는 못했지만 한채린과 최유리를 활용한다면 공격면에서 더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윤덕여 감독과 우리 선수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여자축구는 2019년 프랑스 월드컵을 그리며 또 다른 목표 의식을 드러내야 한다. 지난 2015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이어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을 1-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 선수들이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아찔한 구석으로 몰아세운 실력을 자랑한 바 있기에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더 크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축구 실력의 절반은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결과
8월 31일 오후 5시, JSC 겔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인도네시아 팔렘방)

★ 한국 4-0 대만 [득점 : 지소연(18분,도움-이금민), 이금민(31분,도움-장슬기), 이민아(77분,도움-문미라), 문미라(90분,도움-김혜리)]

◎ 한국 선수들
FW : 이금민
AMF : 장슬기(86분↔전가을), 지소연(80분↔장창), 이민아, 손화연(65분↔문미라)
DMF : 조소현
DF : 이은미, 심서연, 홍혜지, 김혜리
GK : 윤영글

◇ 주요 경기 기록 비교
슛 : 한국 26개, 대만 4개
유효 슛 : 한국 11개, 대만 2개
점유율 : 한국 72%, 대만 28%
코너킥 : 한국 7개, 대만 1개
프리킥 : 한국 6개, 대만 9개
오프사이드 : 한국 2개, 대만 2개
경고 : 한국 1개, 대만 1개

☆ 결승전 결과 : 일본 1-0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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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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